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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펀치’ 김아중, 여배우의 뜻밖의 얼굴

2015-03-06 11:40:36

[bnt뉴스 박슬기 기자] ‘펀치’ 신하경(김아중)은 정의와 신념을 위해 불의와 맞서 싸웠다. 누구의 말에도 흔들리지 않았으며, 설사 그 상대가 죽음을 앞둔 남편이라고 해도 자신의 의견을 분명히 했다. 누군가는 그를 ‘민폐 캐릭터’라고 칭했지만, 이러한 중심이 없었다면 ‘펀치’는 악만 남은 드라마로 남았을 것이다.

김아중은 그 속에서도 선(善)의 역할을 뚝심 있게 표현했다. 쟁쟁한 연기자 선배들, 거기에 무거운 검사스토리가 더해져 부담감이 컸을 법 했지만 오히려 그는 드라마의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며 자신의 역할을 분명하게 담아냈다.

최근 SBS 월화드라마 ‘펀치’(극본 박경수, 연출 이명우) 종영 후 한경닷컴 bnt뉴스와 만난 김아중은 “사실 제가 기자간담회 때 민폐 캐릭터가 확실히 돼야 박정환, 이태준 이야기에 탄력을 넣어줄 수 있다고 했었는데, 말을 잘못 했던 것 같아요”라고 말문을 열었다.

“박경수 작가님 드라마는 기존 다른 드라마를 기반으로 해서 이야기 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에요. 그 기준으로 보면 신하경이라는 인물이 민폐 캐릭터라고 해석될 수 있지만, 박경수 작가님의 작품만 놓고 보면 다 각각의 캐릭터가 주체성을 띠고 있기 때문에 선역도 악역도 민폐 캐릭터도 없는거죠.”

김아중의 말처럼 박경수 작가의 드라마는 기존 드라마들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감성보다 이성이 먼저 앞서고, 목표를 위해서라면 해당 캐릭터들은 선과 악을 오간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고, 설득력이 있기에 많은 매니아 층이 존재한다. 물론 김아중도 그 중 한 명이었다.

“평소에 박경수 작가님 작품들을 좋아했었어요. 그런데 대본을 받고 보니 남다르더라고요. 인물구도를 그려놓으셨는데, 그게 너무 흥미로웠어요. 남자, 여자가 서로 사랑하지만 가치관의 대립으로 인해서 갈등을 하는 모습이 솔직히 한국 드라마에서는 드물잖아요. 그런 구도가 너무 신선했었고, 신하경이라는 인물을 보고 안 할 수가 없었죠. 특히 미팅하는 날 하경이에 대해서 작가님이 설명을 해주셨는데, 몇 마디만 들어도 더 이상 많이 묻지 않아도 ‘믿고 갈 수 있겠구나’를 느꼈죠.”

극 중에서 김아중이 소화해내야 하는 역할은 제법 많았다. 아내로서, 엄마로서, 검사로서. 또 후배로서. 하지만 유일한 선 역인만큼 그는 ‘펀치’ 속에서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

“외로워서 많이 힘들었어요. 나와 관계 되어 있는 사람들이 계속 없어지면서 혼자가 되니까 그런 것들이 많이 힘들더라고요. 남편도 떠났고, 친구인 호성이(온주완)도 떠났고, 검사 선배인 윤지숙 장관(최명길)도 다 떠나잖아요. 하지만 작가님이 의도적으로 정의를 지키는 인물을 외롭게 만드신 것 같아요.”


김아중의 말을 듣다보니 4개월이란 시간동안 신하경에 깊게 젖어 있는 듯 했다. 또 조금 더 설득력 있는 캐릭터를 그려내기 위해 패션과 헤어스타일, 제스춰 하나까지도 신경을 쓰며 신하경과 일치되기 위해 노력했다.

“페미닌한 의상을 입으면 약해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쓰리피스 정장을 입는 게 더 에너지 있어 보여서 4벌, 5벌 정도 맞췄던 것 같아요. 또 니트나, 패브릭 소재가 들어가면 사람이 따듯해보여서 소재에도 신경을 많이 썼죠. 특히 작품을 자세히 살펴보시면 제가 머리를 한 쪽 귀로, 넘기고 이야기 하는 신이 많거든요? 그렇게 하는 게 고집 있어 보이더라고요. 바스트 샷 같은 경우는 그 안에서 표현할 수 있는 게 드무니까 소재나 행동 하나에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아요.”

김아중은 생각보다 디테일한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다. 사실 김래원과 조재현에 비해 분량은 작았지만, 그는 ‘분량’보다는 ‘캐릭터의 생명력’에 더 중심을 두었다.

“그동안 제가 캐릭터를 끌고 가는 작품들을 많이 해서, 이번 드라마가 팬들에게는 조금 아쉬울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분량보다는 캐릭터의 완성도가 더 중요다고 생각하거든요. 캐릭터가 얼마나 존재감 있게, 완성도 있게 그려지느냐가 중요하죠. 사실 전 생명력 있는 캐릭터라면 더 작은 역할이라고 해도 상관없어요. 비중이 크지만 역할에 생명력이 없으면 별로 하고 싶지 않아요.”

김아중과 인터뷰가 진행되는 내내 의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막연하게 ‘여배우’ 이미지가 강했지만 실제 김아중은 털털하면서도 시원스러운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팬들과 친밀한 모습을 보이며, 이와 관련된 유쾌한 에피소드를 털어놓기도 했다.

“저희 팬들은 항상 저에게 디스하고, 구박하고 그래요. 팬들이 ‘할망구, 할매’라고 그러고요. ‘나이 먹는 걸 자꾸 각성해라’ ‘빨리 작품 해야 한다’ ‘반칠순’ 이라고 놀려요. 제가 항상 드라마나 어디에 나오면, 굴욕사진만 인터넷에 올리더라고요. 이번 ‘펀치’ 종방연 때도 떡을 보내줬는데, 하얀 백설기에다가 검은색 글씨로 ‘오다 주웠다. 수고’ 이렇게 온 거에요. 그런데 그게 제 팬들의 방식인 것 같아요. (웃음)”


4년 만의 브라운관 복귀 작인만큼 김아중은 더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이며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복귀하는데 있어서 시간이 오래 걸렸던 것은 ‘펀치’ 속 신하경을 만나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팬들에게는 다소 아쉬운 작품일지 몰라도, 김아중 본인에게는 연기적인 부분에서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작품이었으리라. 그랬기에 이번 ‘펀치’가 월화극 시청률 부동의 1위를 차지했고, 또 호평 속에 마무리 됐으니 말이다.

김아중은 ‘펀치’와 함께 성공적인 한 해를 시작했다. 그런만큼 차기작도 중요하기에 “또 작품 들어가셔야죠”라고 넌지시 말을 꺼냈다.

“그래서 지금 작품 계속 보고 있어요. 이번에는 영화를 좀 더 묵직하고 진지한 장르로 하고, 드라마에서 밝고, 웃길 수 있는 역할들을 해보고 싶네요. (웃음)” (사진제공: 나무엑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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