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터뷰] ‘도둑들’ 임달화 “중년의 로맨스가 더 아름답다”

2012-07-25 17:54:22

[이정현 기자] 8~90년대 홍콩 느와르 영화를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임달화라는 이름에 가슴이 뛸 것이다. 80년 데뷔 후 ‘미션’ ‘PTU’ ‘살파랑’ ‘흑사회’ 등 두기봉 감독의 대표작들에 출연한 그는 ‘첩혈가두’ ‘황비홍’ ‘첩혈쌍웅2’ ‘엽문’ 등 액션과 느와르, 예술 영화를 넘나들며 홍콩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가 됐다.

영화 ‘도둑들’을 들고 오랜만에 다시 한국을 찾은 홍콩스타는 들떠보였다. 갑작스레 울린 전화 벨소리를 흥얼거리며 “영화에 등장하는 로맨스 장면과 느낌이 비슷하지 않냐”고 말하며 자연스럽게 부드러운 분위기를 이끌었다. 150편의 영화를 찍어오며 산전수전 다 겪은 이 중년의 스타는 유쾌하면서도 정겨운 미소로 인터뷰 자리에 앉았다.

한국영화에 출연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우선 한국영화에 출연 요청을 받게 된 것 자체가 즐거웠다. 시나리오 전달 받았을 때 매우 기뻤다. 최동훈 감독이 시나리오를 쓸 때 국제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다했다더라.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각기 다른 국적과 캐릭터에서 로맨스가 발생한다. 시나리오 배경이 홍콩과 마카오라는 점도 깊은 인상을 받았다.

최동훈 감독이 임달화에게 개인적으로 편지를 보냈다고 들었다. 무슨 내용이었나?
자세한 내용을 말하기엔 개인적인 것들이 포함되어 있어 곤란하다. 조금만 이야기 하자면 어려서부터 내가 출연한 영화를 보고 자랐다며 함께 영화를 해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편지를 보고 감동을 받았다.

극중 첸(임달화)와 씹던껌(김해숙)의 로맨스가 인상적이었다. 국적이 다른 두 배우가 제3국의 언어로 연기한다는 것이 어렵지 않았나?
언어의 소통이 안되서 불편한 점은 없었다. 김해숙도 너무 좋은 배우라고 서로 연기하는데 마음의 소통이 잘됐다. 서로 편안하게 좋은 연기를 할 수 있었다. 최동훈 감독에게 감사드리고 싶은 것은 극중에 너무나 좋은 여자친구(씹던껌)를 소개시켜줘서… (웃음) 좋은 로맨스가 나온 거 같다.

극중 ‘10년치 한번에 하자’는 대사가 있다. 한국적 늬앙스가 있는 대사인데.
물론 대사는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그 대사의 포인트는 서로 다른 나라에서 다른 생활을 하던 두 사람이 만나면서 사랑에 빠진고 당신의 삶에 내가 없었던 10년, 나의 삶에서 당신이 없었던 서로의 10년을 메꿔주는 감정적인 대사였다.

첸과 씹던껌이 차 안에서 최후를 맞는 장면은 매우 슬프면서도 인상적이었다.
그 장면을 촬영 할 때는 이미 김해숙과 너무 친해져있던 상황이었다. 그 촬영이 세트이긴 했지만 경험이 풍부하고 너무나 훌륭한 배우이다보니 쉽게 감정에 몰입할 수 있었다. 마음 속 에서는 계속 그때의 대사들을 읊고 있다. 10년 후에 도둑들을 다시 보게 되면 도둑들의 대사들을 다시 이야기해 보고 싶다.

첸과 씹던껌의 감정은 젊은 시절의 뜨거운 사랑과는 좀 다르다. 젊은 세대는 희생과는 거리가 먼 사랑을 한다. 하지만 우리 세대가 되면 희생도 할 수 있다. 너무나 다른 생활을 해오던 두 사람이 만나 아름다운 사랑을 한다. 최동훈 감독이 너무 아름답게 표현했다. 촬영 현장에서는 김해숙에게 나를 사랑한다는 최면을 걸기 위해 계속해서 “사랑해”라고 귀에 속삭였다. (웃음)

임달화는 홍콩 느와르의 상징적인 배우이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소프트한 느낌이 있다. 전작에서의 임달화를 기억하는 배우라면 이질적으로 다가올 수도.
예전에 홍콩에서 느와르를 찍었을 때는 여자를 밀쳐내고 총을 쏘는 느낌이었다면 이번에는 씹던껌을 품에 안고 총을 쏜다. 그런 차이가 있다. 시대가 변하니까 마음가짐이 변한다. 예전 같은 하드하게 다가갈 수도 있지만 이번에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씹던껌을 위해 한발이라도 총을 더 맞기 위해 총격전을 벌이는? 지금의 나의 감정은 이게 더 맞다.

영화에 맞는 역할, 감독이 요구하는 배역을 연기하는 것이 좋은 배우라고 생각한다. 질문처럼 두기봉 감독의 영화 때에는 매우 하드한 느낌이었다. 이번에는 조금 더 부드럽고 소프트하다. 다음 번에는 홍콩 느와르의 느낌을 더 살릴 수 있는 작품으로 찾아 뵙고 싶다.


연기적으로 후배들을 위해 노하우를 전한다면?
사실 개인적으로 여행하는 것을 매우 즐긴다. 그래서 연기를 할때도 연기를 하는게 아니라 어떤 캐릭터가 되어 생활을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 자료조사 작업을 굉장히 중시하는 편이다. 3개월은 여기에 몰두한다. 그리고 100가지의 질문을 가지고 캐릭터를 분석한다. 배경을 먼저 이해하게 되면 연기할 필요가 없다. 씹던껌과 첫눈에 반해 로맨스를 나누고 서로를 지키기 위해 액션연기를 펼치는 것 역시 모두 여기에서 출발한다. 본인이 그 캐릭터에 완전히 동화됐을 때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기도 하다.

올해 나이가 57세인데 외모나 연기에서 자기관리가 굉장히 뛰어난 거 같다.
연기를 사랑하고 연기하는 과정을 즐긴다. 이것이 자연스럽게 나로 하여금 자기관리를 하게 만든다. 연기자체가 원동력이자 비법이다. 배우로서 원칙이 있다면 무엇을 바라지 말고 내가 맡은 역할을 충실히 잘해내자라는 것이다. 그것이 자기관리의 비법이라고 생각한다.

굉장히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배우다.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점은 무엇인가?
우선 재미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역할이 내가 무엇인가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이 주어지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실 첸과 씹던껌의 로맨스는 극 후반부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출연을 결심하게 된 것은 이 로맨스 장면이 관객을 마음을 울릴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게 아마 영화를 하는데 가장 재미있는 것이 아닐까? (사진제공: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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