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리뷰] 추억에 빠진 거미, 콘서트 감동+여운+재미 다 잡았다

2015-05-03 03:30:35

[bnt뉴스 김예나 기자] 한 사람의 추억이 우리 모두의 감동으로 승화했다.

5월1일과 2일 양일간 서울 대현동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 2015 거미 소극장 콘서트 ‘폴인메모리(Fall in Memory)’를 개최했다. 이날 거미는 객석을 꽉 채운 700여 명의 관객들에게 감동과 여운으로 오래 남을 또 하나의 추억을 선물했다.

빨간 색상의 밀착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오른 거미는 오프닝 곡으로 ‘지금 행복하세요’를 불렀다. 거미는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옛 추억들을 함께 공유하며 우리들끼리의 새로운 추억을 만들자”고 말하며 ‘폴인메모리’ 콘서트의 의미를 설명했다.

공연 타이틀인 ‘폴인메모리’는 거미가 데뷔 후 처음으로 발매한 동명의 리메이크 앨범과 동일하다. 그는 ‘폴인메모리’를 통해 1990년대를 대표했던 남성 보컬리스트들의 곡을 자신만의 색깔로 재해석하며 색다른 매력을 선보였다.

이번 공연에서 거미는 ‘폴인메모리’ 타이틀곡 ‘해줄수 없는 일’을 포함해 ‘헤어진 다음 날’ ‘너를 사랑해’ 등 수록곡들의 최초 라이브 무대를 꾸몄다. 거미는 새 앨범 수록곡들에 대해 “준비 기간 중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곡 선정이었다. 주옥같은 곡들이 정말 많다보니 고르기 힘들었다. 그중 주위에서 제게 추천해주고 저와 어울리는 곡들을 뽑았다”고 말했다.

첫 번째 게스트로 무대에 오른 가수 영지의 존재감은 단연 빛났다. ‘폴인메모리’ 앨범의 수록곡 ‘준비 없는 이별’을 함께한 두 사람은 눈빛을 교환하고 어깨동무를 하는 등 서로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드러내 보는 이들을 흐뭇하게 했다.

영지는 거미에게 “지루하다. 멘트 하지 마라”고 타박을 주다가도 “순수하고 눈물이 많은 친구다”라며 애정을 내비쳤다. 또 배우 조정석과 거미의 공개 연애를 언급하며 “사실 그 분에게 추파는 제가 던졌다”며 “거미와 제가 다른 점이 무엇이냐”고 너스레를 떨어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또 영지는 평소 눈물이 많은 거미의 일화를 밝히기도 했다. 영지는 “이 친구가 진짜 잘 운다. 추운 겨울 날 호텔에 일이 있어서 갔다. 거미가 그 곳에서 근무하는 주차 안내원을 보더니 ‘추울 것 같다’며 눈물을 쏟더라. 제가 이 친구를 참 존경하고 존중하지만 그날만큼은 황당해서 한 마디 했다”고 털어놨다. 이에 거미는 무안한 듯 “맞다. 그날 좀 많이 울긴 했다”고 말해 또 한 번 웃음을 자아냈다.

두 번째 게스트 가수 김준수의 등장에 관객들은 깜짝 놀랐다. 무대에 오른 김준수는 “홀로서기 이후 첫 게스트 무대다. 게스트로 서는 것은 거의 10년 만일 것이다. 거미 공연 게스트 무대에 설 수 있어서 기쁘고 영광이라 생각 한다”며 거미와의 돈독한 사이를 과시했다. 이어 ‘사랑은 눈꽃처럼’과 뮤지컬 ‘드라큘라’ 넘버 ‘러빙 유 킵스 미 얼라이브(Loving You Keeps Me Alive’를 열창, 여성 관객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눈물샘을 자극하는 진한 감성 발라드 무대의 연속일거란 예상과는 달리 거미는 ‘영원한 친구’ ‘날 떠나지마’ ‘쿵따리 샤바라’ 등 흥겨운 곡들을 연이어 열창했다. 그동안 ‘불후의 명곡’ ‘나는 가수다’ 등에서 보여줬던 과거의 감성을 재해석해 내는 거미 특유의 표현력을 또 한 번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후 거미는 ‘친구라도 될걸 그랬어’ ‘기억상실’ ‘어른아이’ 등 오랜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사랑받는 추억의 명곡 무대를 연달아 꾸몄다. 거미는 “추억이라는 단어는 어딘가 아련해지게 만든다. 세월이 많이 흘렀음에도 그때의 감성과 느낌들이 저도 모르게 나오더라. 여러분도 옛 추억들이 많이 떠오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마지막 앙코르 곡으로 거미는 자신의 데뷔곡 ‘그대 돌아오면’을 선곡했다. 노래에 앞서 그는 “정신적으로 힘든 때가 있었다. 지난해에는 제가 잘 가고 있는 것인지, 잘 할 수 있는 다른 일이 있으면 해 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해봤다”고 고백했다. 이어 거미는 “잘못된 생각이었다. 이렇게 자리를 가득 채워주셔서 감사하다. 더 좋은 노래로 보답 하겠다”고 약속하며 눈물을 보여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데뷔 13년차 솔로 여가수 거미의 내공이 드러난 시간이었다. 한 곡 한 곡의 추억들 덕분에 옛 사람들, 기억들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었다. 더불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지난 추억들에 대한 감사함 역시 느낄 수 있었다. (사진제공: 씨제스엔터테인먼트)

bnt뉴스 기사제보 star@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