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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밤선비’ 최태환, 변화가 두렵지 않은

2015-09-25 13:34:50

[bnt뉴스 김희경 인턴기자 / 사진 김치윤 기자] “배우라는 말은 굉장히 상징적인 단어라고 생각해요. 마치 조선시대 호 같아서, 제가 그걸 가지기엔 앞으로 배울 게 더 많은 거 같아요.”

‘밤을 걷는 선비’ 호진에서 최태환으로 돌아온 그는 드라마 속 이미지와는 다른 듯 묘하게 닮아 있었다. 선한 눈망울과 입꼬리는 호진을 떠올리게 했지만, 막힘이 없는 또렷한 목소리는 보다 강인하고 진실 됐다. 소년 같은 깨끗함이 보이다가도 처연한 눈빛을 보이기도 하고, 또 다시 장난기 어린 표정을 보이는 최태환은 여러 가지 표정을 담고 있었다.

최근 종영된 MBC 드라마 ‘밤을 걷는 선비’(극본 장현주, 연출 이성준, 이하 ‘밤선비’)에 출연했던 최태환은 한경닷컴 bnt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결 같은 겸손함과 솔직함으로 연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밤선비’를 통해 만난 호진 역과 출연 배우들은 그에게 있어 매우 소중한 시간이었다. “첫 사극이라 걱정한 것도 많았지만, 대본 리딩 때부터 이상할 정도로 빨리 친해졌다”고 운을 뗀 그는 “정말 재밌었다”라는 말을 수시로 내뱉었다.


“힘든 줄 모르고 촬영했던 것 같아요. 예민한 것도 없었고 정말 현장도 재밌었거든요. 현장에서 누구 하나 얼굴을 붉히거나 민감하게 구는 사람들이 없었어요. 정말 좋은 분들만 계셔서 현장 분위기도 너무 좋았어요.”

유난히 더웠던 이번 여름에 찍은 사극임에도 “생각보다 덥지 않았다”며 오히려 즐거운 추억만 떠올리는 최태환은 “그런 힘듦이 좋다”며 의외의 답을 했다.

“3, 4일 밤샘촬영을 할 땐 ‘정말 딱 하루만 쉬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하루 쉬면 할 게 없어요. 눈은 일찍 떠졌는데 할 일은 없고, 집에만 있으면 무기력해지잖아요. 제가 일부러 무언가를 찾아서 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마냥 차에만 있는 성격도 아니거든요. 그래서 밖에서 산책을 하면서 많이 돌아다녔던 것 같아요.”

그에게 호진은 또 다른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시종일관 밝고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호진을 만나면서 스스로 바뀐 것이 많았다고 밝혔다.


“저는 호진이를 만나고 정말 엄청난 변화가 있었어요. 원래 호진이 캐릭터는 지금과는 많이 다른 아이였어요. 원래 김성열(이준기)의 호위무사 같고, 어설프긴 해도 우직한 캐릭터였는데 너무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 감독님이 많이 손을 보셨어요. 저에게 ‘네가 감초 역을 해줘야겠다’고 말씀해주셨죠. 많이 밝은 아이를 연기해서 그런지 차에 잘 안 있고 계속 장난치려고 하고 계속 돌아다니면서 사람들과 어울린 것 같아요. 호진이를 많이 담다보니까 저도 모르게 호진이 같은 행동을 하게 되더라고요. 괜히 어설퍼지고, 괜히 장난도 쳐보고, 허당도 되는 느낌이었죠(웃음).”

“제가 이렇게 현장에서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고 편하게 지내본 적이 ‘밤선비’가 처음이에요. 그리고 제가 이번에 스마트폰을 처음 사서 ‘밤선비’ 배우들의 단체방도 있어요. 다들 너무 좋으신 분들이에요.”

‘밤선비’가 무거운 흐름을 끌고 가더라도, 호진의 등장은 그런 답답한 분위기를 잠시나마 환기시켜주는 역이었다. 캐릭터에 많이 동화된 만큼 밝은 모습을 보였다는 최태환이었지만 촬영장 분위기 메이커에 대한 질문에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준기를 꼽았다.

