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방송 좀 봤어요①] 그 어려운 걸 우리가 해냅니다...‘눈도장’ 받은 2016 스타 열전!

2016-12-31 13:48:18

‘태양’에서 ‘구름’을 지나 ‘바다’까지 왔다. ‘애틋’했으며 ‘질투’와 ‘낭만’이 있었고 ‘쓸쓸하고 찬란하기’까지 했던 2016년의 방송가. 평소 방송 좀 보는 bnt의 연예부 인턴기자들이 새해를 준비하며 올 한 해 방송가를 결산하는 시리즈를 준비했다. 뻔한 것 말고, 주인공 말고, 명대사 말고, ‘방송 좀 본’ 사람들이 스쳐 지나 보내기엔 아쉬운 포인트들이다. *편집자 주

[김영재 인턴기자] 누군가에게 2016년은 도약의 해였다!

사전이 제시하는 눈도장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눈짓으로 허락을 얻어 내는 일이나 또는 상대편의 눈에 띄는 일을 이르는 말’. 여기서 집중할 것은 전자 아닌 후자로, 대중의 눈도장을 받아 2016년에 스타로 도약한 행운 혹은 노력의 주인공들을 열거하고자 한다.

그들은 묵묵히 연기의 길을 걷던 중 기회를 잡아 주연으로 올라섰고, 캐릭터를 찾지 못하던 중 인생작을 만나 예능 주류로 떠올랐다. 2017년 정유년까지 나흘이 남은 현재, 당신의 소중한 시간을 아끼기 위해 추스르고 또 추스른 엑기스 스타 4명을 2개의 범주로 묶었다.

혹여 노파심에 말하지만 기업인 스티븐 코비가 쓴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처럼 스타들을 구구절절 혹은 A부터 Z까지 파고들 생각은 없으니 안심하시라. 그저 당신은 검지로 마우스의 휠을 내리거나, 엄지로 스마트폰의 화면을 내려 그들의 개화를 곱씹으면 될 뿐이다.

#주연도약(主演跳躍) ‘극의 배경에서 극의 얼굴로’

(명사) 단역이나 조연에 머물다 주연을 맡은 사람 혹은 주연을 맡은 작품이 성공한 사람을 지칭할 때 그의 특징을 구분하는 말. 2016년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은 배우들을 설명하기 위해 급조한 말로, 병신년인 올해가 지나면 누구도 기억하지 못할 사자성어다.

서현진


“나 심심하다, 진짜!”

tvN ‘또, 오해영’의 오해영으로 배우 서현진은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거리를 지나가는 아무개를 붙잡고 물어봐도, 인터넷 게시판에 질문 글을 올려봐도 모두가 “2016년 로코퀸은 서현진이다”라고 말할 것이 안 봐도 비디오였다.


혹자는 서현진이 연기한 두 캐릭터, ‘식샤를 합시다2’ 백수지와 오해영 사이의 다른 점이 무엇인지 묻는다. 하지만 전자가 사랑 앞에서 다분히 수동적이었다면 후자는 능동성과 현실성을 동시에 갖췄고, 벽을 보고 독백하는 고백 신부터 미래에도 회자될 박도경(에릭)과의 키스 신까지 명장면 또한 다분했다.

특히, 백마 탄 왕자 바라기에서 벗어난 오해영만의 그것은 서현진의 주연도약을 도운 일등공신이다. 예를 들어 자신의 손목을 끌고 나온 박도경에게 “내 손목이 그 기집애 화나게 하는 데 갖다 쓰는 소모품이야?”라고 항변하는 모습을 보자. 우리가 은연 중 머릿속에 쌓았던 로코 상식은 확실히 부서졌고, 더 이상 수동적으로 끌려나오는 동화 속 공주님은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한다.

구시대가 주조한 환상을 따르지 않고, 현실에 수긍할 지라도 주눅은 들지 않고, 때로는 사이다처럼 속 시원히 행동하는 인생 캐릭터 오해영을 싱크로율 200%로 소화한 서현진은 2016년뿐만 아니라 미래에도 주목해야 마땅할 배우다.

조진웅


“과거는 바뀔 수 있습니다. 절대 포기하지 말아요”

영화 ‘끝까지 간다’로 ‘제52회 백상예술대상’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하지만 브라운관에서는 KBS ‘솔약국집 아들들’의 부르터스 리, SBS ‘뿌리깊은 나무’ 무휼이 전부였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의 간극을 채울 무언가가 필요한 그때, tvN ‘시그널’의 이재한이 나타났다.


‘시그널’에서 조진웅이 연기하는 이재한은 범죄자를 추적하는 형사이자 시대를 고발하는 파수꾼으로 한파가 불어닥친 2016년 초의 겨울밤, 만인의 고마운 벗이 되어주었다. 우직하게 미제 사건을 파고드는 그를 보면 부정과 비리 속 현실의 잿빛이 치유되는 기분이었고, “그래도 20년이 지났는데 뭐라도 달라졌겠죠, 그죠?”라고 울분을 토하는 그를 보면 과거와 다르지 않은 현실에 미안함이 가슴을 찌르는 기분이었다.

