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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K-POP 이끄는 숨은 주역, 안무가 배윤정

2016-05-20 10:08:17

[우지안 기자] 화려한 퍼포먼스로 대중을 압도하는 걸그룹. 그중에서도 지금 머릿속을 스치는 현란한 안무를 창작한 장본인이 바로 배윤정이다. 브라운아이드걸스 ‘아브라카다브라’의 시건방춤, 카라 ‘미스터’의 엉덩이춤, EXID ‘위아래’의 골반춤 등 노래만큼이나 돋보였던 이들의 포인트 안무는 모두 배윤정의 작품이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프로듀스101’에서 댄스 트레이너이자 심사위원으로 출연한 그는 솔직한 직언을 하면서도 때로는 따뜻한 격려와 조언으로 연습생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지도자로 꼽히기도 했다.

K-POP을 이끄는 걸그룹의 무대 뒤에는 배윤정이 있었다. 국내 최고의 명실상부한 댄스팀 ‘야마앤핫칙스’를 이끌고 있는 그는 직접 트레이닝한 걸그룹을 세상 밖으로 꺼내 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 이유 있는 카리스마를 장착하고 또 어떤 노래와 안무로 대중의 ‘흥’을 책임 지 기대가 된다.

Q. 촬영 소감
오늘 촬영 너무 재밌었다. 여러 벌 옷을 입고 다양한 스타일을 해본 적은 처음이라 색다른 경험이었다.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자주 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착장은 블랙 보디슈트에 화이트 와이드 팬츠. 나와 가장 잘 어울렸던 것 같아 가장 마음에 들었다.

Q. 국내 최고의 안무가로 꼽힌다. 원래부터 안무가가 되려고 했는지
전혀 아니다. 그냥 춤이 좋았던 거지 안무가가 되리라고는 생각 못 했다. 춤을 추다 보니 자연스럽게 안무를 짜게 됐고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고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재밌어지더라. 그러다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다(웃음).

Q. 춤은 언제부터 추기 시작했는지, 춤추는 것과 안무를 만드는 일을 좀 다를 것 같은데
춤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시작했다. 안무를 짜는 것과 춤추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개인적으로 춤추는 게 좋지 안무를 만드는 건 일이라고 생각된다(웃음). 물론 안무를 짤 때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너무 재밌지만 음악이나 그룹의 스타일에 맞춰서 해야 되니까 힘든 점이 있다. 예를 들면 조용한 노래에 귀여운 안무를 넣어 달라고 하거나 러블리한 콘셉트에 섹시한 안무를 넣어달라고 하는 경우에는 내가 생각했던 그림이나 퍼포먼스가 나올 수 없으니까 속상할 때가 많다.

Q. 평소 선호하는 춤 스타일이나 장르는
디테일한 춤보다는 약간 보이시하고 섹시한 춤을 좋아한다.


Q. ‘프로듀스101’ 댄스 트레이닝을 담당했다. 첫 회부터 눈에 띄었던 연습생이 있다면
청하, 박소연, 전소미 이렇게 세 친구가 가장 눈에 띄었다. 청하 같은 경우는 솔직히 이렇게까지 치고 올라올 줄은 몰랐다. 춤을 너무 잘 추고 끼가 많다. 소연이는 개인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인데 어린 나이에 비해 리더십도 좋고 장르 상관없이 여러 가지 다 잘하더라. 소미는 스타성이 많이 보였다.

Q. ‘호랑이 선생님’으로 불리더라. 혹독하게 가르치는 이유가 있을까
그렇게 짧은 시간 안에 호되게 가르치지 않으면 집중을 못한다. 101명의 연습생의 기에 눌리면 진도를 나갈 수가 없어서 처음에는 일부러라도 무섭게 했다. 매일 같이 무서운 모습만 보였던 건 아니다. 점점 가까워지면서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눈빛이나 표정만 보고도 빠릿빠릿하게 잘 따라오더라. 그러면서 혼날일도 줄어들고. 처음에는 호통도 많이 쳤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굉장히 즐겁고 재밌게 수업하고 촬영했던 것 같다.

