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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마션’, 살고자 한다면 그곳이 어디든

2015-10-13 08:31:54

[bnt뉴스 이승현 인턴기자] 10월의 이른 아침, 창문으로 들어오는 차가운 바람이 발끝을 간지럽히고 시원한 물 한 모금은 남아있던 잠을 쫓아낸다. 어느 날 이런 일상적인 것들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 홀로 고립된다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8일 개봉한 영화 ‘마션’(감독 리들리 스콧)은 화성을 탐사하던 중 고립된 한 남자를 구하기 위해 NASA의 팀원들과 지구인이 펼치는 구출작전을 감동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영화 초반 화성 탐사 팀은 대원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가 모래 폭풍 속에 사망했다고 판단, 그를 화성에 남기고 떠난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마크가 정신이 든 이후부터 시작한다.

한차례 모래 폭풍이 지나간 뒤, 마크의 눈앞에는 모두가 떠나고 홀로 남은 대지 뿐이다. 제한된 공간과 식량은 그를 절망에 빠뜨린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남아있는 식량의 양을 계산하던 중 감자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의 자급자족 ‘화성판 삼시세끼’가 시작된다.

‘마션’은 지금까지의 재난 영화 속 주인공들의 캐릭터를 생각해보게 한다. 과연 이토록 긍정이 넘치는 캐릭터가 있었던가. 그것도 지구를 넘어 우주 어딘가에서 말이다. 그는 화성이라는 고요한 곳에 그만의 세상을 만들고 활력을 불어넣는다. 극한 상황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며 새로운 방법을 찾고 연구한다. 안 될 것이란 생각은 절대 품지 않는다.


혼자임에도 혼자가 아니다

가족에 대한 감정은 영화의 몰입도를 증가시키고 이야기를 절정에 치닫게 하는 요소로 종종 사용되고 있다. 이 작품에서도 가족을 생각하는 마크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러나 영화 속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이 영화의 주된 감정이라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덤덤하게 가족을 위해 살아야 한다는 마음을 나타내고 있다.

도리어 티격태격하면서도 끝까지 마크를 포기하지 않는 동료애는 피보다 진하다. 그와 함께 한 팀원들은 그의 무사귀환을 위해 뜻을 모은다. 지구에서 그를 지켜보고 있는 이들 역시 그의 귀환을 위해 한 마음 한 뜻으로 불철주야 함께 한다. 그의 잔존을 외면하지 않고 전면에서 맞서며 끊임없이 그를 위해 노력한다. 마크가 포기 하지 않는 이상 그는 혼자임에도 혼자가 아니었다.

결국은 자기 자신을 위하여

영화의 주된 핵심은 나 자신의 생존과 귀환을 위한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자신이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그 자신을 돕기 위해 움직일 것이라는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속 말처럼 마크는 지구로의 회귀를, 죽음이 아닌 삶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온 우주가 그를 위해 움직일 수 있게 그가 먼저 움직이고 생각한다.

마크 와트니가 화성에서 새로운 문제들을 접하는 상황은 현재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와 별반 다를 바 없다.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직면하여 풀어나갈 때, 우리는 한 단계 성장하고 그 태도는 새로운 결과와 상황을 끌어온다. 그렇게 ‘마션’ 속 마크 와트니의 유쾌하고 긍정적인 태도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마션’은 개봉 첫 날부터 ‘인터스텔라’ ‘아바타’를 뛰어넘는 오프닝 스코어를 세우며 새로운 흥행 기록을 추가했다. (사진제공: 이십세기폭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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