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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리얼’ 김수현, 이토록 어려운 영화를 굳이 택한 이유

2017-07-05 19:17:45

[임현주 기자] “이제야 확실하게 김수현을 많이 사랑하고 있는 것 같아요.”

명실상부 아시아 최고 스타로 자리 잡은 배우 김수현이 ‘은밀하게 위대하게’ 이후 4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바로 액션 느와르 영화 ‘리얼(감독 이사랑)’에서 조직의 보스 장태영과 그와 이름도 얼굴도 똑같은 의문의 남자 장태영 역을 맡아 생애 첫 1인 2역 연기를 선보이게 된 것. 김수현은 영화의 전체 111회 차 촬영 중 무려 101회 차 촬영에 참여했을 정도로 극중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사실 1인 2역이라 말하지만 영화를 보면 1인 4역에 가까울 정도로 김수현은 여러 인물들을 그려낸다. 여기에 느와르 액션까지 더해지면서 강렬한 연기 변신을 예고한 김수현.

하지만 영화가 개봉되기 전부터 설리 파격 노출신, 베드신, 감독 교체 등 논란이 많았고, 시사회 이후 어려운 내용 전개 때문인지 혹평이 쏟아졌다. 이 때문이었을까? ‘리얼’의 VIP 시사회에서는 살짝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김수현은 “그 자리에 회사식구들과 동료들이 있었다. 그중 맨 앞줄에는 영화 제작진 중 연출팀과 제작팀 막내들이 앉아있었는데 ‘형’하면서 응원을 해주더라. 다른 현장에서는 항상 막내였던 내가 ‘형’ 소리를 듣는 게 처음이었다. 막내들이 응원해주니까 울컥하기도 했고 고맙기도 하더라”고 설명했다.


‘리얼’에는 박서준, 배수지, 아이유, 안소희, 손현주 등 역대급 카메오들이 출연해 화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너무 짧게 나와 보고도 못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김수현은 “그 분들이 나와 주신 장면들을 찾는 재미는 아마 저만 느낄 것 같다”며 아쉬운 웃음을 지었다.

카메오도 남달랐던 ‘리얼’은 기존 느와르 장르의 작품들과는 시각, 청각적으로도 차별화된 면모를 선보인다. 레드, 그린, 블루 계열의 다양한 컬러들과 현란한 조명, 독특하면서도 강렬한 사운드까지. 새롭고 독창적인 시도는 좋았으나 개연성의 부재, 엉성한 전개에 이어 아쉬운 결말 등 내용을 받아들이기까지는 사실 어려운 영화다.

“이 영화의 제목은 ‘리얼’이지만 사실은 가짜들의 이야기다. 인격들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거기서 관객들이 함정에 많이 빠지는 것 같다. 특히 주인공이 누군지 궁금해 하시는 것 같은데 그건 관객들의 취향대로 생각할 수 있다. 본체를 생각할수록 정답에 가깝게 해석하기 편해지는데... 퍼즐처럼 함정처럼 빠져가는 이야기기 때문에 영화가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개봉 전 장태영의 전사가 나오는 웹툰이라도 나왔더라면 좀 더 알기 쉬웠을 텐데... 하지만 지금 같은 반응들이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생각한다.”

아울러 김수현은 “대본 분석을 하면서 감독님께 계속 검사받고 틀리고 검사받고 틀리는 과정들을 겪었다”며 관객들과 마찬가지로 본인 또한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어려움을 느꼈다고 말한다. 이어 “이 경험이 굉장히 새로웠고 공부도 많이 됐다. 그렇게 감독님과 토론을 하면서 정답을 발견하는 과정에서 쾌감을 느꼈다. 관객 분들도 영화를 보시면서 저와 같이 그런 쾌감을 느끼셨으면 좋겠다”며 바람을 전했다.


이처럼 어려웠던 영화를 굳이 왜 택했을까? 이 질문에 김수현은 고민 없이 도전이라 말한다.

“개인적으로 (제게) 작품들은 도전의 연속이다. 작품 안에서 캐릭터들을 소화하는 데에 있어서 노출같이 조금은 센 장면들이나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들을 어디까지 소화해서 어디까지 표현해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리얼’에는 내가 소화해야할 캐릭터들의 색깔이 많았고, 그게 치명적인 매력으로 다가왔다.”

‘리얼’ 속 아쉬운 점들이 많았지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김수현의 연기는 흠잡을 부분이 없다는 점이다. 이에 그 역시도 다시 찍더라도 더 못해내겠다고 말한다. ‘김수현의 20대 대표작이 되었으면’이라 말할 만큼 이번 영화에 상당한 애정이 있는 김수현. 그가 생각하는 영화 속 좋았던 신이 궁금했다.

“개인적으로 장태영의 따라쟁이 캐릭터였던 인물을 연기할 때가 가장 좋았다. 그 인격을 연기할 때는 가면을 쓰고 했는데 이상하게 입꼬리가 씰룩씰룩 거리더라. 가면을 쓰니까 표현도 과감해지고 용감해지고 에너지가 폭발된 것 같다. 그럴 수 있도록 해준 게 가면의 굉장한 매력인 것 같다. 정말 만족하면서 신나게 연기했다.”

이번 영화로 ‘진짜’를 향해 달려가는 인물들을 연기하면서 배우이자 사람 김수현도 이 같은 고민들을 해본 적이 있었을 터. 이를 묻자 조금은 진지하게 말을 이어갔다.

“영화를 끝내고 얼마 안 돼서 든 생각인데... 과거에 연예인 김수현과 인간 김수현의 거리감 때문에 고민된 적이 있었다. 정신적으로 스트레스였고 괴로웠던 시기였는데... 사람의 눈을 쳐다보면서 나에 대해서 이야기를 풀어놓는 게 너무 힘들더라. 또 연예인 김수현으로 받는 대우나 배려들이 부담이 되었다가 점점 무뎌지고 어느 순간 당연해져있고 그걸 몰랐을 때, 또 내가 몰랐다는 것을 알았을 때 힘들었다. 이런 기분으로 살다가 행복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연예인 김수현과 인간 김수현의) 거리가 조금씩 가까워졌다. 조금 더 여유 있는 사람이 됐다 해야 할까? 지금은 긍정적으로 흘러가는 중인 것 같다. 30대도 됐고 하니까.(웃음)”


그렇게 거리가 좁혀진 김수현으로 사는 기분은 어떠냐는 물음에 그는 “이제야 확실하게 김수현을 많이 사랑하고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니 왜 ‘리얼’을 선택했는지 알 것 같았다. ‘김수현’이라는 사람은 한 명이다. 그러나 그의 내면에는 연예인 김수현과 인간 김수현이 양립했기에, 작게는 말투부터 성격, 가치관, 소망 등은 달랐을 터. 그렇게 대립됐던 감정들 때문에 자신을 미워하고 괴롭혔던 시기가 ‘리얼’을 보고 떠오른 게 아니었을까.(사진제공: 코브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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