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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아티스트①] ‘韓 1호 윈도우 페인터’ 나난, 승화와 순환을 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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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재 기자 / 사진 김치윤 기자] 아티스트 나난을 만났다.

일명 ‘이태원 모스크’로 더 유명한 서울중앙성원에서 도보로 5분 거리. 그곳에 작가 나난(본명 강민정)의 작업실이 있다. 고개를 돌려야 알 수 있는 비좁은 골목, 약 70도 경사의 투박한 계단. 이 모두를 거쳐야 도착할 수 있는 작업실의 장점을 묻자 채광이란 답이 돌아왔다. “햇볕이 잘 드니까 색이 잘 보이더라고요.”

작가의 말처럼 온 공간이 햇볕을 머금도록 하는 창(窓)은 그의 여러 작업물을 밝게 비췄다. 작업물은 책상에만 머물지 않았다. ‘산소숲’ ‘윈도우 트리’를 비롯한 여러 프로젝트와, 모델 장윤주를 매개로 작가가 SNS에 게재한 ‘장벚꽃’의 탈이 작업실 이곳저곳에 산개해 있었다. 나난의 작업실은 작업 공간이자 하나의 아카이브였다.

그 자신을 소개할 때 “그림 그리는 사람”이라는 말을 꼭 빼놓지 않는 나난은 국내 첫 윈도우 페인터다. 말 그대로 창문 위에 그림을 그려온 그는 윈도우 페인터 이전엔 에디터, 일러스트레이터, 편집장을 역임했던 바 있다. 인터뷰에서 그는 ‘캔버스’라는 단어를 총 아홉 번 사용했다. 맨 처음 그에게 캔버스는 잡지였고, 캔버스는 종이에서 창문으로 변화했으며, 이제 그에게 캔버스는 세상의 모든 것이다.

산업체와의 협업은 아티스트의 영향력 및 인지도를 증거하는 방증이리라. 최근 현대백화점, 아모레퍼시픽 등과의 컬래버레이션을 성공리에 마친 그는 마주한 테이블 위에 두 회사와의 협업물을 올려둬 미소를 모았다. 너무 설정으로 꺼내놨다며 자책하는 그를 만류했다. 작가의 최근 작업물에 대한 물음부터 인터뷰를 시작했다.


Q. 최근 화장품 브랜드 아이오페와 에어 쿠션 10주년 디자인을 협업했어요.

“아이오페 쿠션이 사실 쿠션의 원조잖아요. 그런 제품의 10주년 작업을 저에게 의뢰해주셔서 참 감사했어요. 그 10주년의 의미를 오롯이 담고 싶었습니다. 화장품에 들어가는 10가지 식물 모양을 제 스타일대로 모던하게 바꿔봤어요. 이전 용기가 화이트나 블루 일변이었다면 제 그림이 들어간 용기는 우선 화려하죠. 우연도 겹쳤어요. 아이오페 블루가 10주년을 맞아 살짝 바뀌었는데 그게 딱 제가 좋아하는 색깔이더라고요.”

Q. 블루 하니 현대백화점과 협업한 도자기 세트가 떠오르네요.

“맞아요. 공교롭게 현대백화점과의 작업에서도 블루를 사용했어요. 오늘 제가 입은 옷도 블루고요. (웃음) 알아보니까 1920년대에서 1960년대 사이에 해주백자라는 게 있었더라고요. 해주백자는 도자기 그 자체보단 그것에 그려진 회화에 더 초점이 맞춰진 백자예요. 그림 그리는 사람에게는 그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어요. 고려청자, 조선백자를 모르는 사람은 없잖아요. 현대백화점 측에 말씀드렸어요. 현대 작가로서 우리의 전통을 현대에 끌어오고 싶다고요. 다행히 현대백화점 측도 제 의도를 좋게 봐주셨습니다.”

Q. 그간 록시땅, 대한항공, SSG닷컴 등 수많은 브랜드와 협업을 가졌습니다.

“감사하게도 제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속에 품고 있으면 그게 꼭 협업 제안으로 들어왔어요.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서 언젠간 제 그림을 그릇에 표현하고 싶었는데 마침 현대백화점 측에서 협업 제안을 주시더라고요. SSG닷컴, ‘쓱’ 작업도 언급하고 싶어요. 캔버스가 배달 차잖아요. 제 작업을 어디서든 볼 수 있으니까 가족들이 너무 좋아했어요. 가장 가까운 친구들이나 가족이 제 작업물을 보고 즐기는 게 먼저예요. 소중하고요. 그걸 통해서 응원을 받으면 그 응원이 제 작업의 원동력이 되는 경험을 여러 번 해왔어요.”


