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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몰 1세대 ‘100억 아줌마’ 김소희가 돌아왔다

2011-06-02 14:55:18

[이진 기자] 쇼핑몰 CEO 1세대 ‘소희언니’로 유명한 김소희 대표가 돌아왔다.

2004년 12월7일 지금처럼 쇼핑몰 시장이 발달되지 않았던 그 당시 평범했던 주부 김소희는 시댁 식구와의 불화, 산후 우울증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 총 회원 수 3,000명에 연매출 1,000만 원 정도 되던 패션몰을 인수했다.

김소희 대표에게 패션몰은 많은 돈을 벌겠다는 욕심보다는 손해 안보고 아기 분유 값만 벌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작은 사업이었다. 하지만 오픈 1년 만에 100억 신화 달성, 1년 6개월 만에 회원 수 9만 명을 돌파했다.

그로부터 7년 후 2011년 2월23일, 온라인 시장을 떠도는 항간의 소문과 함께 여성 쇼핑몰 ‘파인땡큐’를 오픈했다. 100억 신화 김소희 대표에게 그동안 어떤 일들이 일어난 것일까.

1세대 패션 쇼핑몰 안방마님 김소희, 꿈꾸는 솔로로 돌아오다


의상디자인을 전공한 김소희 대표에게 쇼핑몰의 시작은 누구의 아내, 며느리, 엄마가 아닌 김소희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주는 하나의 돌파구이자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통로였다.

소개팅으로 만난 남편과 6개월 만에 결혼을 한 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겠지만 남편이나 시댁 식구들과의 부조화 속에서 정서적인 소모가 극심하였다. 본의 아니게 엄마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김소희 대표.

엄마로써, 아내로써 그리고 며느리로써 존재감을 잃었고 꿈도 잃어가면서 우울증까지 겪게 된 그녀에게 전 남편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김 대표는 결혼 전 옷가게를 몇 차례 실패한 경험이 있었지만 마지막까지 그녀의 선택은 ‘옷’이었다.

그녀에게 옷은 돈이 아닌 오로지 ‘옷’이었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기지 못하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고 했던가. 작은 방한칸에서 일이 일상이 되고 일상이 일이 되면서 새벽 4시란 시간도 개의치 않고 고객 상담을 해주던 김 대표의 주인의식이 100억 아줌마의 대박 쇼핑몰로 이끌었다.

하지만 쇼핑몰이 커져가면서 개인사업자에서 법인으로의 전환 절차를 수행하던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시댁 식구들과의 소송이 시작됐다. 정서적인 부조화가 결국 업무상의 부조화로까지 확산되었고 그 결과 이사진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던 전남편측 인사들에 의하여 김소희 대표는 급기야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당하는 사태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그때부터 1여 년간의 힘겨운 소송이 시작됐다. 소송이 전개되던 기간 동안 ‘소희 언니’를 오매불망 기다리던 쇼핑몰의 회원들에게 곧 돌아온다는 말밖에 하지 못한 채 김 대표는 ‘내 손으로 일궈온 쇼핑몰’을 되찾기 위한 투쟁을 벌이고 있었다.

그깟 100억? 김소희 대표가 찾고 싶었던 건 그녀의 옷과 손때묻은 그녀의 물건들


소송이 시작되고 시댁에서 출가한 그녀의 눈앞에는 자신이 입고 나온 트레이닝 복과 옷 두어 벌과 변호사, 직장을 그만두고 진주에서 올라온 남동생, 함께 일했던 직원 몇 명의 도움이 전부였다.

사실 직원의 입장에서 누구의 편을 들기란 어려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차짓하다간 일터에서 쫓겨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사무실에서 직접 보고 경험한 일 들을 객관적인 입장에서 도움을 줄 수 있었다.

1년 여간의 소송 결과, 대표직을 되찾으며 승소했지만 이 모든 일이 한 순에 일어난 상황은 아니었으며 가족 간의 일이었기 때문에 그동안 곪을 대로 곪아온 상태였다.

특히 김 대표가 전반적인 관리업무를 직접 하지 않은 상황에서 쇼핑몰을 되돌려 받아도 이를 정상화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판단하기에 이르렀고 결국 김소희 대표는 이혼과 더불어 그곳을 떠나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나는 사람이 좋다. 그래도 나는 사람을 믿는다”

소송이 끝난 후부터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처럼 사라진 김 대표의 소식을 들은 소위 ‘돈 많은’ 이들의 투자 제의가 이어졌다. 하지만 섣불리 결정할 수가 없었던 찰나, 그녀는 현재 와이오유 커뮤니케이션 박준호 대표를 만나게 됐다.

