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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힐러’ 박민영, 오해를 허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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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t뉴스 최송희 기자] 언제부터였을까. 긴 머리를 싹둑 자르고 나타난 그가 얼굴을 구기며 호방하게 웃기 시작했다.

아무 데서나 노래하고 춤을 추기도 하며, 특종을 위해 몸을 날렸다. 예쁜 얼굴을 한 여기자가 진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를 벌이는 동안 그를 둘러싼 소음은 잦아들었다. 새침데기 같던 인상도 흐려졌다. 그리고 브라운관에는 여배우가 아닌 온전한 채영신만 남게 됐다. 배우 박민영의 이야기다.

최근 KBS2 월화드라마 ‘힐러’(극본 송지나, 연출 이정섭 김진우) 종영 후 한경닷컴 bnt뉴스는 박민영과 만났다. 막연히 새침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섣부른 오해였다. “남들이 웃기다고 말하는 게 좋은” 여배우는 호쾌하게 웃었고, 유쾌한 농담도 아끼지 않았다.

“부장 앞에서 기사 때문에 욕 하고, 노래 잘하는 지창욱 앞에서 노래를 불렀죠. 무용 전공자인 유지태 선배님 앞에서 춤까지 추고요. (웃음) 영신이가 흥이 많다 보니까 촬영장 분위기도 늘 좋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렇게 좋은 촬영장, 스태프들, 배우들, 캐릭터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 끝나는 게 더 아쉬운 것 같아요.”

작품에 대한 애정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깊었다. 가볍게 던진 단어들에서, 작품을 말할 때의 눈에서 박민영이 가진 ‘힐러’에 대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너무도 아끼고 사랑하는 작품”인 만큼 “다른 사람들에게도 사랑 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던 터였다.

“끝나고 나니 공허하더라고요. 그래도 다행인 건 마지막 장면에서 정후(지창욱)랑 영신이 표정이 참 밝았다는 거예요. 연기하는 입장에서도 두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바랐거든요. 참 힘들었던 아이들인 만큼 예쁘게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박민영의 말마따나 영신은 ‘흥이 많은’ 아이다. “극도로 기분이 좋거나 극도로 기분이 나쁘거나, 극도로 긴장이 되면” 큰 목소리로 노래하기 시작한다. 아버지와 눈만 마주치면 격렬한 춤판을 벌이고 자신의 감정에 있어서도 가감 없이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그렇기 때문에 영신은 더 사랑스럽고, 더 매력적이었다.

“정후가 얼마 전에 비슷한 이야길 했어요. ‘근래 본 드라마 중에 영신이가 제일 사랑스럽다’고요. 그래서 제가 ‘내가 해서 그래’하고 농담하기도 했었죠. (웃음) 영신이와 정후의 관계를 가장 잘 드러낸 장면은 5회의 엔딩신이라고 생각해요. 위험에 빠진 상황에서 영신이가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정후의 손을 잡고 뛰쳐나오죠. 이런 캐릭터가 어디 있어요.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신 같아요. 캐릭터 때문이라도 정말 하고 싶었다니까요. 영신이만의 매력에 빠져서 시작했고, 그걸 잘 살리고 싶었어요. 만약 부족했다면 제가 부족했던 거지 캐릭터는 완벽했던 것 같아요.”

여배우가 말하는 가장 ‘완벽한’ 캐릭터. 하지만 그 완벽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에 있어서 남다른 고충(?)이 있었다. 그는 말을 꺼내기 전부터 고개를 젖히고 하하하 웃더니 “지창욱 앞에서 노래하는 게 얼마나 부끄러운지 아느냐”고 되묻는다.

“지창욱이 노래를 진짜 잘해요. 심지어 무반주 노래신은 친해지기도 전에 찍었거든요. 촬영하기 전에 ‘미안한데 진짜 웃지마’하고 선전포고 한 다음에 찍었던 거예요. 나중엔 뻔뻔해져서 손동작도 집어놓고 애드리브도 막 넣었죠.”


대화를 나눌수록 박민영에 대한 오해는 허물어지고, 눈앞에 채영신을 마주하고 있다는 착각마저 든다. 지인들이 “이제야 너에게 맞는 캐릭터를 맡았구나”라고 입을 모아 말할 정도로 박민영과 채영신의 간격은 좁았다.

