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스타일링

케이트 모스가 '패션아이콘'일 수 밖에 없는 이유

송영원 기자
2014-05-21 00:11:12



옷은 잘 입지만 구두를 선택하는 솜씨는 엉망인 여자는 있어도, 멋진 구두를 신으면서 옷을 못 입는 여자는 드물다.

옷을 잘 입는다는 것은 단지 트렌디한 옷을 입고, 백을 들고 예쁜 하이힐을 신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유행과 관계없이 베이식한 데님 팬츠에 화이트 티셔츠를 입었음에도 왠지 세련돼 보이는 여자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한눈에 봐도 값비싸 보이는 유명 브랜드의 신상 아이템을 입었음에도 어쩐지 촌스러워 보이는 여자가 있으니 말이다.

빈티지 솝에서 건진 낡은 티셔츠와 가죽 재킷만 걸치고 나타난 케이트 모스의 스타일리시한 룩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유명 디자이너의 쿠튀르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패리스 힐튼을 보면서 눈살을 찌푸리는 이유는 케이트 모스에게 있는 것이 패리스 힐튼에게는 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무엇일까? 정답은 스타일이다.

스타일이란 음악을 좋아하는 취향, 영화나 책을 고르는 지적 기호, 훌륭한 예술 작품이나 멋진 디자인을 대했을 때 느끼는 감동, 말투와 자세 같은 모든 개인적 테이스트가 결합되어 이것이 옷을 입을 때마저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을 의미한다. 좋은 스타일을 갖는다는 것은 그래서 아주 까다롭고 힘든 일이며 주변에서 멋진 스타일을 지닌 사람들을 만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셀러브리티와 패션모델 등 화려하고 트렌디한 룩을 즐기는 여자들은 많지만, 이 중에서도 특별히 자신만의 시그니처 스타일을 완성하며 남다른 룩을 선보이는 트렌드세터들이 있다. 한 시즌 혹은 몇 년이 지나가면 잊혀지는 유행 아이템 같은 패셔니스타가 아니라 한 시대의 스타일을 대변하는 것은 물론, 모든 사람들이 그녀의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게 만드는 파워를 지닌 여자들, 우리는 그들을 스타일 아이콘이라 부른다.

트렌디한 것과 빈티지한 것을 믹스할 줄 아는 스타일링 노하우를 갖고 있는 물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 누구보다 먼저 유행을 선도하는 것이 진정한 스타일 아이콘의 자질이다.

우리가 스타일 아이콘이라 말하는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멋진 구두에 집착한다는 사실이다. 스타일에 일가견이 있는 그녀들은 똑같은 블랙 스커트 한 벌이라도 구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룩이 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패션아이콘, 케이트 모스의 룩을 살펴볼까?

그녀는 이미 오래전부터 계절과 날씨를 뛰어넘어 다양한 구두를 자유롭게 즐겨왔다.

한여름 하늘거리는 시폰 드레스에 투박한 가죽 부츠를 신은 채 런던의 거리를 활보하고, 한겨울 거대한 볼륨의 모피 코트에 발가락이 훤히 드러나는 섹시한 스트랩 샌들을 매치하며, 진흙으로 뒤덮인 록페스티벌에 참석할 때는 여기저기 찢어진 데님 쇼츠에 영국의 전통적인 레인 부츠를 신는 것, 이 모든 것이 케이트 모스가 가장 먼저 선보인 패션 신이다.

그녀는 자신만의 자유로운 방식으로 구두에 대한 여자들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뜨려 버렸다. 한겨울에 스타킹이나 양말 위에 샌들을 신는 것이 이상하기는커녕 아주 세련돼 보인다는 것, 여성스러운 원피스에는 귀여운 메리제인 펌프스 대신 터프하고 낡은 가죽 부츠가 더 어울린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준 그녀 덕분에 여자들은 계절에 관계없이 원하는 구두를 마음껏 믹스 매치할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라 똑같은 옷을 입더라도 어떤 구두를 매치하느냐에 따라 전혀 새로운 룩이 연출된다는 것 역시 케이트 모스의 스타일을 통해 배울 수 있다. 그녀는 평소 즐겨 입는 스키니 진이나 블랙 레깅스에 주로 플랫슈즈를 매치해 편안한 스트리트 룩을 연출하는데, 똑같은 옷차림에 크리스찬 루부탱의 아찔한 플랫폼힐을 신어 전혀 새로운 이브닝 룩을 완성시킨다. 그야말로 구두의 파워를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케이트 모스 외에 구두를 잘 선택한다고 생각되는 패션아이콘으로 클로에 세비니를 꼽는다. 뉴욕 패션 브랜드인 오프닝 세리머니를 통해 자신의 이름을 딴 패션 라인까지 런칭했을 만큼 그녀의 패션 감각은 익히 알려졌지만, 과연 진정한 스타일 아이콘이구나 하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은 바로 그녀가 구두를 선택하는 센스다.