박 대표는 남성쇼핑몰을 비롯한 온라인 사업을 13년째 운영 중인 전문 경영인으로 때마침 여성 쇼핑몰 오픈을 꿈꾸며 실무를 담당할 수 있는 누군가를 원하고 있었던 것. 이러한 박 대표와 김소희 대표의 만남은 가히 운명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서로에게 니즈가 있었던 김 대표와 박 대표는 쇼핑몰 ‘파인땡큐’의 오픈을 일사천리로 준비했다. 하지만 2004년과는 사뭇 달라진 온라인 시장은 크게 성장하고 변화해 온라인 마케팅 사업 수완이 부족했던 김 대표에게 현 와이오유 커뮤니케이션즈 쇼핑사업부 마케팅 팀장이자 고향 동생인 박수연 팀장과 우연히 연락이 닿게 되었다.

와이오유 커뮤니케이션즈 쇼핑사업부 박수연 팀장은 “만나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김소희 대표는 여리지만 인생의 큰 산을 잘 넘었고 견뎌냈다”며 “사람 때문에 힘들어 했지만 ‘그래도 사람이 좋다, 그래도 나는 사람을 믿는다’고 말하는 김 대표를 보고 인간 김소희를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소희 대표 “그래서 나는 행복한 사람”


그녀 옆에 기적같이 나타나 박 대표와 박 팀장 그리고 김 대표 곁에는 예전 쇼핑몰에서부터 가깝게 소통했던 직원들과 파인땡큐를 오픈까지 이끌 수 있도록 도와준 고객들이 있었다.

그들은 김 대표에게 있었던 일들과 그녀를 가장 잘 표현해줄 수 있는 이들이 아닐까. 김 대표는 “길게는 7년, 적게는 2~3년 동안 ‘김소희’ 한 사람을 보고 단골이 되어준 고객들과 응원해주고 격려해 줄 때 가장 힘이 난다”며 “예전 쇼핑몰 고객이었던 한 분은 결혼과 출산을 하고 아줌마가 된 지금까지도 연락이 닿아 있다. 그들은 사무실로도 이따금씩 전화와 잘 지내냐는 안부를 묻고 아이들의 안부까지 묻곤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인터뷰 전날 7년 째 단골에게 쪽지가 왔었는데 ‘그동안 (김소희 쇼핑몰을) 무척 기다렸다. 내년에는 제작 수영복을 꼭 만나고 싶다’는 메시지에서 ‘아, 사람들이 제작 상품을 뛰어넘어 ‘제작 수영복’에 대한 기대도 벌써 드러내고 있더라”고 웃으며 덧붙였다.

“드디어 언니 쇼핑몰을 찾았어요”, “빨리 언니 옷 입고 싶어요”, “소희 언니, 자체 제작 상품 많이 만들어 주세요” 등 끊임없이 이어지는 그들의 메시지가 김 대표의 꿈을 놓지 않도록 만들어주었고 김 대표 역시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때 가장 행복함을 느낀다고.

김소희 쇼핑몰의 초창기 멤버인 서영선 씨는 “첫 번째 쇼핑몰의 초창기 소비자로 김 대표와 같은 주부이자 아이의 엄마다. 서 씨 역시 아이 때문에 시작한 인터넷 쇼핑이 김 대표의 7년 단골 고객이 됐다”며 “언젠가부터 예전 쇼핑몰의 분위기와 스타일이 바뀌는 것 같아 소희 사장님의 부재가 느껴져 검색에 검색을 거듭해 파인땡큐를 찾아왔다. 너무 반갑고 기분이 좋다. 꼭 로또에 당첨된 기분이 든다”고 표현했다.

“월급쟁이지만 단순한 ‘고용주-고용인’의 관계가 아니다”

그녀는 현재 50% 이상이 예전 쇼핑몰에서 같이 일했던 직원들과 함께 소통하고 있다. 그들이 말하는 김소희 대표는 마냥 유하지 많은 않은 CEO였다. 고객과 직결 되어있는 ‘옷’과 관련된 모든 일에는 한 치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는다고.