무전이 과거와 미래를 잇는 매개체가 된다는 것은 영화 ‘프리퀀시’를 통해 이미 소진된 소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는 바뀔 수 있습니다. 절대 포기하지 말아요” 같은 대사 한 줄이 판타지가 아닌 현실로서 다가온 것은 조진웅이 연기에 담은 절실함 그리고 진실함이 대사에 기초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현실의 벽에 부딪쳤을 때 그에 굴하지 않고, 냉정하지만 불의를 보면 뜨겁게 타오르고, 때로는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까지 정의를 실천하는 인생 캐릭터 이재한을 제 몸인 것처럼 연기한 조진웅은 2016년 최고의 배우이자 앞날에도 사랑 받을 것이 확실한 배우다.

#예능대세(藝能大勢) ‘웃어주는 사람에서 웃기는 사람으로’

(명사) 연극, 영화, 음악, 미술 따위의 예술과 관련된 모든 것에서 일이 진행되어 가는 형세가 결정적이거나 파죽지세인 사람을 지칭할 때 그의 특징을 구분하는 말. 오락의 대체어인 예능과 주류라는 의미를 가진 대세의 합성어다. 2017년 정유년에도 누구나 사용할 사자성어다.

박수홍


“쟤가 왜 그럴까” feat. 수홍 母

박수홍이 돌아왔다. 그것도 이제는 불혹이 넘은 나이에도 강남의 클럽에 놀러가는 ‘아재 클러버’로! 자신을 감싸고 있던 젠틀이란 20년 철옹성을 과감히 깨부수는 그는 명명백백 2016년 예능대세다. 특히, SBS ‘2016 연예대상’에서 선보인 의외로 능숙한 속사포 랩과, 허공의 디제잉이 낯설음보단 멋짐으로 다가오는 것을 보면 “캐릭터 참 잘 잡았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박수홍이 ‘개그계의 신사’라는 대중의 색안경 혹은 낡은 옷을 벗을 수 있던 시발점은 모두가 인정하듯 SBS ‘미운 우리 새끼’였다. “돌싱도 포함돼 있다”는 자조 속에 또래 친구들과 들뜬 마음으로 클럽을 향하는 모습, 하지만 예약 실패로 근처 설렁탕집에서 국물에 공깃밥 대신 씁쓸함을 말아먹는 모습, 한편 할로윈을 즐기겠다며 시퍼런 스머프 분장으로 한껏 꾸미고 이태원으로 돌진하는 모습 등은 ‘이게 진짜인가?’ 싶을 정도로 황당하고 또 순수하다.

하지만 늘 얼굴에 웃음을 띤 그를 보면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아, 이건 진짜구나. 거짓이 아니구나’. 마흔이 넘은 나이로 타인의 시선보다 자신의 행복을 중요시하고, 행동에 일관성과 책임감을 가지는 그를 보면 행복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닌 내 안에 있는 진실을 새삼 깨닫는다.

동시에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박수홍 어머니의 역할이다. 어머니는 스튜디오에서 “쟤가 왜 그럴까”를 연발하며 박수홍의 일탈 혹은 본모습에 성인의 순수함을 부여했고, 아들 승승장구의 바탕이 되었다.

양세형


“양세형 씨는 충분히 제 역할을 하고 있다” feat. 김태호 PD

엄밀히 말해 MBC ‘무한도전’을 만나기 전에도 양세형은 눈에 띄는 2016년 예능대세였다. 하지만 ‘무한도전’이 어떤 방송인가. 대중의 기대가 유명 아이돌 인기에 버금가는 프로그램으로, 그런 방송의 게스트도 아닌 고정 멤버 급 역할을 하는 것은 누가 보아도 일생일대의 기회였다. 그리고 그는 하늘에서 내려온 황금 동아줄을 보기 좋게 낚아채 대세의 행보에 추진력을 얻고 수직 상승 중이다.


김태호 PD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양세형은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이고, 충분히 제 역할을 하고 있다”라며 그의 고정 합류를 우회하여 말한 바 있다. 그도 당연한 것이 방송인 노홍철 및 개그맨 정형돈의 하차로 캐릭터 간 공방이 지지부진하던 위기의 순간에 꼬마와 깐족 이미지를 적절히 혼합한 양세형의 가세는 약방의 감초 격으로 ‘무한도전’을 심폐 소생시켰다.

특히, 상대방의 수비진을 흔드는 축구선수 메시처럼 ‘무한도전’ 멤버 간의 우애를 흔들어 캐릭터 전쟁을 촉진시키던 노홍철의 역할은 물론, 노래의 바탕에서 든든한 지지대가 되는 밴드의 베이스처럼 대화 중간에 분위기가 새지 않게 멘트를 채우는 정형돈의 역할까지 아우르는 그의 활약은 가히 원 맨 쇼에 가깝다. 더불어 광희와 결성한 막내 라인으로 서로를 빛내는 미덕까지!

어느새 ‘양세형 is 뭔들’로 자리매김한 그가 없는 ‘무한도전’은 앙꼬 없는 찐빵, 탄산 없는 콜라처럼 심심하고 밋밋할 것으로 상상되는 것을 보면 이것이야말로 양세형과 ‘무한도전’의 윈윈이자 상생이 아닌가 감히 주장한다. 품앗이로서 서로를 돕고 서로에게 시너지를 발생시키는 진정한 해피엔딩, 그 어려운 걸 양세형이 해냈다.(사진: bnt뉴스 DB, tvN ‘또, 오해영’ ‘시그널’ 방송 캡처, SBS ‘미운 우리 새끼’ 방송 캡처, MBC ‘무한도전’ 방송 캡처, tvN 홈페이지, SBS 홈페이지, MBC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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