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터뷰] 정선경,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2016-11-17 17:10:21

[이주신 기자] 그를 보고 있으니 ‘참 행복해 보인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스스로 만족하며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23년 차 배우 정선경이 bnt와 만남을 가졌다.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던 그의 온정 깊은 얼굴에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편안했다.

사람마다 풍기는 기운 있기 마련인데 그런 그에게서 풍겨져 나오는 기운은 편안함과 행복함이었다. 정선경을 만나 촬영이 시작된 그 순간부터 끝나는 순간까지 현장의 스텝 모두가 그로 인해 행복함을 느꼈다.

한 남자의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 그리고 연기자로서 야무지게 활동하고 있는 정선경의 인터뷰를 지금부터 만나보자.

Q. 오늘 화보 촬영 소감

1년 전에 화보 촬영을 했었는데 그때는 떨리고 어색했다. 오늘은 스텝들이 너무 좋아서 그런지 편하고 즐겁게 촬영했다.

Q. 마음에 들었던 콘셉트

세 번째에 촬영했던 레드 의상이 안 입어봤던 스타일이라 새로웠다.

Q. 근황에 대해

장애인 인식 개선 드라마와 웹 드라마 촬영을 열흘 안에 마치고 내일 싱가포르로 출국한다.

Q. 장애인 인식 개선 드라마는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홍보대사를 13년째 하고 있다. 매년 이맘때 장애인 인식 개선 드라마 촬영을 한다. 그래서 초중고에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요즘 왕따 문제가 심각한데 장애인 왕따는 더욱 심하다. 학생들을 위해 진행되는 드라마라 모르는 사람이 나오면 지루하고 재미없게 느껴지다 보니 십대에게 유명한 사람으로 재능기부를 받아 출연료를 거의 지급하지 않고 진행된다. 이번에는 주제가 음악이라 가수 윤하가 함께했다. 예전에 영화 ‘수상한 고객들’에서 인연이 되어 섭외하게 됐다.

Q. 싱가포르 생활은 어떤지

처음에는 너무 더워서 힘들었다. 3년째 되니까 이제는 한국이 너무 춥다. 계속 더운 나라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 같다. (웃음) ‘함부로 애틋하게’를 촬영 하면서 한국과 싱가포르를 왔다 갔다 하면서 몸이 견디기 힘들어 하더라. 싱가포르는 일단 치안이 너무 좋고 아이들 지내기에도 좋다. 한국은 교육열이 뛰어나서 또래 친구들이 고생한다고 그러더라. 늦게 아이를 가져서 그런지 천천히 가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어쩌면 해외생활이 더 좋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 있으면 나도 학원에 보내야 될 것 같고 아이들한테 미안할 것 같은데 싱가포르 생활은 전혀 그렇지 않아 편하다. 물가가 비싸다는 단점 빼고는 편안하게 잘 지내고 있다.

Q. 결혼에 대해 이슈가 됐었다.

그때 당시에 드라마가 끝나고 뒤 늦게 대학원을 다녔다. 졸업을 하고 35살 정도 됐다. 결혼에 대해 결정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시기가 지나면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신중하게 생각을 했다. 일도 너무 좋았지만 가정을 꾸리고 싶었다. 어렸을 때부터 결혼을 빨리 하고 싶었는데 그때는 상황이 안됐었다. 결혼을 해야겠다는 시점에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고 일본에서 살게 됐다.

Q. 해외 생활에 외롭지는 않았는지

하고 싶었던 일이라 전혀 외롭지 않았고 오히려 한국에서 사람들에게 주목 받고 의식했던 삶이 길었는데 해외에 사니 더 편하게 생활할 수 있었다. 아무도 못 알아보는 그런 곳에서 신혼을 즐겼고 아이들에게 집중할 수 있었고 신랑과 시간을 더 많이 가질 수 있어서. 후배들에게 신혼 때는 해외에서 사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추천한다. 엄마가 서툴러서 아이들이 고생하기는 했지만. (웃음) 지금은 한국에 와서 적응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외롭지 않고 아이를 키우다 보면 그런 생각을 할 시간이 없다. (웃음)


Q. 자녀를 교육하는 자신만의 비법이 있나.

특별한 방법은 없고 내가 막내라 그런지 언니들의 노하우를 배우고 있다. 친구들과 애들 얘기를 하면서 여러 가지 정보를 얻어서 키우고 있다. 아이들에게 최대한 스트레스를 덜 받게 하고 다른 엄마들에 비해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Q. 결혼 후 연기생활을 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오히려 결혼을 하고 나서 가정이 나에게 가장 큰 힘이 됐다. 가정이 없을 때는 시청률이나 일거리 때문에 늘 불안하고 초조했다. 근데 지금은 나를 믿어주고 지켜주는 남편과 아이들이 있어 의지가 된다. 일이 조금 안 들어와도 한발자국 떨어져서 냉정하게 보게 된다. 일과 가정생활에 대해 스스로가 균형을 잘 맞춰가고 있다. 결혼 전에는 슬럼프가 많았는데 지금은 기억조차 안 난다. 중요한 것은 나를 잘 다스리는 일이다.

Q. 가장 행복한 일은 무엇인가.

직업이 연기자다 보니 드라마나 어떤 행사를 홍보할 때 더 많은 사람들이 호응하고 관심을 가진다. 예전부터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봉사를 대중에게 알리고 싶었다. 나를 보고 다른 사람들이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봉사를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하다.

