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터뷰] 고현정 “이제는 과거 털어내야죠”

2012-06-21 19:17:48

[이정현 기자/ 사진 김정희 기자] “집에 있으면 자장면 먹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그럼 중국집에 전화를 걸어 시키면 되는데 많이 고민하다가 결국 참게 돼요. 작품에서는 안그러는데 소소한 일상이나 작은 일에는 과감하지 못한 면이 있어요”

영화 ‘미쓰고’에 등장하는 캐릭터 천수로의 이야기가 아니다.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매서운 카리스마를 내뿜고 ‘대물’에서 당당한 대한민국 대통령을 연기했던 고현정(41)의 이야기다. 한없이 당당할 것만 같았던 이 여배우의 내면에 소심한 천수로가 있었다. 가장 감추고 싶었던 모습을 영화 ‘미쓰고’를 통해 털어낸 고현정을 사간동에 위치한 모 카페에서 만났다.

21일 개봉한 영화 ‘미쓰고’(감독 박철곤)에서 고현정은 최악의 대인기피증에 시달리는 소심한 여인 천수로를 연기한다. 500억짜리 마약을 차지하려는 두 범죄조직과 경찰 사이에서 휘둘리다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다시 태어난다는 이야기를 골자로 하고 있다. 미실 캐릭터로 대표되는 카리스마 넘치는 고현정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어색해 보일 정도의 연기변신이다.

극의 중심에서 능동적이고 파워풀하게 이야기를 리드 하지 않는 고현정의 모습은 참 생소하다. 하지만 고현정이 ‘미쓰고’와 천수로를 선택한 이유 역시 여기 있었다. “수동적이고 끌려가는 듯 한 느낌을 주면서도 천수로는 드라마에서 항상 예열이 되어있어야 하는 캐릭터다. 그런 느낌이 매우 생소했고 도전해 보고 싶었다”는 고현정은 천수로라는 캐릭터로 관객들에게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지 궁금했다고 밝혔다.

“천수로라는 캐릭터는 소심한 면이나 공포에 질린 모습까지도 다 사랑스럽게 보여야 하고 철부지 같은 젊음도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러기에는 내가 너무 찌들어 있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들었어요. 자신감이 없었죠. 결혼, 이혼, 아이까지 낳고 그동안 센 역할만 해왔는데 카메라 앞에 말똥말똥 눈뜨고 있으려니 너무 뻘쭘해지는거 있죠”

천수로는 전작인 드라마 ‘여우야 뭐하니’ 등에서 나온 푼수 캐릭터와는 달랐다. 고병희가 푼수, 노처녀라는 궤적을 가지고 있다면 천수로는 좀 더 관념적으로 파고들어가야 했다는게 고현정의 설명이다.


‘유쾌 상쾌 통쾌’로 대변되는 ‘미쓰고’는 상업 코미디 영화지만 고현정에게는 의미가 깊다. “영화를 보면서 한 장면 한 장면에서 많은 것들이 연상되고 떠오르면서 눈물 없이 못 보겠는 장면도 있고 아쉬움도 많다”는 그는 한차례 감독이 뒤바뀌고 촬영이 멈추는 등 우여곡절 끝에 극장에 걸린 ‘미쓰고’가 마냥 대견스러워 보이는 듯 했다.

“혹자는 ‘흔한 코믹 액션극에 무슨 의미를 갖다대나’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천수로 뿐만이 아니라 저 개인적인 극복기가 녹아있는 작품이에요. 극중 천수로가 변하게 되는 장면으로 바다에 버려지는 장면이 있는데 사실 제가 물에 대한 공포가 있어서 물에 절대 절대 안들어 가거든요

5~6미터 물 속 장면을 찍으면서 누군가에게 버려진다는게 이런 느낌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안전장치는 있었지만 물에서 헤쳐 나오는건 온전히 저의 몫이었거든요. 숨을 쉬기 위해 올라오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죠. 다른 사람에게 제가 했던 것도 생각나고, 저 개인적으로도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신이었죠. 너무 무서웠었는데 다행히 제가 포기하기 직전에 오케이가 났어요(웃음)”

‘미쓰고’ 천수로는 죽음의 벼랑 끝에 선 뒤에야 자신의 트라우마를 걷어냈다. 재벌家와의 결혼과 이혼, 그리고 컴백 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말 못할 고민을 품어왔던 고현정 역시 ‘미쓰고’를 통해 자신을 돌아 볼 수 있었다.

고현정은 “솔직히 그동안 이혼의 아픔이라던가 제 개인사가 드러나는 작품은 얹혀가는 느낌이 들어서(고사 했었다)”라고 털어놓으며 자격지심에 뜬금없거나 강해보이는 캐릭터를 선택 했었다고 밝혔다. ‘미쓰고’ 속 나약한 천수로의 모습은 세상에 보이고 싶지 않은 고현정의 한 면이기도 했다.

“이번에 천수로를 연기하면서 어느정도 극복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개인사가 떠오르더라도 연기하는 사람으로서 작품을 보자라고 생각했죠. 생각해보니 8~9년이자 지난 일인데 저 혼자 오버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더라구요. 이제는 그래도 될 것 같아요”

드라마와 광고, 영화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딴 토크 프로그램 ‘고쇼’까지 자신의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는 고현정은 온전한 배우로 남고 싶은게 자신의 과제라며 “어떻게 보면 굉장히 운도 좋았고 연기자라는 타이틀을 쉽게 얻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리고 그 명칭 주위의 것들을 잘 덜어내 고현정이란 자신의 이름이 배우와 잘 어울렸으면 하는 바람도 전했다.

“그러면 ‘고쇼’는 왜 하냐고 물으시겠죠?(웃음)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제 모습을 자주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어요. 제 입장에서도 게스트 분들을 만나서 이야기 하는게 너무 재미있어요. 너무 민폐 캐릭터가 되어버리긴 했는데 이제 정신 차려야죠.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솔직히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무수가 상수라는 말처럼 망설이지 않고 부딪히고 있으니 부족한 것은 지적해주세요. 다른 MC분들 고생이 더 많아지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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