“이준기 선배는 모두가 인정하는 분위기 메이커에요. 정말 대단하시죠. 이준기 선배를 보며 ‘나도 나중에는 저렇게 해야겠다’고 배운 것도 많았어요. 잘 챙겨주셔서 제가 이것저것 많이 물어봤죠. 신이 가장 많으셔서 힘드셨을 텐데 항상 친절하게 대답해주시고 배려도 많이 해주셨어요.”

“생각해보면 모든 배우들 다 좋았어요. 장희진 누나는 너무 천사 같아요. 초반에 누나와 호흡을 맞추는 장면이 많아서 많은 이야기를 했어요. 정말 저희 누나였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물론 친누나도 좋지만, 연기하는 누나가 있으면 더 좋으니까(웃음).”


‘밤선비’ 마지막 장면에 제2의 음석골 선비로 변신한 호진의 모습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종일 굽신거리는 모습을 보였던 그가 값비싼 옷에 낮고 굵직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또 다른 반전이었던 것. 이에 대해 최태환은 “그 옷은 너무 불편했다”며 적응이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말 못 하겠더라고요. 태생이 상거지인 것 같아요(웃음). 촬영을 할 때도 너무 긴장해서 손에 들고 있던 부채가 다 떨렸어요. 몇 개월 간 호진이로 살다가 갑자기 그런 모습을 보이려니까 몸에서 부작용이 일어났던 것 같아요.”

“저는 호진이처럼 살면 굉장히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누가 시켜서 하는 모습이 아니라 자기가 그렇게 하는 걸 좋아하는 아이잖아요. 김성열을 너무 좋아하고 아끼기 때문에 뭐든 자신에게 시켜줬으면 좋겠고, 다 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좋은 것 같아요. 종이나 부리는 사람과는 조금 다르죠. 김성열을 그야말로 신적인 존재로 봤으니까요. 제 마음 속에는 아직 호진이가 살고 있어요. 호진이를 닮아야겠다고 생각해서요. 저는 감정 기복도 심하고 상태가 급변하는데, 호진이는 초지일관 밝고 순수하고 올곧은 아이라서 좋아요. 그렇게 살면 인생의 스트레스도 없지 않을까요?”

최태환은 서글서글하면서도 능청스러운 호진의 역을 충분히 잘 소화했다. 카리스마나 중후함은 없을지언정 그에게 호진이는 충분히 ‘멋있는’ 캐릭터라며 확고하게 답했다.


“멋있는 건 당연히 누구나 하고 싶죠. 하지만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차를 타는 재벌이 저에겐 잘 안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저는 저에게 잘 맞는 게 좋아요. 개인적으로는 호진이도 멋있는 캐릭터라고 봐요.”

“보다 다양하게 연기를 하고 싶어요. 저의 모습을 봐주시는 것도 감사하지만, 제 욕심은 또 다른 모습의 연기를 하고 싶어요. 일단 저는 다른 모델 출신 연기자들만큼 멋있진 않거든요(웃음). 한없이 망가질 자신이 있어요. 역할이 주어진다면 몸을 사리지 않아요. 폭탄 머리도 시켜만 주신다면 할 수 있어요.”

최태환이 ‘밤선비’를 통해 만난 것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캐릭터와 선물 같은 인연, 그리고 앞으로 선보일 연기의 초석이었다. “아직도 부족한 점이 너무 많다”며 연기에 대한 칭찬을 쑥스러워 하면서도 앞으로 다져갈 자신의 길에 대해서는 뚜렷한 신념을 지니고 있었다.

“사람들이 제 연기를 보면서 기분이 좋았으면 해요. 정말 소름 돋는 사이코패스 같은 악역은 보는 사람들이 엄청 무서워하면서도 그게 끝나면 박수를 보내주시잖아요. 그렇게 좋은 에너지를 가진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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