Q. 어떤 봉사활동인지.

둘째 생일이 되면 따로 생일잔치를 하지 않고 그 돈으로 ‘밥퍼’라는 곳에 가서 식사를 대접한다. 친한 친구들과 가서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고 오랜만에 친구들도 만나서 좋고 나눔으로써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모습에 뿌듯하다. 아이들과 엄마 아빠와 자연스러운 교육이 되어서 좋은 것 같다. 다른 가족들도 이 기사를 보고 동참했으면 좋겠다. 그럴 때 뿌듯함을 느낀다.
첫 아이 돌잔치 때는 홀트아동복지회에 입양되는 아이들과 함께 했다. 그 친구들에게 CD로 영상을 만들어서 선물해 줬다. 이런 일들을 하고 싶어도 몰라서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홍보가 많이 되어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으면 좋겠다.

Q.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연기자들끼리 만든 ‘따사모’라는 봉사 단체가 있는데 실무적으로 아는 것이 없어 굉장히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래서 내가 나이도 제일 많았고 그쪽에 관심도 있어서 이론적으로 깊이 공부하고 싶었다. 많은 것을 배우고 실무와 이론이 병합되면서 더 효율적으로 봉사를 할 수 있었다. 잠깐 하고 마는 것이 아니고 평생 대를 이어서 하는 봉사가 이어졌으면 좋겠다. 지금 내 친구들은 내가 없어도 가서 자연스럽게 봉사를 한다.


Q. KBS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에도 출연했다.

해외에 거주해 긴 드라마는 여건이 안 된다. 사전 제작이라 괜찮을 줄 알았는데 너무 힘들게 촬영했다. (웃음) 그런데 오랜만에 촬영해서 좋았다. 드라마를 싱가포르에 가서 봤는데 재미있더라.

Q. 에피소드는 없었나

싱가포르에서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데 사람들 대부분이 한국 드라마를 보고 있더라. 나는 드라마에서 몇 장면 나오지도 않았는데 나를 알아보고 사진을 함께 촬영해 달라는 팬들도 있었다. 외국인들이 김우빈과 수지 이름을 정확히 대면서 드라마를 잘 봤다고 하더라. (웃음)

Q. 상대역 유오성과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

유오성 오빠를 20년 만에 봤다. 인연이 참 깊다. 영화 ‘그들만의 세상’을 함께 촬영 했었고 학교 선배였으며 심지어 데뷔했을 때 나랑 같은 매니저였다. (웃음) 오빠는 영화 쪽으로 너무 잘 풀렸고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워서 옛날 얘기를 많이 했다. 추운 날 촬영하는데 온몸에 핫팩을 붙이면서 20대 때 만났는데 벌써 이렇게 온몸이 이렇게 아프다며 웃었다. (웃음)

Q.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아무래도 첫 작품이 기억에 남는다. 했던 작품들은 다 소중하고 기억에 남지만 그 작품이 없었으면 정선경이 없었으니까. 첫 이미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너무 강했기 때문에 그걸 희석하려는 노력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 그때는 내 이미지를 없애려 했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나 싶다.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었던 운이 잘 따라줬던 배우였던
것 같다.

Q. 배우를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무용을 전공했다. 그때 아르바이트로 엑스트라를 많이 했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단편 영화가 있는데 그때 오디션을 보는 인원수를 채우려다 캐스팅됐다.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우연히 배우가 됐다.

Q. 배우가 안됐더라면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아무래도 결혼을 더 빨리 했을 것 같고 무용선생님? (웃음)

Q.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다양한 작품에 내가 활용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우리나라 영화가 한 방향으로만 가고 있다. 그게 배급의 문제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요즘 드라마가 너무 잘나오고 재미있다 보니까 작은 규모의 영화는 사람들이 보러 오지도 않고 공감을 갖지도 않는다.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않는 것 같아서 아쉽다. 영화 ‘남과 여’와 이번에 촬영한 ‘어느 날’은 예산이 큰 영화가 아니다. 하지만 다양한 장르에 출연하는 것이 즐겁다. 여러 가지 모습으로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Q. 작품 계획

내년 2월에 개봉할 영화 ‘어느 날’의 촬영을 마쳤다. 나는 지금 두 아이의 엄마고 한 남자의 아내로서 연기자로 쌓아왔던 노하우들이 작품에 부드럽게 녹아들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 내 나이에 맞는 내 몸에 맞는 옷을 입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기 좋게 나이를 먹는다는 소리를 가장 듣고 싶다.

Q. 앞으로의 목표

우리 가족이 크게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지내온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큰 탈 없이 행복하게 지내고 싶다. 행복을 유지하는 것이 힘든데 그 고비들이 찾아 올 때 지혜롭게 잘 넘기고 싶다.

Q. 팬들에게 한마디

자주 모습을 비추진 못하지만 많은 분들이 기억해 주고 반겨주셔서 감사하다. 내가 이렇게 사랑을 받았고 여전히 받고 있는 것이 너무 기분이 좋고 힘이 난다. 잊혀진다는 것에 대해 두려워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행복해야 팬들도 행복할 것 같다. 내가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기획 진행: 이주신
포토: bnt포토그래퍼 권해근
의상: 레미떼, 그리디어스
슈즈: 라니아로즈
백: 볼드리니 셀레리아, 그리디어스
주얼리: 프리뮤스
헤어: 작은차이 마준호 실장
메이크업: 작은차이 시연 실장

bnt뉴스 기사제보 fashion@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