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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염력’ 심은경, 굴레를 벗어나

2018-02-03 13:56:52

[김영재 기자] 1월31일 개봉작 ‘염력’ 신루미 役

“이렇게 마음 편히 촬영했던 건 오랜만이에요. 이런 판타스틱한 현장을 또 경험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연필로 꾹꾹 눌러 쓴 한 통의 편지를 읽는 기분이었다. 1월24일 서울시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심은경과의 인터뷰 소감이다. 신작 ‘염력(감독 연상호)’에 대한 첫 질문부터 마지막 질문까지 그는 한시도 허튼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 심은경에게 ‘염력’은 갖은 미사여구로 설명되는 작품이었다. ‘염력’은 초능력이 생긴 아빠 신석헌(류승룡)과 터전을 잃을 위기에 처한 딸 신루미(심은경)가 이길 수 없는 싸움에 나서는 이야기의 영화. 어떤 질문을 받든 심은경은 ‘염력’을 촬영한 지난해 여름의 기억을 취재진에게 알리기 바빴다. “류승룡 선배님의 조언과 따뜻함, 연상호 감독님의 공감과 배려가 있는 현장이었어요. 꿈같았습니다. 판타지 같았죠.”

심은경과 배우 류승룡은 부녀의 화해로 감정의 축을 담당한다. 심은경은 “인간적으로 참 배울 것이 많은 선배님”이라며 ‘한국형 히어로’를 연기한 류승룡을 치켜세웠다.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선배님의 조언 하나 하나가 마음에 많이 남았습니다. 특히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말씀이 크게 남았어요. 덕분에 조급함을 덜어냈죠. 작품을 고르는 것도 신중해졌고요. 선배님의 인품과 연기 자세에서 많이 배웠어요.”

‘염력’은 영화 ‘부산행’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의 신작이다. ‘부산행’ ‘서울역’에 이어 ‘염력’까지. “이쯤 되면 감독의 페르소나가 아닌가?”란 질문에 심은경은 배우 정유미가 있다며 손사래를 쳤다. “‘부산행’ 촬영 때 저를 위한 주연작이 있다고 살짝 귀띔을 해주셨어요. 1년 정도 시간 후에 받은 시나리오가 ‘염력’이었죠. 초능력이 소재라는 건 시나리오를 보고 나서야 알았어요. 사실 초능력이 어떻게 구현될지 쉽게 상상이 되진 않았습니다.”


심은경은 의문의 해소를 위해 촬영 전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신루미의 성격과 연기 톤도 그때 고민한 것 중 하나였다. “루미는 희망을 잃지 않는 인물이에요. 도시 개발 속에 미래가 무너지지만, 힘겨운 상황에도 자신의 끈을 잃지 않습니다. 그것이 이 캐릭터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신루미의) 주체성을 살리고 싶었어요.”

극중 역할처럼 배우 본인도 주체적 삶을 살고 있는지 물으니 심은경은 “주체적이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나를 잘 아는 이도, 나를 지킬 수 있는 이도 결국 나뿐이다”라고 했다. “그래서 항상 하는 생각이 ‘나를 잘 알자’예요. 그리고 저를 잘 알아야지 연기를 할 때도, 기본적인 것에도 진심이 우러나오지 않겠어요? 요즘 들어 깨우치고 있는 상황이에요. 저만의 생각, 저만의 스타일.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고 해요.”

허튼 모습이 없고, 허투루 대답하지 않고. 이 가운데 심은경이 꾹꾹 눌러 쓴 편지에는 유독 ‘고민’이란 단어가 눈에 띄었다. 영화 ‘널 기다리며’ 인터뷰 때보다 얼굴이 밝아졌다는 말에 심은경은 “나름대로 고민이 많았다. 지금도 그때의 고민을 가지고 산다”라고 했다. “결국 저 자신과 연기에 대한 고민이에요. 그래도 예전 같았으면 머리를 싸매거나 끙끙 앓았을 텐데, 이제는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많아요.”

진정한 어른이 되는 과정으로 조급함의 절제를 소개한 심은경은 요즘 편한 마음으로 지낸다고 밝혔다. ‘염력’은 “법적으로 어른”인 그에게 여유를 안긴 작품이다.

“참 감사한 영화예요. 덕분에 자유로움을 느꼈습니다. 더 많이 내려놓는 계기가 됐고요. 진정 연기를 즐길 수 있게 도와준 작품이에요.” 또한, 그는 여백의 미를 화두로 꺼냈다. 연기도 인생도 덜어내는 노력이 맞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무술년 목표를 묻는 질문에도 심은경은 달관의 면모를 취재진에게 뽐냈다. “뭘 이루지 않아도 괜찮아요. 있는 그대로 살아갈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해요. 제 자신에게 솔직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더 바랄 것도 없어요.”

심은경 대표작은 영화 ‘수상한 그녀’다. 배우 오드리 헵번을 동경한 극중 오두리는 웃음과 행복을 안겼다. 은막 바깥의 배우는 필름과 정반대였다. 신중하고 심각했다. 이제 그 단단한 외피에 균열이 가는 모양새다. 심은경의 고민을 한 뼘 덜어준 ‘염력’. 과연 관객에겐 어떤 초능력을 발휘할지 두고 볼 일이다. 영화는 1월31일부터 상영 중이다. 15세 관람가. 손익분기점 370만 명. 총제작비 130억 원.(사진제공: 매니지먼트AND,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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