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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펀치’ 김래원, 18년차 배우의 열정

2015-03-02 12:00:25

[bnt뉴스 박슬기 기자/사진 김치윤 기자] “인생에 정답이 있나 선택만 있지. 난 그런 선택을 했고, 지금 책임을 지고 있어.”

이는 SBS 드라마 ‘펀치’에서 박정환(김래원)이 했던 대사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는 김래원의 ‘배우생활’과도 일맥상통 하는 부분이 있다. 사실 작품에 정답이 있겠나. 선택과 결과 역시 배우가 감당해야할 몫. 그런 의미에서 이번 김래원의 복귀는 가히 성공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선택에 대한 결과로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얻었고, 월화극 1위 자리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기 때문이다.

최근 SBS 월화드라마 ‘펀치’(극본 박경수, 연출 이명우) 종영 후 한경닷컴 bnt뉴스와 만난 김래원은 “이제 조금은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대단한 것들은 아니지만 연기를 하면서 점점 깨닫게 되고 느끼는 게 많아지게 됐죠”라며 말문을 열었다.

“많은 분들이 영화 ‘강남 1970’에 이어 ‘펀치’까지 무언가 모르게 많이 변화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어떤 분은 30대가 된 이후로 깊이가 생겼다고 말하는 분도 계시고, 남성적인 면이 커졌다라고 하는 분도 계셨어요. 아마 나이가 들어서 그런 면들이 자연스럽게 변화해서 그러시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전 항상 하던 대로 해왔던 것 같아요.”


오랜만에 복귀한 김래원은 ‘강남 1970’에 이어 ‘펀치’까지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사로잡으며 대중들로부터 호평을 얻었다. 그런만큼 그는 작품 속 캐릭터 박정환에 점점 더 빠져들었고, 젖어있었다.

“평소에 캐릭터의 영향을 좀 받는 것 같아요. 매 작품마다 실제 저도 달라지죠. 계속 좋은 배우를 하려면 캐릭터 영향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받는 게 맞는거죠. 하지만 좋은 면만 받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번 박정환 캐릭터는 제가 봐도 멋있더라고요. (웃음)”

‘펀치’ 속 박정환은 시한부 인생 검사로, 죽는 순간까지도 복수의 끈을 놓지 않는다. 끊임없이 이태준(조재현)과 윤지숙 장관(최명길)에게 집착 아닌 집착의 복수를 이어갔고, 극이 진행될수록 반전은 거듭됐다.

“처음에 박정환이 이태준, 윤지숙한테 그렇게까지 집착하는 게 이해가 안됐어요. 그래서 극 중반부를 넘어서서는 ‘이제 그만 좀 집착했으면 좋겠다. 죽을 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내 딸 아이가 살아갈 세상에서는 지금과 같은 세상이 아니길 바란다’라는 대사 한마디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죠,”

극의 중심에는 박정환과 신하경(김아중)의 딸 예린이(김지영)이 있었다. 예린이는 세상의 유일한 희망이었고, 극의 중심을 잡아주는 매개체 역할이었다. 또한 박정환의 마음을 유일하게 누그러트리는 사람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극 중 두 사람의 부성애 호흡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눈물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실제로도 ‘아빠’ 그러고, ‘딸’ 그랬어요. 지영이가 진짜 똑똑하더라고요. 보통 아역배우들은 솔직하게 하는데, 지영이는 뭘 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그 이상으로 하더라고요. 제가 너무 피곤하고 감기에 걸린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딸 니가 좀 더 잘해줘. 아빠 힘들어서 못 하겠어’라고 투정부리듯 말하면 너무 잘해주더라고요. 딸이 예쁘게, 슬프게 감정을 잘 표현해서 극에 좋은 영향을 준 것 같아요.(웃음)”

또 김래원은 “조재현 선배님하고 연기 했을 때도 너무 좋았어요. 그 호흡은 최고였던 것 같아요. 실질적으로 서로 많은 말은 하지 않았지만, 밀당을 해가면서 연기를 했던 것 같아요. 한마디로 쿵짝이 잘 맞았던거죠. 조재현 선배님이 ‘정환아’ 한 마디만 해도 미는지, 당기는지 그 기운이 자연스레 느껴지더라고요. 오랜만에 같이 연기해서 너무 좋았어요”라며 연기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앞서 조재현은 김래원과의 연기를 두고 ‘브로맨스’라는 표현을 한 바 있다. 이 말을 꺼내자 김래원 역시 “저도 그 생각을 했어요. 중간에 이태준이 집에 찾아와서 제 침대에 누워서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 때 이태준이 ‘니도 많이 힘들제. 나도 많이 힘들다. 그런데 침대 와이리 편하노’라고 말하자 정환이가 ‘10분만 누워 있다가 가세요.’라고 말하거든요. 그 부분에서 뭔가 모를 애틋함이 느껴지면서 ‘이게 바로 브로맨스구나’라고 생각했어요”라며 “조재현과 똑같은 신에서 브로맨스를 느꼈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복귀한 만큼 김래원에게 박정환이라는 캐릭터는 남달랐을 듯 했다. 시청자들로 하여금 김래원을 다시 보게 만든 작품이었고, 그의 연기가 한층 더 돋보였던 작품이었기 때문.
“이번 작품을 하면서 연기에 되게 신경을 많이 썼어요. 박정환이 비록 나쁜 사람이지만 연민을 중간 중간 느낄 수 있도록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 장면이 몸과 마음이 고통스러워하는 장면이에요. 이 장면을 못 살리면 ‘내가 나쁜 짓을 하는 거에 대해 시청자들이 이해를 못할 수도 있겠구나’를 생각했어요. 시간이 지체되고, 현장에서도 괜찮다고 했는데도 제대로 보여주고 싶어서 노력을 많이 했어요.”

그 노력의 결과였을까. 드라마 ‘펀치’는 월화극 부동의 1위 자리를 유지하며,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호평을 받았다. 그런만큼 김래원의 차기작에도 현재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다음 작품에서는 ‘옥탑방 고양이’ 같은 캐릭터 해보는 게 어떠세요?”라고 슬며시 제안하자 김래원은 “안 그래도 지금 시나리오들을 읽고 있는 상태예요. 무거운 작품들을 많이 해서 그런 풀어지는 역할도 하고 싶긴 해요. 마음을 닫고 있지는 않아요”라며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김래원은 어느덧 18년차 중견 배우의 길로 들어섰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많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듯 그는 갈증을 느끼고 있는 듯 했다. 연기에 있어서만큼은 어느 누구보다도 열정 가득한 그이기에 또 다른 선택이 기대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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