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G기자의 사만모] 임지섭, 노력형 슈퍼루키의 반전매력

2019-01-17 23:25:07

[김강유 기자 / 사진 bnt포토그래퍼 윤호준] 사.만.모. 서울패션위크 취재 10년 차 기자가 ‘사심으로 만난 모델’들을 소개한다.

2019년 기해년(己亥年)의 시작과 동시에 진행된 [사만모] 인터뷰에 지난 2018년 한 해 동안 가장 인상 깊었던 모델 임지섭을 초대했다. 새해의 첫 인터뷰이자, 사심(私心)으로 진행하는 [사만모]에서 처음으로 소개하는 남자 모델이다.

지난 10월 ‘19 S/S 서울패션위크’ 당시 5인의 ‘핫루키’ 기획 중 한 명으로 만났던 바 있는 임지섭이지만, 짧은 기획 안에서만 만나기엔 아쉬움이 많았기에 신년의 첫 [사만모] 주인공으로 그를 선택했다.

임지섭은 2018년 패션계에서 가장 주목받은 신예라고 불러도 부족함이 없다. 이를 증명하듯 12월20일 열린 ‘2018 패션사진가의 밤’에서 당당하게 신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슈퍼루키 임지섭의 런웨이 데뷔는 2017년 3월 ‘17 F/W 서울패션위크’였다. ‘혜성 같은 등장’이라는 수식어가 꾸준히 따라 붙을 만큼, 그는 데뷔와 동시에 많은 패션 디자이너 및 브랜드와 각종 매체의 주목을 받았다.

서울패션위크 데뷔 패션쇼도 주목할 만하다. 임지섭의 런웨이 첫 발걸음은, 장인정신의 맞춤 남성복을 선보이는 김서룡 디자이너의 ‘김서룡 옴므’ 패션쇼였다. 김서룡 디자이너는 앙드레김 디자이너로 대표되는 1세대의 뒤를 이은 2세대 디자이너의 대표 주자 중 한명으로, 평소 패션에 대한 열정과 쉬운 길로 타협하지 않는 고집으로 ‘업계’ 사람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디자이너다. 남자 패션모델들에겐 ‘꼭 한 번 오르고 싶은 패션쇼’로 꼽힐 정도. 배우 김우빈, 모델 최정진 등이 바로 이 ‘김서룡 옴므’ 패션쇼를 통해 데뷔했다.

임지섭의 활동은 매거진 촬영에서 특별히 빛을 발했다. 2017년 데뷔 후 모델 활동 1년을 채우기도 전에 지큐, 보그, 아레스, 에스콰이어 등 10여 군데 매거진의 선택을 받고 다양한 모습들을 선보였다. 그에 힘입어 ‘패션계 슈퍼루키’ 타이틀을 거머쥐는데 2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에스팀 모델 임지섭입니다. 새해 첫 인터뷰를 제가 하게 되어 감사드리고 영광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의 첫 인터뷰인 만큼 새해 인사로 가볍게 입을 열었다.

“저는 연말에 지인들 약속과 행사들이 많았어요. 술도 많이 마시고.(웃음) 그래서 지금 살 빼려고 열심히 노력 중입니다.”

연말 일정의 꽃은 단연 크리스마스다. 슈퍼루키의 크리스마스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크리스마스 때는 동네 친구들이 굉장히 오랜만에 모여서 같이 보냈어요. 근데 일찍 집에 들어갔어요. 힘들어가지고.(웃음)”

“요즘 가족들이랑 시간을 많이 보내고 있어요. 원래 누나들이 다 따로 살다가 작은 누나가 중국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오랜만에 한국에 들어왔거든요.”


임지섭에게는 상당히 많은 주목과 관심을 받았던 2018년이었다. 지난해를 되돌아보면 달달했을 법도 한데, 의외로 아쉬움이란 답이 돌아왔다.