Q. 방송이 나간 뒤 까칠하고 셀 것 같은 이미지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평소 성격은
일할 때처럼 항상 세고 까칠하고 무섭지는 않다. ‘프로듀스101’에 나왔던 것처럼 가르칠 때만큼은 조금 무섭게 하는 편이고 친구들이나 다른 스태프들과 있을 때는 바보 같기도 하고 눈물도 많다(웃음). 그리고 의외로 수다 떠는 걸 굉장히 좋아한다.

Q. 방송 출연 후 이전과 달리 바빠졌는지
달라진 건 많이 없다. 방송 이후로 달라진 점은 이렇게 화보 촬영을 하거나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는 정도. 원래 하던 일을 그대로 하고 있다. 올 하반기쯤에는 직접 트레이닝한 걸그룹을 데뷔시키고자 힘을 쏟고 있다.

Q. ‘프로듀스101’ 촬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일이 있었다. 정말 정신없이 지나간 것 같다. 초반에는 거의 24시간 촬영했다. 101명이나 되는 연습생을 한 명씩 오디션도 봐야 하고 등급별로 나눠서 또 봐줘야 되니까 시행착오가 많았다. 촬영하다 중간에 화장실 가서 오바이트도 했을 정도였다. 지나고 나니 힘들었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Q. ‘프로듀스101’ 김소혜에게 했던 말이 패러디가 되고 있는데
그게 유행이 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 못 했다. 방송이나 SNS를 보면 사람들이 그림이나 영상으로 많이 패러디하더라. 나를 비꼬면서 얘기해도 너무 재밌다(웃음). 가만 보니 소혜가 춤을 못 추는 친구가 아니라 단지 접해본 적이 없어서 처음에 헤맸던 것 같다. 가르쳐보니 가능성이 있더라.


Q. ‘프로듀스101’ 트레이너 선생님들과의 친분
치타, 성은 선생님은 프로듀스101에서 처음 인연이 돼서 만났다. 제아 같은 경우는 ‘아브라카다브라’ 때부터 우리 팀과 함께 작업을 했기 때문에 제자로 먼저 만났다가 함께 출연하게 된 셈이다.

Q. 평소 친하게 지내는 연예인이 많을 것 같은데
많지는 않다. 구하라, 걸스데이, EXID 멤버들이랑은 개인적으로 연락을 하는 편이다. 우선 안무를 우리 팀에서 짰고, 연습하러 오니까 그때부터 서로 이런 모습 저런 모습 다 보며 가까워질 수밖에 없었다. 또 먼저 싹싹하게 연락을 하더라.

Q. ‘아! 이건 히트 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던 안무는
브라운아이드걸스 ‘아브라카다브라’. 내가 보고도 박수쳤다. 전체적인 안무도 너무 잘 나왔지만 가수가 노래에 맞춰 안무를 표현하고 표정 하나하나까지 너무 잘해줬다.

Q. 안무 만들 때 영감은 어디서 받는지
딱히 영감을 찾진 않는다. 일상생활에서 많이 나온다. 연습실에 있는 친구들이 연습하기 전에 스트레칭을 한다던가 무심코 머리를 만질 때 우연히 나오는 경우도 많다. 브아걸 ‘시건방춤’은 춤추기 전 스트레칭을 하다가 전홍복 단장이 아이디어를 내고 내가 동작을 취해 보면서 함께 만들었다. 남자 단장이랑 일을 같이 하다 보니 남자의 시선에서 봤을 때 괜찮은 안무가 나올 수 있는 것 같다. 보통 전홍복 단장이 아이디어를 내면 내가 몸으로 구현해서 함께 만들고 있다.

Q. 가장 애착 가는 안무가 있다면
EXID ‘위아래’. 만들고 나서 욕도 많이 먹었다. 그 친구들이 너무 힘들게 고생을 많이 해서 정말 잘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위아래’를 처음 선보였을 때는 반응이 별로 안 좋아서 속상했는데 지금은 많이들 좋아해 주시니 좋다.

Q. 걸그룹 제자들이 많겠다. 어떤 제자가 가장 기억에 남는가
티아라 지연이 같은 경우는 솔로 앨범도 자주 냈으면 좋겠다. 우리 팀에서 만든 안무를 완벽하게 소화한다. ‘이렇게 추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면 포인트를 정확하게 알고 그 느낌대로 잘 춘다. 춤출 때 선도 깨끗하고. 내가 짠 안무를 멋지게 소화하니 뿌듯하다. 반면에 못 추는 친구들도 많다(웃음). 하지만 1-2년씩 연습하면 결국엔 잘하게 되더라.

