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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t's pick] 박수빈, 무엇이든 가능한 나이에 배우를 꿈꾸다

2017-07-27 12:31:30

[김영재 기자] “결과물이 다양한 배우가 되고 싶다”

“많이 보고, 많이 찾아봤다. 거울 앞에서 표정이나 몸짓을 연습했다. 시작은 어색했지만, 점점 재밌어졌다.” 인터뷰는 사람을 탐구하는 일이다. 그리고 깊이 파고든 대상을 대중에게 소개키 위해서는 장문의 글 외에도, 외형을 소개하는 하나의 증명이 필요하다. 사진이다. 이와 관련 박수빈은 촬영 소감을 묻는 질문에 긴장과 흥분을 이야기했다.

사실 이번 인터뷰는 그의 생애 첫 인터뷰다. 그간 박수빈은 출판사 이미지 광고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가전 업체 에어컨 광고에 출연하며 이제 갓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인터뷰뿐 아니라 동반되는 모든 것이 처음일 수밖에 없는 상황. 그렇지만 스튜디오에서 만난 그는 세 대의 조명이 발광하는 빛을 경계하면서도, 동시에 매력을 뽐낼 수 있는 발판으로 삼았다. “배우를 지망하는 열여덟 살”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박수빈을 bnt뉴스가 만났다.

기계적 질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배우의 길을 걷는 이에게 처음을 묻는 것은 하나의 관문이다. “배우를 꿈꾸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라는 질문에 박수빈은 “어렸을 때부터 무대 서는 것을 좋아했다”라고 털어놨다. 끼라는 것. 역시 만들어지는 것 아닌 태어나는 재능인 것일까. “유치원 때 무용, 가야금 등 여러 가지를 많이 했다. 보고, 느끼는 것을 많이 하다 보니까 ‘아, 내가 무대 위에서 즐기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배우를 준비하게 됐다.”


무대는 박수빈에게 낯선 공간이 아니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그는 관현악단에 몸을 담았다. 연기와 음악은 가깝지만 먼 관계다. 당시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어머니가 첼로를 시키셨다. 뛰어나게 잘하진 않는다. 무대 위에 설 때가 재밌었다. 다 같이 합을 맞추는 거니까 틀려도 언니들이 많이 가르쳐주셨다. 평소에는 안 되는 것도 무대 위에서는 분위기와 함께 성공하곤 했다. 아마 그때의 시간이 무대 경험으로는 좋았던 것 같다.”

첼로를 켜며 무대에서 경험을 쌓은 박수빈. 앞서 소개했듯 그의 대표작은 에어컨 광고다. 그러나 해당 광고는 평범하지만, 또 평범하지 않다. 그간 업체는 전 피겨 스케이팅 선수 김연아를 얼굴로 내세우며 여름을 공락해왔다. 하지만 2017년부터는 신혼부부, 산모 등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며 이미지 대신 가전의 기능을 대중에게 알리고 있다. 이 가운데 박수빈은 ‘고3’ 편에 등장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고등학교 3학년을 연기했다. 김연아처럼 회사를 대표하는 얼굴은 아니지만, 기능을 전달하는 얼굴로서 활약하는 것. 출연 배경을 알고 싶었다.

“처음 광고는 출판사 광고였다. 기다리는 것조차 재밌고, 또 찍고 싶었다. 이후 여러 가지 기회가 왔다. 하지만 부족한 연기 실력이나 교정기 등의 이유로 최종 오디션에서 떨어지곤 했다. 슬럼프도 오고, 힘들기도 했다. 엄마에게 의지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던 중간 ‘열심히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응시한 에어컨 광고 오디션에서 합격 연락을 받았다.”