“(2018년)연 초에 매거진에서 인터뷰 촬영을 했는데, 그때 되게 투지를 불태우고 각오와 포부를 많이 내뱉었었죠.(웃음) 1년 동안 하고 싶었던 것도 많이 해서 되게 만족스럽기도 한데, 저 자신으로서는 아쉬운 마음이 있어요. 좀 더 발전된 모습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아직 그만큼은 미치지 못한 느낌. 뭘 이루지 못했다기보다, 제 자신이 멋있는 사람이 된다거나 모델로서 좀 더 무거워진다던가. 그렇게 되고 싶었죠. 아직은 부족한 것 같아요.”

그는 활발한 활동과 그에 따른 호평에 만족하기보다 모델로서의 무게감을 갖고 싶어 했다. 한 번 더 신예 임지섭의 미래를 기대하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그를 기대하는 것이 기자만의 생각은 아니다. 각종 연말 시상식 중 패션계의 ‘2018 패션사진가의 밤’에서 신인모델상을 수상했다.

“사실 상을 주시는 건 미리 알고 있었어요. 되게 좋긴 했지만 막 엄청 떨리진 않았는데, 막상 행사장 엘리베이터를 타는 순간 갑자기 몸이 이상한 거예요. 상 받으러 나가서 말을 하긴 했는데 너무 떨려서 제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도 잘 안 나요.”

“그날 저녁에 축하해주러 온 회사 동료 친구들이랑 같이 밥 먹었어요. 귀한 시간 내서 와줬으니까 제가 밥을 사줬습니다. 곱창 먹었어요.(웃음)”

2018년 지큐 코리아의 애정을 듬뿍 받은 모델인 만큼, 연말 ‘지큐 나이트’ 행사에도 쟁쟁한 선배 모델들과 나란히 초대를 받고 포토월에 섰다.

“일단 모델로서 포토월에 선다는 것 자체가 흔치 않은 기회여서 저한테는 그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한 일이죠. 행사장도 정말 좋았어요. 너무 열심히 놀았죠, 맛있는 것도 너무 많았고.”

“제가 포토월에 선다고 룩북 촬영 중인 브랜드에서 수트를 협찬해 주셨어요. 그런데 행사장이 너무 재밌는 거예요. 공연도 많이 하고. 너무 신나서 춤추면서 놀았거든요. 근데 뒤에서 매니저 누나들이 그런 옷 입고 그렇게 춤추지 말라고.(웃음) 그래서 춤추다가 차에 가서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맘 놓고 놀았죠.”


최근 SNS를 보면 유난히 모델 노마한과의 활동이 많다. 이유가 있는 걸까?

“어쩌다보니? 제가 붙고 싶어서 제 의지로 되는 건 아니에요.(웃음)”

“처음에 노마 형을 만난 건 작년 여름 딱 더워지기 시작할 때 즈음이었어요. 그때는 형을 처음보고 조금 무섭게 생각했어요. 이렇게 말을 잘 하고 재밌는 형인 줄 몰랐죠.(웃음) 근래 들어서 되게 많이 (활동이) 붙는 것 같아요. 왜 그렇게 됐는지는 모르겠어요.(웃음) 덕분에 많이 친해진 것 같아요. 제가 궁금한 걸 여쭤보면 다 말해주세요. 아는 것도 굉장히 많으세요.”

‘톱모델’ 노마한을 근거리에서 경험하면서 배우고 싶었던 점을 물었다.

“일단 노마 형 자체가 스타일리시해요. 평소 일상 속에서도 옷을 잘 입으시고, 행사나 중요한 자리에서도 딱 TPO 맞게 잘 입으시거든요. 그런 스타일리시한 부분들을 배우고 싶죠. 그리고 굉장히 캐릭터가 뚜렷하셔서 그 점을 너무 본받고 싶어요. 또 브랜드에 대한, 패션에 대한 지식이 많으신 것. 그리고 노마 형이 외국에서 10년 넘게 사셔서 영어 되게 잘하시거든요. 저도 영어 잘 하고 싶어요.(웃음)”

“요즘 따로 영어 과외하고 있어요. 영어를 잘 하면 일단 제 삶에 도움은 아주 크게 될 것 같아요. 가까운 목표로는 해외를 가게 된다면 아무래도 잘 하는 게 낫겠죠.”


