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017한국영화①] 원작의 각색 그리고 상상의 나래

2018-01-03 10:12:10

[김영재 기자] 2017년 한국 영화를 종합했다.

정유년이 가고 2018년 무술년이 오는 기로에서 한국 영화를 돌이켜봤다. 기자의 눈길이 닿은 첫 주제는 ‘박스오피스 순위’. 알고 있는가? 2017년 ‘천만 영화’는 오직 영화 ‘택시운전사(감독 장훈)’뿐이란 것을. ‘강철비(감독 양우석)’ ‘신과 함께-죄와 벌(감독 김용화)’ ‘1987(감독 장준환)’의 12월 흥행 혈투 역시 기사 거리로 안성맞춤이었다.

‘한 해를 빛낸 배우’도 좋은 주제였다. 영화 ‘범죄도시(감독 강윤성)’와 ‘부라더(감독 장유정)’를 통해 배우 마동석은 흥행 보증 수표가 됐다. 주연작을 세 편이나 개봉한 배우도 다수였다. 설경구는 ‘루시드 드림(감독 김준성)’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감독 변성현)’ ‘살인자의 기억법(감독 원신연)’을 통해 3전 2승을 거뒀다. ‘미담 제조기’ 강하늘은 ‘재심(감독 김태윤)’ ‘청년경찰(감독 김주환)’ ‘기억의 밤(감독 장항준)’으로 3전 3승의 기록을 썼다.

그러나 기자는 다른 시각으로 2017년을 주목했다. 그리고 정유년을 종합하는 첫째 기사는 원작의 각색과 상상력에 집중한 한국 영화를 조명해본다. 인물 설정만 가져온 영화, 소설의 특징을 이해 못한 영화, 아빠와 딸의 몸이 바뀐 영화, 딸을 구하기 전까지 하루가 무한히 반복되는 영화 등. 이 중 최고 흥행작은 28일 기준 약 608만 명의 누적 관객수를 기록한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이다. 하지만 시야를 넓히면 더 많은 영화가 눈에 보인다.

#원작을 각색하다


각색은 마법이다. 그리고 웹툰은 최근 주목받고 있는 마법 재료다. 다수의 웹툰 원작 영화가 멀티플렉스로 관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4월26일 개봉한 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감독 문현성)’ 역시 허윤미 작가의 동명 웹툰이 원작인 작품. 문현성 감독은 원작을 제외시키는 방법을 시도했다. 인물 설정만 같을 뿐 나머지는 전부 바꾼 것. 그는 원작과의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 “원작과 다른 버전이어야 더 재밌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12월20일 개봉한 ‘신과함께-죄와 벌’ 또한 원작과 거리 두는 방법을 택했다. 돋보이는 점은 등장인물의 변화다. 먼저 삼차사의 리더 강림과 저승의 변호사 진기한이 합쳐졌다. 이에 하정우는 “두 인물의 연기 톤을 합치는 게 힘들었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자홍은 소방관으로 직업이 변경됐다. 전자는 흐름의 집중이고, 후자는 신파의 강조다. 김용화 감독의 각색 덕에 ‘신과함께-죄와 벌’은 26일 기준 누적 관객수 500만 명을 돌파했다.

웹툰이 은막의 신흥 강자라면 소설은 전통의 강호다. 9월6일 개봉한 ‘살인자의 기억법’은 김영하 작가의 동명 소설을 극화했다. 원신연 감독은 “변화를 통해 전혀 다른 영화를 만들 수도 있었지만, 소설과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먼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라고 차이점을 밝혔다. 평가는 엇갈렸다. 이동진 평론가는 ‘원작의 매력을 발라낸 각색. 배우들의 연기만 남는다’라고 평했고, 다수의 관객 역시 이에 동의했다. 감독은 소설 문체를 살리기 위한 방편으로 내레이션을 사용했다. 그러나 스릴러 장르와 상극인 것이 문제였다.

‘도가니’ ‘수상한 그녀’로 흥행 감독의 반열에 오른 황동혁 감독. 그는 김훈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옮긴 ‘남한산성(감독 황동혁)’을 10월3일 선보였다.

