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천재현 칼럼] 피할 수 없는 술자리, 어떻게 마실까?

2020-01-22 15:53:59

피부와 상극이라 여겨지는 술. 하지만 의외로 막걸리를 비롯한 술이 피부 미용 분야뿐만 아니라 다방면으로 활약하고 있기도 하다.

‘프렌치 패러독스’는 프랑스인이 영국인보다 더 기름지고 열량이 많은 식사를 하는데 오히려 심장병 환자는 더 적다는 이론. 그 이유로 항산화 물질이 다량으로 함유된 와인을 자주 마시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디까지가 진실인 걸까. 또 술을 건강하게 ‘잘’ 마시는 방법은 없을까?

프렌치 패러독스의 진실

와인이 다른 술에 비해 항산화 물질을 많이 함유한 것은 맞다. 하지만 역학 조사를 해보면 종류에 상관없이 술을 약간 마시는 사람이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 수명이 길고 건강하다. 그 이유로 가장 설득력 있는 것이 술을 마셔서 건강한 것이 아니라 적당한 음주를 할 수 있을 만큼의 경제적인 여유와 술에 찌들어 과음할 정도로 삶이 피곤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질환의 빈도가 높은 것도 이미 건강에 이상이 있어 술을 끊어야 할 사람이 포함된 경우일 것이다. 이런 연구 결과를 보고 건강해지기 위해 굳이 마시지 않던 술을 시작할 필요는 없다.

허준의 동의보감엔 어떻게 적혀있을까?

허준의 ‘동의보감 탕액편’ 곡부를 보면 “술은 약의 기운이 잘 퍼지게 해 온갖 사기와 독기를 없앤다. 혈망을 잘 통하게 하고 장과 위를 튼튼하게 하며 피부를 윤택하게 한다”라고 적혀있다. 또 다른 한편 ‘동의보감 잡병문’에는 ‘주상’이라는 내용으로 술에 의해 몸이 상할 때 나타나는 증상과 치료법, 술을 마신 후 해야할 양생법 등을 다루고 있다. 다시 말해서 술을 적절히 잘 마시면 좋을 수도 있고 과음하거나 방법이 잘못되면 나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술은 1급 발암물질이라서 무조건 나쁜 것일까?

담배와 더불어 술도 1급 발암물질이다. 술을 많이 마실수록 암으로 발전할 위험도 높아진다는 뜻이다. 특히나 술을 마시면서 담배를 피우면 발암물질을 피우고 마시는 꼴이 된다. 물론 당연히 술 몇 잔을 마신다고 암 발생이 확연히 증가된다는 뜻은 아니다. 예를 들면 세계보건기구(WHO)는 태양 광선도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해 놓았다. 이런 1급 발암물질인 태양 광선도 아예 닿지 않는다면 우울증과 골다공증이 유발될 수 있다.

피부는 스트레스에 민감하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심리적 스트레스가 해결되었을 때 가장 눈에 띄게 호전되는 것은 바로 피부라고 얘기한다. 신경정신학적 의미로 생각하면 적당한 음주는 피부에 약이 될 수 있다.

술을 적당한 선에서 이용하면 사람 간의 유대감을 느끼게 해주고 심신을 이완 시켜 옥시토신 등의 항 스트레스 호르몬의 활동이 활발해져 스트레스를 받던 피부도 좋아진다. 중요한 점은 적절한 술이 사회적 약물의 기능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주 1회 이하로 한 번에 소주 4잔 이하 정도라면 적당한 선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과음했을 때 우리 몸과 피부에서 일어나는 반응

세계보건기구(WHO)의 분류에 따르면 단기간의 알코올 섭취는 면역을 담당하는 T림프구와 수지상세포의 기능을 떨어뜨려 결국 해로운 물질을 직접 제거하는 NK세포의 개체 수가 감소하는 것이 확인되었다. 피부의 면역력도 자연히 떨어지게 되므로 음주자에게서 모낭염을 비롯한 피부감염증이 증가하는 이유이다. 또한 알코올 섭취 후 산화 스트레스 증가로 스쿠알렌이 산화되는 반응이 일어나는데 이 산화된 스쿠알렌은 면포 형성을 촉진하여 술 마신 다음날 피부트러블을 일으킨다.

우리가 마신 술은 위와 소장 상부에서 흡수되고 혈액을 거쳐 90% 이상 간에서 대사되어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된다. 이 과정에서 일부는 지방산으로 전환돼 중성지방의 형태로 간에 저장되고 에탄올에서 분해돼 만들어진 아세트할데히드가 두통과 오심 등의 숙취 반응을 일으킨다. 이때 피부에서는 히스타민의 분비를 촉진하고 분비된 히스타민은 혈관을 확장하고 혈류를 증가시켜 얼굴을 붉게 만들고 염증을 악화시킨다.

또한 술은 고당질의 음료로써 과량을 섭취 시 혈당 조절을 위해 인슐린이 분비된다. 급격하게 분비되는 인슐린과 함께 IGF-1의 분비가 늘어나 피지도 증가한다. 그뿐 아니라 늦은 시간의 음주로 인해 생활 리듬이 깨지게 되고 위에 부담을 주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의 분비가 늘어나는데 이는 안드로젠 호르몬의 형성을 촉진해 여드름은 더욱 악화되게 된다.

기왕 마셔야 한다면 어떤 술이 좋을까?

당도가 높은 술은 피지 분비량을 늘려 여드름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달달한 와인, 샴페인 같은 술보다는 오히려 맥주나 소주가 낫고 당도가 낮은 단일 종류의 술이 더 낫다. 설탕이 들어있지 않은 레드 와인에는 앞서 말한 프렌치 패러독스에서 다뤘던 내용처럼 항산화 성분의 효과도 노릴 수 있음으로 기왕 먹어야 한다면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

화이트 와인은 레드 와인보다 당분이 좀 더 들어가 있는 편이고 레드 와인 자체도 주사(Rosacea)를 가지고 있다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보드카에는 당분과 염분이 적고 다른 술에 비해 빠르게 체내에 들어왔다가 빠르게 나가는 특성이 있다. 데킬라는 체내 혈당을 다른 술에 비해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

건전한 음주 습관

하지만 술의 종류와 무관하게 과도한 음주는 피부를 건조하게 하고 피부의 영양분과 비타민을 소모해 피부 노화를 빠르게 진행한다. 취하기 위해 마신다면 어쩔 수 없지만 물과 함께 마시고 식이섬유나 비타민을 보충할 수 있는 안주로 배를 적절히 채워주는 게 좋다. 술자리가 길어지면 신체 리듬이 깨지므로 가능한 1차에서 끝내는 것이 좋고 얼굴에 지나치게 열이 달아오르는 상태까지는 가지 않도록 음주량을 조절하는 것이 좋다.

닥터미 천재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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