파인땡큐 이은주 팀장은 “약 3년 전 처음 만나게 된 김소희 대표는 재정적인 것 외 제작샘플의 디자인 및 컬러변경, 스타일링 등 옷에 대한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했었다. 그 때의 경험이 확고한 `파인땡큐`를 탄생시켰고 그녀의 열정이 직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사진 촬영 후 수백 장의 사진을 본인이 직접 사진을 선택하고 작업을 한다. 하루정도는 쉬고 다른 직원한테 맡겨도 될텐데’라는 생각이 들만큼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업데이트를 했었다”고 말하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 팀장은 “김 대표와 다시 일하게 되는 이유는 ‘꼭 잘되는 걸 보고 싶어서’라고. 그녀에게 내가 작은 도움이 된다면 정말 열심히 하고 싶다”며 “조금씩 성장하는 파인땡큐를 보면서 직원 모두가 즐겁게 일하고 있다. 파인땡큐의 성장을 매출로 확인하며 최고 매출을 기록해 환호성을 지르는 그 순간이 가장 짜릿하다”고 설명했다.

김소희 대표 ‘순도 100%의 파인땡큐’를 꿈꾸다


사실 파인땡큐의 시작은 운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심은 통한다’는 말처럼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김소희 대표님의 진심이 수십만 명의 소비자들과 지인들에게 전해지고 있었다.

‘파인땡큐’는 김소희 대표와 그의 지인들의 ‘결과물’이지만 첫 번째 쇼핑몰 때부터 지켜봐 온 그녀들의 고객들이 만들어낸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대표와 박 팀장은 “파인땡큐 만큼은 100% 순도로 우리 노력한 만큼 올라가보자. 99%도 아니고 100%로, 비록 시일은 걸리겠지만 단계단계 올라서는 과정이 우리 뿐만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원하는 모습이 아닐까”라고 설명했다.

박 팀장은 “사실 모르는 사람들은 그녀가 집에서 노는 줄 알지만 1~2시간 자고 사진 리터칭을 하며 일을 손에서 놓지 않고 있는 그녀를 보면서 ‘잘 키워놓은 쇼핑몰에서 정점을 찍어봤던 사람이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하려니 얼마나 조급하고 답답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파인땡큐’ 만큼은 정직하게 일궈내고 싶다. 그래야 과정이 눈물겨워서라도 언니의 그동안 설움에 대한 보상가치가 커질 것 같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파인땡큐’는 옷 잘 입는 옆집 언니, 이것이 몰의 콘셉트이다. 혹자는 “주제가 없다”, “셀카 컷이 너무 많다”고들 하지만 어떤 날은 사랑스럽게, 어떤 날은 시크하게 또 어떤 날은 캐주얼해 보이고 싶어 하는 여성들의 테이스트를 십분 파악한 김소희 대표의 판단이 7년 전뿐 아니라 파인땡큐에서도 적중했다.

소비자들은 이러한 ‘김소희의 센스’를 파악하고 김소희 만의 ‘색깔’이 있다고 말한다. 제작 상품을 기다리고 있는 소비자들을 위한 자체 제작상품은 6월부터 업데이트가 되고 판매가 될 예정이다. 차츰 제 제작 상품을 늘려 파인땡큐를 브랜드화 한 후 해외에 진출하는 것이 김 대표의 꿈.

‘이제야 웃으며 말할 수 있다’는 말과 함께 전해들은 그녀의 인생은 말 그대로 파란만장했다. 하지만 후회와 미련보다는 자신을 믿어주고 있는 고마운 사람들을 위해 꼭 성공하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췄다.

절체절명의 순간 극적으로 만난 사람들과의 절묘한 타이밍, 잘 나갈 것 같은 옷을 볼 줄 아는 능력.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그녀 앞에 벌어진 영화 같은 일을 기자 본인은 감히 ‘권선징악’으로 해석해본다.

‘파인땡큐’는 단순히 100억 신화 김소희가 만든 제 2의 쇼핑몰이 아니다. 아무것도 없었던 필드에서 걸음마부터 다시 시작하고 있다. 다만 성공은 머지않아 보인다. 이미 오픈 3개월 만에 10억의 매출을 달성했으며 누구보다 자신을 믿어주는 이들의 응원과 소비자들 의리가 그녀에게 아우라를 만들어준다.

시간이 지나면 과거의 상처는 아문다. 하지만 흉터는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줘야한다. 그리고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현재 어떠한 선택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돈보단 사람, 더 많은 돈 보다 더 많은 사람을 가진 사람이 소희 언니의 ‘순도 100% 선전’을 기대해본다. (사진출처: 파인땡큐 www.fine-thankyo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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