Q. 지금의 남편 제롬과의 러브스토리
브라운아이드걸스가 라스베가스에서 공연을 하게 돼서 함께 같이 갔을 때 만났다. 그때 지금의 남편은 케이팝 관련 인터뷰를 하러 왔었다. 브아걸 친구들이 남편과 친분이 있어서 좋은 클럽 있으면 데려가달라고 해서 나도 함께 갔었다. 서로 SNS를 공유하고 그 이후로는 그냥 인사만 하던 사이였다. 오빠가 한국에 오면서 자연스럽게 데이트 신청을 했고 밥도 먹고 자주 보면서 결혼까지 하게 됐다.

Q. 남편 자랑
굉장히 성실하고 솔직하다. 너무 솔직한 게 장점이자 단점이다(웃음). 그리고 재밌다. 집안에서 나는 요리, 설거지만 한다. 빨래나 청소는 다 오빠가 해주는데 잔소리도 하면서 한다(웃음).

Q. 싸우기도 하는지
맨날 싸운다(웃음). 내가 건망증이 심해서 자꾸 뭔가 까먹는다. 그런 것 때문에도 싸우고. 오빠가 너무 깔끔해서 집이 더럽거나 지저분한 걸 못 보는 성격이라 사소한 걸로도 티격태격한다.


Q. 군살 없고 탄력 있는 몸매 관리 비결이 있다면
몸매가 좋은 건 아니다. 그냥 덩치도 크고 다 크다(웃음). 태닝을 해서 그런지 건강하게 보이는 것 같다. 물만 먹어도 살찌는 체질이라 오늘 같이 촬영이 있는 날이면 굶는 편이다. 공연하기 2주 전부터는 식단 조절도 하고. 사실 운동은 따로 안 한다. 춤추는 것 외에는 움직이는 걸 싫어한다.

Q.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는지
한증막 가서 땀을 뺀다. 새벽에 혼자 갔다 오기도 하고. 술도 별로 안 좋아해서 쉬는 날에는 주로 사우나 가거나 집에서 TV 보면서 가만히 있는데 그게 제일 행복하다.

Q. 직접 트레이닝한 걸그룹을 선보인다고
오디션 보고 캐스팅 한지는 일 년 조금 넘었다. 이제 어느 정도 아이들이 세팅이 됐지만 더 좋은 친구가 있으면 추가적으로 멤버 수를 늘릴 예정이다. 아무래도 안무팀으로 시작한 회사기 때문에 독특하고 멜로디가 좋은 음악들을 들려드릴 예정이다. 데뷔는 이번 연도 하반기 정도로 예상하고 늦어져도 내년 초가 될 것 같다.

Q. 직접 걸그룹을 제작하게 된 계기는
댄서라는 수명이 길지 않다. 평생 직장으로 삼기에는 너무 힘든 직업이다. 위에서 끌어줘야 하는데 중간에 꿈을 포기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엔터테인먼트를 생각하게 됐다. 우리 팀에서 나온 안무 때문에 히트 친 가수들도 많기 때문에 ‘우리가 한번 해보자’해서 처음으로 시작하게 됐다.

Q. 안무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내가 특별히 안무에 소질이 있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운도 좋았던 것 같고. 창작을 한다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이다. 무작정 연습실 안에서만 하려고 하지 말고 많이 돌아다녀 보고 경험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좋은 아이디어는 우연한 경우에 번뜩일 수 있기 때문에 많이 보고 듣고 연구했으면 좋겠다.

기획 진행: 우지안, 조원신
포토: bnt포토그래퍼 류수
영상 촬영, 편집: 박승민, 남우림
의상: 레미떼, 아키클래식, 우제이, 펠로말로, 아메리칸 어패럴
슈즈: 아키클래식, 아쉬, 버쉬카, 팀버랜드
선글라스: 리에티
헤어: 더셀럽 손은희
메이크업: 더셀럽 최란
장소협찬: 퍼핀스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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