Q. 결국 작업물의 주체는 작가 나난이에요. 세계 첫 윈도우 페인터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아리랑TV는 단어 ‘파이오니아(Pioneer)’를 사용했죠.

“‘세계 첫’은 아닌 거 같아요. (파블로) 피카소도 그렇고, (마르셀) 뒤샹도 그렇고 모두 유리를 캔버스로 사용했거든요. 그저 윈도우 페인터라는 말을 안 사용했을 뿐이에요. 그렇지만 창문에 그림 그리는 생소함을 우리나라에 알린 것만 따지면 제가 큰 역할을 한 건 맞아요. 제가 사용하는 재료나 그림이 하나의 사조가 됐고요.”

단 6개월 만에 나난은 유명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했다. 뉴욕, 영국 등 그를 부르는 데도 많았다. 그러나 인기는 모방을 불러오는 법. 만인이 그의 화풍을 따라했고, 더 이상 나난의 윈도우 페인팅은 나난만의 것이 아니게 됐다. 그래서 나난은 그림에 메시지를 부여했다. 홍콩에서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를 그린 경험을 바탕 삼아 ‘윈도우 트리’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 그렇게 나무도 전기도 필요 없는 ‘모두’의 크리스마스 트리가 탄생했다.

Q. ‘윈도우 트리’의 탄생 과정이 궁금해요.

“많은 분들께서 윈도우 페인팅을 따라 해주셨어요. 그러나 다른 새로운 것이 발견되면 오히려 제가 인정하고 존경할 텐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책임감을 갖고 ‘윈도우 트리’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작업의 의도를 좋게 알리고 싶었거든요. 마카와 장갑 그리고 모양 자를 키트로 만들어서 팔았어요. 나무를 베는 일 없이, 전기를 사용하는 일 없이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해서 이웃과 함께 나눌 수 있는 프로젝트였죠. 그때 딱 3000개만 판매하고 말았는데 다시 안 파냐고 묻는 분들이 꽤 계시네요. (웃음)”

모방에 지친 작가의 새 캔버스는 일상이었다. 그는 아티스트 각자의 방식으로 서울시 이태원동, 한남동의 일상을 그려낸 ‘이태원 주민일기’ 프로젝트에 참가, ‘나난 가드닝’이란 이름의 창작 활동을 펼쳤다. 모름지기 가드닝에는 꽃과 모종 삽 등이 필요한 것이 보통. 하지만 작가는 삽 대신 붓과 물감으로 식물에 생기를 더했다.

Q. 서울시가 ‘나난 가드닝’을 주목했다고 들었습니다.

“박원순 시장님께서 도시 환경 숲 재건에 관심이 많으시대요. 새마을 운동처럼 ‘자기 동네 가꾸기’ ‘자기 골목 화분 심기’로 진화했다고 소식을 들었어요. 전 그림을 그렸을 뿐이지만 이제는 실제 텃밭 가꾸기로 발전이 된 거죠. 제 프로젝트가 다른 프로젝트로 확산되는 걸 보니까 기분이 좋더라고요. 카피가 아니잖아요. 시도가 참 반가웠어요.”


Q. 따라하기가 또 한 번 언급되네요.

“제가 원하는 방향은 발전이에요. 제 최근작인 ‘롱롱타임플라워’를 예로 들게요. SNS를 보니까 한 플로리스트 분께서 제 작품 그대로 꽃꽂이를 하셨더라고요. 너무 감동을 받았어요. ‘이거다!’ 싶었죠. 저는 그걸 카피가 아니라 승화라고 봤어요. 제 그림이 생화로 꽃꽂이 된 걸 보니까 어찌나 아름답던지요. 그분의 SNS 태그 덕에 오히려 제가 영향을 받았습니다. 순환을 느꼈어요. 타인의 것을 자기화시키는 일은 값지고, 멋있고, 쿨한 것 같아요.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정, 그것이 곧 힙(Hip)한 것 아닐까요. 그 플로리스트 분은 참 힙하셨어요. 최근 가장 인상 깊은 작업을 꼽으라면 전 그분의 작업을 답하고 싶어요.”

Q. 혹시 그분의 작품을 리포스트 했나요?

“(웃음) 아, 해야겠네요. 좋은 아이디어예요.”

Q. 아마 감동 받으실 거예요.

“그분의 작업은 막힌 물, 고인 물이 아니었어요. 순환된 물이었죠.”

▶[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이달의 아티스트①] ‘韓 1호 윈도우 페인터’ 나난, 승화와 순환을 반기다 (기사링크)
[이달의 아티스트②] ‘롱롱타임플라워’ 나난, 사회와 소통하는 그의 목소리 (기사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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