그는 현장에서 자연스러움을 배웠다고 소개했다. “감독님이 자연스러움을 많이 강조하셨다. 처음 연기를 배우면 어떤 틀에 박혀서 이상한 연기를 펼치곤 한다. 나도 갇혀서 한동안 많이 힘들어했다. 보는 사람도 힘들고, 나도 힘들고. 이번에 현장에 가서 조금 고치고 온 것 같다. 감독님께서 말씀하셨다. ‘꾸며내지 말고 너 자신을 보여줘라’라고. ‘아, 이렇게 하면 자연스럽고, 보는 사람도 편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장이 편했다. 자연스러움 속에서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왔다.”


박수빈은 슬럼프를 언급하며 어머니에게 의지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때마침 기자의 앞에는 그가 의지의 대상으로 언급한 어머니가 이제 갓 날개를 펼치려는 자녀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2000년 5월20일생인 박수빈은 아역이다. 더불어 아역에게는 널리 알려졌듯 자녀의 부모가 회사와 매니저의 역할을 대신한다. 예상은 했지만, 사실 처음이었다. 배우와 매니저 그리고 기자가 한 공간에서 마주하는 것 아닌 배우와 그의 어머니 그리고 기자가 이야기를 나누는 현장이라니.

어머니와의 연대감을 묻자 그는 “많이 미안하다. 어머니가 나 때문에 하고 싶은 것도 못 하신다. 나를 위해서 매번 다른 분들에게 인사도 건네신다. 그런 모습을 보면 꼭 나중에 성공하고 싶다. 보답하고 싶다”라며, “광고 촬영 현장에서도 피곤하셨을 텐데 딸 예쁜 모습, 잘하는 모습을 보고 좋아해주셨다. 정말 감사하더라. 어머니가 옆에서 열심히 응원해주시고, 버팀목이 되어주신다. 어머니만큼의 버팀목이 없는 것 같다”라고 가족의 소중함을 알렸다. 모녀(母女)의 확인 속에 애틋함이 밀려왔다.

그의 이력을 살펴보면 특이한 한 줄이 있다. ‘2016 SBS 슈퍼모델 선발대회’ 서류 통과다. 지원 배경을 묻자 박수빈은 “내가 아니라 어머니가 서류를 넣으셨다. 나는 ‘슈퍼모델 선발대회’가 열리는지도 몰랐다. 나중에 지원 사실을 알고 ‘내가 어떻게 돼. 키도 작고, 뚱뚱한데’라며 걱정했는데 합격이 됐다. 현장에 가니까 대단한 분들이 많더라. 그때 ‘아직 부족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많이 떨었다. 떨어서 아무 것도 못한 것이 아쉬웠다.”

‘고3’ 편에 출연했지만, 박수빈은 현재 삼성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다. 그는 자신이 배우를 지망하고 있다는 것을, 광고 출연 경력이 있다는 점을 친구들에게 알리기 싫었다고 한다. 하지만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법. 담임 선생님은 소녀의 속내를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

“1학년 때 전학을 왔다. 여기 학교 친구들은 친해진 지 별로 안 됐으니까 처음에는 소문 내는 것을 싫어했다. 그런데 담임 선생님이 ‘이 아이가 연기 지망하고 있다’라고 소문을 내셨다. (웃음) 처음 와서 이제 배우고 시작했는데, 선생님 때문에 힘들었다. 아직 하는 것도 없고, 아무 것도 없었기 때문에. 소문 때문에 더 열심히 했다. 오디션에 떨어져도 친구들의 응원 속에 ‘더 좋은 일이 있겠지’라고 생각하며 그냥 열심히 했다.”


배우를 지탱하는 축은 연기다. 외모도 물론 중요하지만, 연기는 배우의 언어다. 겉모습만 빛나고, 말을 못하는 이에게 대중은 무슨 매력을 찾을 수 있을까. 연기의 연마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묻자 그는 습관을 소개했다. 더불어 판소리를 언급했다. “배우는 목소리가 높아야 된다고 들었다. 평상시 습관이 중요하더라. 최대한 높게 말하려고 노력 중이다. 자세도 고치는 중이다. 어깨를 펴고 다녀야 연기할 때도 당당함이 나온다고 들었다. 발성을 위한 판소리도 하고 있다. 하고 나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속에서 우러나는 부분이 있다. 울림도 있고. 흥이 오르고, 자신감도 생기더라.”