“제가 깨방정을 꽤 떨거든요. 회사에서 제가 하도 운동을 안 하니까 춤 선생님을 붙여줬어요. 춤추는 건 좋아하니까요. 영신이가 옛날 노래를 좋아한다는 설정이 없었으면 걸그룹 댄스를 보여드렸을 텐데. 아쉬워요. 저 SES 춤 완곡 다 가능하거든요. (웃음)”

뜻밖의 모습들. 대화를 나눌수록 박민영에 대한 오해들이 무너졌다. 박민영 스스로도 인정하는 부분이었다. “연기를 못하게 생겼다” “서울 여자 같이 생겼다” “새침할 것 같다”고 줄줄 읊으면서 “실은 깨방정 덩어리”라 털어놓는다.

인터뷰 보다는 수다에 가까운 분위기. 박민영에게 “동료 기자와 말하는 것 같다”고 말을 건네자 그는 “그럼요. 이제 기자분들 마음 조금은 이해해요”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그의 말에 조금 더 궁금해졌다. 박민영이 보는 기자들의 모습은 어떨까. 개인적인 궁금증이기도 했다. 질문을 던지자 그는 타자를 치고 있는 기자를 예리하게 살핀다.

“어느 순간부터 기자들을 관찰하게 되더라고요. 이런 옷을 입는구나, 상대의 눈을 보면서도 타자를 쓸 수 있어야겠구나. 기자 간담회에서 관심 없는 답변이 나오면 앞에 써뒀던 기사를 내보내는 구나. (웃음) 제일 중요했던 건 외적인 걸 떠나서 자세에 대한 것들이었어요. 기자로서의 자세나, 연예부 기자에게 갖는 편견을 깨는 일이요. 예전 같았으면 벽을 두고 얘기했다면 이제는 이렇게 편한 차림으로 기자들과 대화할 수 있게 됐어요. 조금 더 가까워지고 편해진 것 같아요.”


박민영이 드러내는 ‘힐러’의 애정은 연기에 대한 갈망처럼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공백기 동안 “연기의 본질”에 대해 고민했다는 그는 “연기가 정말 하고 싶던” 찰나 ‘힐러’를 만나게 됐다고 털어놨다. “대본의 흡입력과 캐릭터에 대한 만족”으로 대본을 읽은지 3시간 만에 출연을 결정했다. 박민영의 연기에 대한 목마름은 곧 송지나 작가의 눈에도 읽혔다.

“제가 그렇게 티를 냈나 봐요. (웃음) 숨기질 못한다니까요. 연기하고 싶다고 외치던 순간에 만나게 된 것 같아요. 대본에 ‘열여덟, 조카’라는 대사가 있는데 마음이 뻥 뚫리더라고요. 늘 긴장된, 반듯한 역할만 하다가 앞머리를 막 불면서 욕하는 캐릭터를 맡으니 신선했어요. 평소에 욕을 잘 못해서 하루 종일 욕만 연습하기도 했죠. 나중엔 입에 붙어서 문제였지만요.”

욕설을 서슴지 않고, 아무데서나 흥을 즐기는 영신이지만 결코 우악스럽거나 억척스러워 보이진 않았다. 이렇듯 영신이 사랑스럽고 소녀처럼 보일 수 있었던 데는 서정후의 힘이 컸다. 정후와 영신이 발하는 빛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녹였고, 드라마를 더욱 매끄럽고 풍부하게 채워냈다.

“합이 잘 맞았어요. 저는 상대 배우를 볼 때 배역에 얼마나 진정성 있게 다가오는지, 전달하는지, 도와주는지가 가장 중요해요. 원래 성격이나 인기는 기준이 없어요. 전 정후가 그 유명한 동해인지도 몰랐어요. (웃음) 그런데 연기적인 부분도 잘 맞고, 진정성 부분에서 잘 맞더라고요. 항상 멋진 파트너라고 고맙다고 얘기하곤 해요.”

파트너에 대한 고마움과 작품에 대한 애정, 연기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고 덧붙인다.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 허투루 느껴지지 않았다. 오랜 시간 동안 차근차근 쌓아올린 탑처럼, 진정성 있는 그의 속내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일이 즐겁지 않았었어요. 뒤에서 억지로 밀고 나가는 것처럼요. 조금 더 쉬면서 가고 싶은데, 그럴 수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공백기 동안 많은 생각이 들었고, 조금 더 단단해졌어요. 연기에 대한 갈증도 컸고요. 이제는 감사한 마음이 커요.” (사진제공: 문화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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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2-24 08:45 / 수정: 2015-02-24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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