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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도리화가’, 그 아름다운 꽃이 완연히 피기까지

2015-11-23 17:23:38

[bnt뉴스 이린 기자] 가녀린 꽃봉오리가 향기를 머금은 한 송이의 꽃이 되기까지 정말 멀고도 험했다. 그렇기에 고맙다는 말부터 전하고 싶다.

‘도리화가’(감독 이종필)는 1867년 여자는 판소리를 할 수 없었던 시대, 운명을 거슬러 소리의 꿈을 꿨던 조선 최초의 여류소리꾼 진채선(배수지)과 그를 키워낸 스승 신재효(류승룡)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영화.

때는 이렇다. 금기를 깨는 자는 목숨이 위태로운 혼돈의 조선 말기, 어릴 적 부모를 잃고 우연히 듣게 된 신재효의 아름다운 소리를 잊지 못한 진채선은 여자라는 이유로 금기시됐던 소리의 꿈을 목숨을 걸고 품는다.

담벼락으로 건너 배운 소리의 꿈을 버릴 수 없던 진채선은 동리정사의 수장 신재효를 찾아가고 간절한 그의 청에도 ‘단지 여자이기에’ 단호하게 거절한다. 남장까지 불사하고 겨우겨우 소리꾼의 무대에 설 수 있었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에 양반 후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된다. 이에 그들은 진채선이기에 가능한 소리를 위해 사활을 건 무대를 꾸민다.


이처럼 ‘도리화가’는 신재효와 김세종(송새벽)을 만나면서 이뤄지는 진채선의 성장기를 담는다. 진채선이 성장하는 것처럼 진채선의 옷을 입은 배수지 역시 후반부에 다다를수록 그 깊이를 더해간다. ‘이런 분위기를 지녔나’ 싶을 정도로 그의 목소리에는 힘뿐만 아니라 한까지 담겨있다. 1년 넘게 매진했다던 판소리는 물론 연기 역시 첫 스크린 데뷔작 ‘건축학개론’(감독 이용주)에 비해 한층 성숙해졌다.

배수지와 사제지간의 애틋함을 그려낸 류승룡은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그 시대의 신재효를 연상시킨다. ‘광해, 왕이 된 남자’(감독 추창민) ‘명량’(감독 김한민)에 이어 세 번째 실존 인물을 연기한 류승룡은 신재효의 희로애락을 눈빛과 목소리 안에 오롯이 담아냈다. 더불어 실존 인물 김세종을 열연한 송새벽과 소리꾼 칠성 역의 이동휘, 용복 역의 안재홍, 감독과의 친분으로 우정 출연한 흥선대원군 역의 김남길 역시 극의 한 축을 담당하며 열연을 펼쳤다.

하지만 소리에서 오는 진한 감동과 극적인 긴장감을 관객들에게 전달했다고 하기에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제 2의 ‘서편제’(감독 임권택)를 기대한 관객들에게는 더욱 그러리라 생각된다. 또 진채선과 신재효의 사제간의 애틋함을 넘어선 그리움까지 풀어낸 후반부에서는 소리꾼의 꿈을 이룬 진채선이 아닌 첫 사랑을 못 잊는 한 여인의 모습만을 비추는 듯 보였다.

영상미는 흠잡을 데 없이 넘쳤다.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며 절경만을 담아낸 노력이 ‘도리화가’ 속 스토리와 어우러져 폭포와 동굴, 갈대밭까지 생생하게 그려져 감탄을 자아낸다.

한편 ‘도리화가’는 25일 개봉 예정이다. 러닝 타임 109분. (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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