롤 모델을 안 물을 수 없다. “예전부터 이보영 씨를 정말 좋아했다. SBS ‘신의 선물-14일’에서 이보영 씨가 오열하시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을 보면서 같이 울었던 기억이 있다. 정말 내 어머니 같다는 느낌이 오더라. 엄마의 아픔을 진짜처럼 잘 표현하셨다. 이보영 씨의 연기처럼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는 연기가 목표다.” 더불어 박수빈은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로 학생을 꼽았다. 아직 경험하지 못한 직업보단 그가 몸을 담고 있는 학생을 표현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 더불어 성인이 됐을 때는 이보영이 작품에서 선보였던 엄마 역할을 꼭 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닮고 싶은 롤 모델이 이보영이라면, 이번에는 되고 싶은 이상향이 알고 싶어졌다. 타인에게 자신을 투영하는 것도 좋지만, 시작점이 타인 아닌 박수빈일 때의 대답을 듣고 싶었다. “여러 가지 역할을 했을 때 결과물이 다양한 배우가 되고 싶다. 다양한 역할을 다양하게 표현하면서 남들과 다른 색깔을 가진 배우. 나중에 시청자나 관객이 ‘아, 저 사람 연기는 가슴을 울려’라고 기억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늘 그렇듯 신인은 탄생하며, 최근에는 독립 영화가 신인의 인큐베이터로 주목 받고 있다. 변요한, 류준열, 안재홍 등 현재 진행형 배우들의 배경에는 늘 상업 영화의 반대편이 자리하고 있다. 그는 “물론, 관심이 많다”라며 이번에 학교 영화 동아리에 가입했다고 운을 뗐다. “동아리에서 독립 영화를 많이 봤다. 정유미 씨의 ‘폴라로이드 작동법’도 봤다. ‘우리들’도 보고. 특히, 변요한 씨는 독립 영화를 항시 촬영하셨다고 들었다. 그렇게 노력을 했으니까 감독님들도 찾아주시는 것 같다. 광고 쪽에서도 노력하니까 불러주시더라.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꿈을 쫓는 신인의 열심(熱心)이 피어올랐다.


인터뷰 중간 기자는 박수빈에게 “미성년은 꿈이 많은 나이다”라는 말과 함께 배우 외의 꿈이 무엇인지 질문했다. 사실 연기 아닌 다른 이야기를 듣고 싶은 물음이었다. 하지만 그는 “지금은 연기가 부족하다”라며, “솔직히 말하면 연기는 보는 것과 하는 것의 차이가 크다. 볼 때는 동경의 대상이었지만, 지금은 어려운 존재다. 배우들이 얼마나 어렵고, 힘들고, 고민하는지 최근 깨닫고 있다. 배우들이 존경스럽다”라고 다시 한번 연기를 논했다. 또한, 인터뷰 내내 지속된 손 제스처에 관해서도 “이런 걸 많이 해야 나중에 연기도 잘 나온다고 들었다”라고 또 다시 연기를 언급했다.

박수빈은 배우를 희망한 지 얼마 안 된 신인이다. 그렇기에 매사 모두를 연기와 연관시키는 그의 노력은 당연한 것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틀린 말이다. 당연하지 않다. 열망, 열정. 뜨거운 만큼 쉬이 식어버릴 수도 있는 마음이라는 것을 기자를 포함한 모두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박수빈은 꺼지지 않는 마음을 가슴에 품은 채 가시적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 광고뿐 아니라 인터뷰까지. 배우를 꿈꾸며 경상북도 김천을 떠나온 소녀는 지금을 상상이나 했을까. 무엇이든 가능한 나이지만 그는 지금 배우를 꿈꾸고 있다. 신인 박수빈의 다음이 기다려진다.

사진: bnt포토그래퍼 김민아 / 리터처 유정연
장소: bnt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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