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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랜 세월 커다란 뚜껑 열고, 단단해진 내면 품은 배우 황보라

2016-06-07 09:50:49

[조원신 기자] ‘붐’과도 같았다. 신비로운 마스크에 큰 눈을 껌뻑이며 홀연히 나타난 그녀는 긴 치맛자락으로 바닥을 덮고 이내 자연스레 대중들의 뇌리에 안착했다. 그 뒤로 1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고 당시의 분위기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성숙한 연기자가 되어있었다. 배우 황보라.

수많은 캐릭터를 연기해야 하는 배우에게 강렬한 이미지가 남는다는 건 득보다 실이 클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보기 좋게 그런 편견을 잠재웠고 연기로서 자신을 증명했다.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통해 자신이 추구하는 ‘감동을 주는 배우’로서 성장해가고 있는 그의 눈은 여전히 연기에 대한 욕심으로 가득했다.

bnt와 황보라가 만난 화보 촬영은 화보 경험이 거의 없다던 그의 말이 무색할 정도로 프로페셔널하고 물 흐르듯 진행 됐다. 네 가지의 다양한 콘셉트를 완벽하게 소화해낸 그는 이어진 인터뷰를 통해 그가 가진 연기에 대한 진정성을 면밀하게 들어냈다.

화보 촬영을 마쳤는데요, 마음에 들었던 콘셉트는 뭔가요.

두 번째(플라워 원피스). 저는 화보 같은 걸 많이 안 찍어봤거든요. 제가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소녀적인 감성도 있었던 것 같고 청초한 외국 아이 느낌?(웃음)이 났던 거 같아요. 제가 갖지 못했던 색깔이 많이 났던 거 같아 좋았어요.

데뷔는 어떻게 하게 됐나요.

‘황보라’라는 걸 각인시켜주게 된 건 광고지만 CF로 데뷔한 건 아니었어요. 어릴 때는 막연하게 미술을 해야겠다는 꿈이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차태현 선배님의 팬 사인회를 가게 됐고 우연치 않게 그 자리에서 캐스팅이 됐죠.

그게 계기가 돼서 2003년에 SBS 10기 공채 탤런트 시험을 보고 합격해서 ‘토지’라는 드라마로 데뷔하게 됐어요. 당시에는 직장인들과 다르지 않게 출퇴근을 하며 단역을 맡아 했던 기억이 나요.

이후 공채 탤런트의 계약 기간이 풀리고 프리로 전향하면서 소속사를 찾아 들어가게 됐어요. 단역만 하다가 제 이름을 갖고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어요. 물론 공채 탤런트가 되는 과정도 좋았지만 더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황보라’를 본격적으로 알리게 된 ‘왕뚜껑’ CF는 어떻게 찍게 된 건가요.

새 소속사에 들어가서 소식을 듣고 오디션을 보게 됐고 붙었어요.

당시 기분이 어땠어요.

정말 감사해야 했던 것을 그때는 철이 없어서 그랬었던 건지 잘 몰랐어요. CF를 찍고 연달아 영화 ‘좋지 아니한가’ 부터 시트콤 ‘레인보우 로망스’ 까지.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찍었었던 거 같아요. 참 좋은 수순을 밟았던 건데.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행운아였구나 싶기도 해요.


함께 작품을 했던 배우들과는 여전히 교류하고 있나요.

‘좋지 아니한가’를 함께 찍었던 아인이랑은 여전히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영화 ‘라듸오 데이즈’를 통해 알게 된 아성이도 계속 연락을 하며 지내고요. 최근에는 드라마 ‘욱씨남정기’를 통해 인연을 맺게 된 선영언니와 가깝게 지내고 있어요.

지금까지 했던 작품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뭔가요.

‘좋지 아니한가’ 라는 작품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그 당시에 신인으로서 좋은 역할을 했었다는 걸 잘 실감하지 못했는데 요즘 들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론 신인상을 안겨주기도 했던 작품이고. 2006년에 찍었으니 딱 10년 된 작품인데 종종 TV에서 틀어주는 걸 보면 세월이 지나도 늙지 않는 영화인 것 같아요. 저에게 많은 사람을 남기고 또 작품을 남겼고. 잊지 못할 선물 같은 영화였어요.

자신 있는 연기와 맡고 싶은 역할이 따로 있나요.

제가 부산사람이라 사투리로 하는 연기가 자신 있는데 아직 한 번도 못해봤어요. 그래서 자유롭게 사투리 구사를 할 수 있는 역할은 한 번쯤 맡아보고 싶어요.

기존의 작품 중에 탐나는 역할은 있었나요.

제가 실은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데 ‘응답하라’ 시리즈는 전부 다 봤어요. 정말 너무 재밌더라고요. 그중에서도 최근작의 주인공 ‘덕선’ 역할이라던가 ‘성나정’ 역할은 너무 좋더라고요. 제게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비슷한 풍의 역할을 한 번 쯤은 꼭 맡아보고 싶어요.