병자호란 배경의 소설 ‘남한산성’은 약 60만 부의 판매고를 기록한 출판계 베스트셀러다. 신하간의 고뇌와, 전란 중 민초 삶에 집중한 작가의 필력이 돋보인다. 각본과 연출을 도맡은 황동혁 감독은 소설 속 여섯 인물의 분량을 김상헌(김윤석)과 최명길(이병헌)에 집중시켰다. 더불어 소설이 지닌 덤덤함과 허무함은 최대한 유지하려 했다. 그 결과 황동혁 감독은 ‘제38회 청룡영화상’에서 각본상을 받았다. 참고로 ‘청룡영화상’에는 각색상이 없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상상은 현실을 풍족하게 만든다. 하물며 영화적 상상은 작품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물론 상상의 부피가 클수록 제작비 등의 문제가 발목을 잡기도 한다. 2월22일 개봉한 ‘루시드 드림’은 2017년의 첫 상상력이었다. 아들을 잃어버린 기자가 자각몽으로 통용되는 루시드 드림으로 단서를 발견하는 내용의 ‘루시드 드림’은 예고편부터 할리우드 영화 ‘인셉션’을 연상시키는 점이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저예산 CG와 추리 대신 액션에 집중된 전개는 ‘인셉션’을 안 본 관객만 재밌게 볼 수 있는 단점을 드러냈다.

배우 윤제문의 복귀작이자 4월12일 개봉작 ‘아빠는 딸(감독 김형협)’은 아빠와 딸의 영혼이 바뀌는 상상력을 발휘했다. 남녀가 몸이 바뀌는 설정은 장르화가 이뤄졌다고 봐도 무방할 소재다. 1997년작 ‘체인지’에서도 배우 정준과 김소연은 몸이 바뀌는 해프닝을 관객에게 선사했다. 무엇을 상상하든 상상대로 흘러갈 수밖에 없는 소재의 구세주는 주연을 맡은 두 배우다. 만년 과장 원상태 역의 윤제문은 외면은 아저씨, 내면은 고등학생 딸인 남녀의 공존을 천연덕스럽게 연기했다. 윤제문의 ‘나 혼자’ 댄스는 작품의 백미다.

4월5일 개봉작 ‘어느 날(감독 이윤기)’은 식물인간 환자의 영혼이 한 남자의 눈에 보이는 판타지를 그려냈다. 의식 불명 환자의 생령과 남자의 만남은 영화 ‘저스트 라이크 헤븐’을 떠올리게 한다. 차이는 남녀의 관계다. 결국 전자는 사랑을 했고, 후자는 치유를 했다.

‘하루(감독 조선호)’와 ‘희생부활자(감독 곽경택)’도 빼놓을 수 없는 2017년 상상력의 주인공이다. 먼저 6월15일 개봉한 ‘하루’는 사랑하는 이를 구하기 위해 몇 번이든 하루를 반복하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 ‘사랑의 블랙홀’이 떠오르는 기시감이 생성된다. 하지만 민철 역을 연기한 변요한은 인터뷰에서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결국 메시지”라고 했다. 하루의 반복 속에 두 남자는 과오를 속죄하고, 피해자는 가해자를 용서한다.

10월12일 개봉한 ‘희생부활자’는 죽은 자의 부활을 스크린에 옮겨냈다. 희생부활자란 복수를 위해 부활한 피해자를 뜻하는 가상의 명칭. 영화는 어머니 명숙(김해숙)이 희생부활자로 나타나 아들 진홍(김래원)에게 칼을 휘두르며 시작된다. SF적 상상력과 액션의 결합은 ‘루시드 드림’ 이후 약 8개월 만의 일. 부활과 복수란 흔치 않은 설정은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억지 전개와, 모성애로 끝나는 결말이 문제였다. 주목은 냉정한 질타로 변했다.(사진출처: 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 ‘신과함께-죄와 벌’ ‘살인자의 기억법’ ‘남한산성’ ‘루시드 드림’ ‘아빠는 딸’ ‘어느 날’ ‘하루’ ‘희생부활자’ 공식 스틸컷)

◆2017년 한국영화 종합결산 기획 시리즈◆
[2017한국영화①] 원작의 각색 그리고 상상의 나래 (12.30.)
[2017한국영화②] 반전의 구성 그리고 외적인 화제 (12.31.)
[2017한국영화③] 변화의 북한 그리고 불변의 근현대 (01.01.)
[2017한국영화④] 엄마의 이름 그리고 약진의 여배우 (01.02.)
[2017한국영화⑤] 현재의 숙제 그리고 비극의 흔적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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