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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빛 만발, 봄 컬렉션 둘러보기

박찬 기자
2021-04-09 11:07:27
[박찬 기자] 꽃피는 봄이 오면 런웨이 속 풍경도 사뭇 달라진다. 두텁고 무거워 보였던 쇼피스 위엔 고아함이 들어서고, 메말랐던 컬러 웨이엔 어느샌가 파스텔 톤이 물들기도. 그중에서도 단연 빛나는 컬러 포인트는 바로 핑크(Pink). 단순히 ‘페미닌하다’라고 형용하기엔 핑크가 갖춘 속성은 이렇게나 완연하고 멋스럽기만 하다.
물론 트렌드 컬러가 하나의 키워드와 코드만을 정의하는 것은 아니다. 브랜드마다 내세우는 메시지가 다르듯, 색을 다루는 관점 또한 이토록 다채롭다는 점. 수줍은 연분홍 컬러로 걸리시함을 보여주는가 하면, 조금 더 볼드한 색감의 네온 핑크로는 한 층 더 과감한 무드에 들어서기도 한다.
그렇다면 많고 많은 컬러 중 왜 분홍색일까. 이유는 핑크가 가져다주는 로맨스(Romance)적 사고관과 그 가치에 있다. 기존에 우중충하고 단조로웠던 양감을 등지고 극적인 낭만을 품어내며, 수려한 테일러링을 거쳐 컬렉션 웨어로 거듭난다. 그뿐만 아니라 한적하고 여유로운 실루엣까지 겸비할 수 있으니, 이만한 새봄 맞이 셋 리스트도 없을 것.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나타샤 렘지 레비(Natacha Ramsay-Levi)가 이끄는 끌로에(Chloe)는 핑크 컬러를 통해 희망 구현을 노렸다. 주제에 걸맞게 컬렉션 곳곳엔 디자이너가 의도한 희망적 아이콘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가벼운 그런지 룩을 기반으로 한 유니섹슈얼 아이템을 꺼내는 동시에, 기존의 브랜드 이미지와는 조금 상반되는 듯한 오버사이징 핏 팬츠&벨트로 듀티 룩을 노려보기도.
연분홍빛 드레스가 유독 눈길을 끄는 이유도 아마 그 때문이지 않을까. 다양한 소재와 오브제가 뒤섞인 쇼피스들 사이로 유일하게 핑크빛 정갈함을 고수했다. 무심하게 뚝 떨어져 보이는 실루엣 안에는 자유롭게 변주된 봉제 디테일과 플라워 패턴이 숨겨져 있으니 꼭 한번 주목할만하다. 그 위에 걸친 에스닉한 액세서리 또한 세심한 포인트.

실비아 벤투리니 펜디(Silvia Venturini Fendi)가 주도한 이번 컬렉션은 꽤나 알차다. 그도 그럴 것이, 2021 F/W 시즌부터는 킴 존스(Kim Jones)가 부임해 새로운 반향을 불어넣을 예정이었기 때문. 홀로 주도하는 마지막 컬렉션인 만큼 펜디(Fendi)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을 한데 모았다. 그 결과, 로맨티시즘과 몽환미가 마구 뒤섞은 시그니처 웨어가 탄생해버렸다.
그 가운데서도 핑크 컬러 액세서리와 슈즈는 유난히 빛났다. 크림 컬러 기반의 오간자 드레스와 린넨 드레스는 오리엔탈리즘적 미형을 갖춘 한편, 미니 장바구니 백과 매시한 질감의 슈즈는 색감을 대비해 호화로움을 선사했다.

그런가 하면 미우미우(MIU MIU)의 컬렉션 피스 또한 색감이 예사롭지 않다. 미우치아 프라다(Miuccia Prada)는 10대, 20대를 겨냥해 경쾌한 무드의 테마를 선보였다. 아이템을 보면 그 의도를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 트랙 톱과 미니스커트, 테니스화 등 스포티즘과 하이패션을 자유롭게 조합해 어디서도 보기 힘든 유니크 웨어에 들어섰다.
신기한 점은 매니시한 요소를 불어넣었음에도 브랜드 특유의 소녀 감성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 아니 오히려 더 극대화되었다. 특히 파스텔 핑크 톤의 트랙 톱과 셔링이 잔뜩 들어간 실크 톱은 어딘가 모르게 하이틴 드라마 속 여자 주인공을 떠올리게 한다.

그동안의 핑크가 부드러움을 내세웠다면 발렌티노(Valentino)의 핑크는 좀 더 과감하고 볼드한 무드 기반이라고 할 수 있다. 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Pierpaolo Piccioli)가 이룩한 ‘평등’ 컬렉션은 재킷, 셔츠, 데님 웨어 등 베이직한 아이템을 기반으로 희망적 색채가 강한 소재를 끄집어냈다. 특히 데님 웨어 브랜드 리바이스(Levi's)와 협업한 제품군 또한 이날 공개되었는데, 유스 컬처라는 공통분모가 있는 이들인 만큼 더없이 의미 깊은 프로젝트였을 것.
심플하면서도 활기찬 분위기는 컬렉션 피스 전반에 울려 퍼진 모습이었다. 오버사이징 실크 셔츠와 ‘가라바니 백’엔 쨍한 핑크빛 색채가 스며들어 자연스럽게 쿨한 아웃핏을 연출했으며, 70년대 아카이브를 그대로 베껴온 듯한 쇼츠는 레트로한 감성까지 드러냈다. (사진출처: 샤넬, 끌로에, 펜디, 미우미우, 발렌티노, 보그 US 공식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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