함께 연기해보고 싶은 배우는 있나요.

요즘 인터뷰를 통해 자주 언급하게 되는데 시트콤 ‘레인보우 로망스’를 통해 함께 연기했던 이민기씨와 한 번 더 호흡을 맞춰보고 싶어요. 또 드라마 ‘아랑 사또전’에 함께 출연했던 연우진씨. 씬이 함께 걸리는 게 없어서 같이 연기해보지는 못했거든요. 또 이성민 선배님이나 조진웅 선배님. 두 선배님들 모두 평소에도 정통 사투리를 쓰셔서 저와 잘 맞을 것 같아요.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감독님은 계신가요.

누구든 저 좀 써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제가 딱히 가리지는 않아서요.

어떤 배우가 되고 싶으세요.

제가 연기한 작품에 대해서 책임을 질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촬영에 들어가고 내 연기가 끝나면 다 했다고 생각하는 배우가 되고 싶진 않아요. 연기가 끝나도 편집이라든가 내 연기의 디테일한 부분까지도 끝까지 감독님과 상의해서 놓치지 않고 싶어요. 또 촬영을 모두 마무리하면 작품을 위한 홍보나 인터뷰와 같은 후반 작업까지 열심히 책임질 수 있는 그런 ‘내 값을 다하는 배우’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저는 특히 하정우 선배님을 보면서 그런 점을 많이 느꼈거든요. 사실 크랭크업을 하면 손을 놓는 배우들을 많이 봐왔는데 선배님은 스코어가 다 마무리가 될 때까지 손을 놓지 않더라고요. 감독과 끝까지 싸우고 토론하고 매순간 관객 리뷰까지 다 찾아볼 정도로.

선배님이 하시는 말씀이 연기도 당연히 늘어야 하지만 더 큰 배우가 되려면 그 이상을 해야 된다고 하셨어요. ‘하정우’하면 모두가 인정하는 연기파 배우인데 정말 그 이상의 큰 배우로 보이는 건 그만큼 많은 부분을 해내고 있기에 그런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저도 그렇게 더 크게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올해 계획은 뭔가요.

작년에 연기 활동을 많이 못해서 다작을 하고 싶어요. 실은 소속사 사무실이 오픈한지 얼마 안돼서.(웃음) 사무실에 도움이 되고 싶기도 하고요.

배우로서의 목표는 뭔가요.

어렸을 때는 좋은 작품을 만나서 칸영화제에 가서 상을 받고 청룡영화제에 나가서 여우주연상을 받고 대상까지 받는 게 목표였는데 이제는 완전히 바뀌었어요. 그 부분에 대해서 말로 표현하는 게 쉽지 않았는데 우연히 좋은 기회가 생겨 조진웅 선배님과 프랑스 칸에 갔다가 선배님의 말씀을 듣고 확고해졌어요.

상이라는 건 연기를 꾸준히 하니까 주는 선물 같은 거지 이게 궁극적인 목표는 아니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저는 제가 생각했던 그런 부분들을 말로서 잘 표현하지 못했었는데 너무 멋지게 말씀해주셔서 감동적이었어요. 선배님께서도 연기를 열심히 하다 보니 어느 순간 그렇게 와있게 됐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도 그렇게 연기를 꾸준히 해서 감동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해요. 돈이나 명예 혹은 상을 바라는 게 아닌, 그런.

연기 외적으로도 감동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해요. 그런 감동을 저도 살며 느끼고 싶고요. 오늘 이렇게 한 컷 한 컷 화보를 찍는 것도 정말 감동적이에요. 사진이 예쁘게 잘 나온 것도 감사하고. 제가 연기자를 하니 이렇게 사진을 찍을 수 있구나 하는 것도 감사하고요.

그렇게 큰 걸 바라기보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고 나 또한 감동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요. 한 사람 한 사람 만날 때마다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싶고 그 사람이 나를 또 만나고 싶었으면 좋겠고. ‘황보라’ 라는 사람을 봤을 때 ‘참 인간적이다’ 라고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것, 그게 저의 궁극적인 목표가 아닐까 싶어요.

끝으로 응원해주시는 팬 분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릴게요.

너무 감사하고 더욱 더 사랑해주시고 좋은 댓글도 많이 달아주세요. 저는 하나하나 다 읽어보거든요.(웃음) 사랑합니다.

기획 진행: 조원신, 임미애
포토: bnt포토그래퍼 차케이
의상: 레미떼, 셀러비, 라이, 그리디어스
슈즈: 아키클래식, 르꼬끄, 라이
선글라스: 블랙피하트 Black Pirate, 라이 아이웨어
시계: 망고스틴
헤어: 에스휴 뷰티살롱 허효진
메이크업: 에스휴 뷰티살롱 홍명연 메이크업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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