빈티지에서 랑방의 드레스까지, 보이시한 룩에서 더없이 여성스러운 룩까지 스트리트와 하이엔드, 여성성과 남성성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그녀는 언제나 구두의 선택에 심혈을 기울인다. “구두는 정말 클래식한 아이템이에요. 특히 하이힐은 더욱 그렇죠. 미래 지향과 하이테크놀로지로 점철된 시대에 아직도 염소 가죽을 손으로 일일이 바느질하고 있으니 이보다 더한 클래식이 어디 있나요?”

구두에 대한 그녀의 애정과 신념은 곧 스타일에서 드러난다. 그녀는 휴가를 떠날 때는 복고풍의 빨간색 하이웨이스트 쇼츠에 50년대 스타일의 빈티지 에스파드류(굽이 밀짚으로 된 웨지힐)를 신고, 랑방의 컬렉션을 보기 위해 쇼 장을 찾을 때는 오렌지색 새틴 원피스에 크리스찬 루부탱의 시크한 블랙 앵클부츠를 신는다.

또한 볼륨감 있는 미니스커트와 카디건으로 완성한 스쿨걸 스타일의 경쾌한 룩에는 두꺼운 삭스와 레이스업 부츠를 매치하는 스타일링 센스를 발휘하며, 발렌시아가 원피스로 완전히 드레스업한 레드카펫 위에서는 클래식한 블랙 펌프스로 오히려 심플하게 마무리한다.

화려한 구두로 드레스업하기보다는 내추럴한 컬러지만 독특한 디자인을 지녔거나 심플한 디자인이지만 아찔한 굽을 가진 구두를 고르고, 경우에 따라 타이츠나 삭스와 구두의 매치에 신경을 쓰는 등 조용하면서도 힘있는 슈즈 스타일링을 보여주는 클로에 세비니. 그녀는 분명 한번에 다 보여주지 않고 보일 듯 말 듯, 알려줄 듯 말 듯한 애티튜드로 질리지 않는 패션스타일을 완성하는 진정한 패션아이콘의 면모를 가졌다.

오프닝 세리머니에서 선보인 클로에 세비니의 패션 라인에서 옷보다 화제가 됐던 것 역시 그녀가 디자인한 블랙 레이스업 웨지힐이었다. 평소 그녀가 즐겨 신는 빈티지한 슈즈 스타일을 그대로 살려 직접 디자인한 그 구두는 트렌드세터들의 위시아이템 1호가 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처럼 구두의 힘을 잘 활용하여 당당히 스타일 아이콘으로서의 입지를 굳히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화려한 스타일 덕분에 패셔니스타로 불리기는 하지만 그들이 선택하는 구두를 볼 때 실망을 감출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그녀들의 구두는 “솔직히 난 세련된 취향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요”라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포시(‘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화려하게 치장하는 여자’라는 뜻의 영국 속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화려한 룩을 뽐내는 빅토리아 베컴의 경우가 그렇다. 언제나 눈에 확 띄는 트렌디한 아이템이나 디자이너의 의상으로 완벽하게 치장하지만, 그녀가 신는 구두를 보면 약간 촌스러울 뿐만 아니라 그녀의 속물적인 취향이 그대로 드러나는 듯하다.

하이힐이 분명 여자의 섹스어필을 위한 가장 큰 무기라고는 하지만, 그녀는 섹시해지고 싶은 모든 욕망을 온통 하이힐에 쏟아 붓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최고의 스타일리스트와 디자이너들을 친구로 둔 셀러브리티들이 도대체 왜 구두 선택에 실패하는 것일까?

그건 아마도 옷보다 더 튀지 않으면서도 전체적인 룩을 세련되게 업그레이드 해주는 은밀한 매력을 가진 구두를 고르는 데에는 본능적인 미적 감각이나 스타일링에 관한 오랜 훈련이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시즌에 유행하는 구두를 잔뜩 구입한다고 해서 멋진 룩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오래된 구두를 최신 트렌드 아이템에 매치할 수 있는 노하우, 혹은 빈티지 숍에서 건진 낡은 원피스에 반짝반짝한 루부탱의 새 하이힐을 매치할 수 있는 센스야말로 진짜 멋진 슈즈 스타일링임을 우리는 패션아이콘들의 스타일에서 발견할 수 있다.

한마디로 백만 원짜리 구두를 구입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스타일을 완성하는 것이 진정한 슈어홀릭이 가져야 할 애티튜드란 얘기다.

아직도 패션스타일과 구두의 상관관계에 대해 이렇다 할 확신이서지 않는다면 세계적인 구두 디자이너 미셸 페리의 명쾌한 한마디에 귀 기울여 보자.

“신발이란 간결하고 관능적인 스타일의 연습과도 같은 것이에요. 굽이 있는 신발을 신어보세요. 모든 것이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답니다. 분위기, 걷는 방식, 실루엣과 비율, 인생을 보는 방식조차도 말이죠!” (자료제공: 김지영의 슈어홀릭Diary, 장서가)

한경닷컴 bnt뉴스 송영원 기자 fashion@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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