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원 기자] 라디오 방송 작가를 꿈꾸는 그대들이라면, 그리고 지금까지 3회에 걸쳐 내가 쓴 미천한 글을 읽은 그대들이라면 묻고 싶어졌을 거다. 그런 당신은 어떻게 라디오 방송 작가가 됐냐고.
실은 이 얘기를 첫 회에 해 볼까 했었다. 하지만 조금 변명을 하자면 내가 아는 라디오 방송 작가 중에 나와 비슷한 경로로 이 바닥에 발을 내딛은 작가가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을 감안했을 때, 차라리 아주 현실적이고 일반적인 부분을 먼저 얘기하고 그 다음에 내 얘기를 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 음악과 라디오를 ‘열혈청취’하던 학창시절
나는 대학시절까지만 해도 초등학교 때부터 라디오를 즐겨 들었던 그저 평범한 라디오 청취자에 불과했다. 그래도 가장 라디오를 열혈청취했던 초등학교 시절엔 혼자 디제이가 된 듯 책을 마치 사연처럼 읽어도 보고 혼자 사연에 맞는 배경음악도 골라가며 나 혼자만의 라디오를 녹음하곤 했었다.
어쩌면 그 향수가 지금에 이르게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고등학교 시절까지는 그저 책을 읽고 글쓰기를 즐겨하고 가요를 사랑했던, 하지만 공부에는 관심이 없고 놀기 좋아하며 공부도 잘 하지 못했던 학생이었다.
그러던 중 집안이 쫄딱 망하면서 고등학교 시절에도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대학보단 취직을 준비해야 하는 시절을 보내야 했었다. 당시 정말 극적이었던 '학자금 대출‘과, 100일간 준비한 ’수능‘이 의외의 성과를 거두면서 전문대학에 진학했던 게 어쩌면 지금의 나를 만들었던 첫 번째 터닝 포인트가 아니었나 싶다.
맨땅에 해딩 하듯이, 하이라이트 공연을 맡아줄 연예인을 섭외했어야 했는데 너무나 감사하게도 그 맨땅에 해딩을 받아주셨던 그 분은 그 당시 막 ‘세상이 그댈 속일지라도’로 인기가도를 타고 있던 김장훈씨.
그리고 드디어 축제 날 그 열정적인 무대가 펼쳐지는 내내 마음속에서는 예전부터 잊고 있던 무언가가 펄펄 끓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결정적으로 이 일을 해야 겠다고 마음먹게 된 자극제는 대학교 2학년시절 1학기 중간고사를 마치고 모 외국계 은행에 입사하면서 학벌과 영어의 스트레스를 한 몸에 받았던 약 9개동안의 시간이었다.
◆ ‘나’를 찾기 위한 과감한 선택과 강한 열정
내가 정말 잘 하고 싶은 일, 잘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끊임없이 생각했던 그 시절, 나와 다섯 살 차이 나는 오빠는 대학교를 잠시 휴학하고 미국 유학준비를 하면서 아르바이트로 당대 최고의 배우 ‘김희선’씨의 매니저를 하고 있었다.
어느 날 오빠가 뜬금없이 내게 이런 말을 던지는거다. “방송국에 갔더니 너 처럼 말 많고, 사람 좋아하고, 아무튼 딱 너 같은 사람들이 다 작가하고 있더라?” 오빠는 지나치는 듯한 말이었지만 뭐랄까. 내 뒤통수를 누군가 세게 후려치는 느낌이랄까? ‘맞아. 난 어렸을 때부터 라디오가 무작정 좋았지. 내 지금 감성도, 라디오가 키웠었는데…’
그리곤 방송작가협회의 교육원에 갈 돈을 마련하기 위해 홍대의 한 커피숍에서 서빙 아르바이트까지 하며 일명 투잡을 뛰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곳에서 당시 팀 회식을 온 iTV의 PD를 만나게 된 것이다. 원래는 일반인 VJ에 도전해 볼 생각이 없냐고 내게 명함을 줬었는데 어쩌면 이게 기회일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바로 다음 날 휴가를 내서 인천 방송으로 갔었다.
그 날, 그 PD는 적잖이 놀라며, 어쩔 수 없이 자기와 함께 일하는 작가들을 소개해 줬다. 그 때 한 작가언니의 “교육원 보다 빨리 일하는 게 최고에요” 말에 PD가 대뜸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서 “너 막내 작가 구한다고 했지? 내가 아는 사람이 있는데, 면접 볼래?” 라고 하는 거다.
그 당시 전화를 받은 PD는 결국 내가 이 일에 첫 발을 내 딛게 해 준 SBS라디오 ‘이지훈의 영스트리트’의 전모 PD. 뭐 알고 보니 iTV의 그 PD도 날 좋게 봐서라기 보단 SBS에 섭외할 대 스타가 있어서 날 구실로 이참 저참 온 거긴 하지만 어쨌건, 나는 정말 운이 좋았던 편.
다시 한 번 얘기하지만, 이런 경우는 정말 드물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이 노력해야 했고 더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내가 간절히 원하지 않았으면 이 기회조차 없었을 거고 어쩌면 그 기회마저 기회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그냥 흘려버렸을지 모르는 일.
라디오 방송 작가를 꿈꾸는 그대를 위해 내가 하고 싶은 마지막 잔소리는 그대의 열정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진심으로 노력하라는 거다.
난 감히 얘기한다. 내 열정이 무에서 유를 그리고 지금의 나를 만들어 냈다고.
(자료제공 : 미디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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