서울패션위크가 또 다시 2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특별히 욕심나는 패션쇼가 있을까.

“새로운 브랜드(패션쇼)도 물론 하고 싶지만, 저는 했던 브랜드를 한 번 더 하게 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게 더 큰 영광이죠. 제가 했던 패션쇼를 이번에도 꼭 다시 하고 싶어요.”

“브랜드를 떠나 콘셉트로 생각해보면, 엄청 밝은 분위기에 자유롭게 노는 식의 런웨이라던가 완전 하이(high fashion)한 것도 해보고 싶어요.”

어느덧 다가온 패션위크 준비 시기, 평소 몸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물었다.

“몸 관리는 되게 극단적으로 하는 편이라 별로 권해드리지는 않아요. 근데 저는 이게 습관이 돼 버렸죠. 먹는 걸 되게 좋아해서 먹을 때 한 번에 많이 먹거든요. 그렇게 살이 찌면 또 안 먹고 빼고 다시 먹고. 저는 어렸을 때부터 계속 운동을 해 와서 대사량이 높기 때문에 가능한 거지 이렇게 하면 건강에 되게 안 좋아요.”

“4살 때부터 수영을 했고, 6살 때부터 태권도를 했어요. 킥복싱도 잠깐 했었고, 수능 이후로는 유도랑 클라이밍을 했죠. 근데 요즘 클라이밍에 대한 흥미가 예전 같지 않아서 최대 관심사가 새로운 운동을 찾는 거예요.”

몸 관리 말고 따로 준비하는 것도 있을까?

“저는 피부요. 이마에 트러블이 하나씩 나서 그걸 관리해요. 그리고 머리가 굉장히 억세고 두껍고 숱이 많아서 잘 뜨거든요. 그래서 다운펌도 주기적으로 해줘야 해요.”

“피부 관리에서 제일 중요한 건 자기한테 맞는 스킨, 로션을 찾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한 번씩 뒤집어질 때가 있잖아요. 그때는 전문가의 손길을 빌리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거 같아요.(웃음)”


모델로의 임지섭이 갖고 있는 장점, 혹은 강점은 어떤 점일까.

“장점이라 하면 제 생각에는 뭐든 열심히 하려고 최선을 다한 다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얼마 전에 다리를 일자로 찢을 수 있는 모델이 필요한 촬영이 있었어요. 매니저 누나가 ‘너 할 수 있어?’ 했는데 저는 어렸을 때 너무 쉽게 됐거든요.(웃음) 그래서 집에서 ‘할 수 있을 텐데’하고 했는데 요만큼밖에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촬영까지 남은 기간을 물어보니 일주일 정도 남았다고 하더라고요. 무조건 할 수 있다고 하고 전날까지 열심히 해서 만들어 갔어요.”

“막상 촬영에선 찢지 않았어요!(웃음) 새벽 밤새 다리 부들부들 떨면서 만들어 갔는데! 다른 걸 하긴 했어요. 그래도 그걸 준비 해갔다는 게 뿌듯했죠. 진짜 열심히 했어요.”

상당한 고통(?)이 따른 노력이었을 텐데, 아쉬웠을 법도 하다.

“근데 해야 했던 다른 포즈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어요. 물구나무서기를 해야 했는데, 되더라고요.(웃음) 저는 안 될 줄 알았는데, 한 번 해보자 했는데 됐어요.”

많고 많은 길 중에 패션모델이라는 길을 선택했다. 임지섭에게 패션이란 어떤 의미일까.

“저에게 패션이란, 저를 만들어 주는 것. ‘이걸로 나를 표현한다’가 아니라 이게 나를 만들어 주는 것 같아요. ‘얘는 이런 사람이야’ 라고 만들어주는 그런.”


조금 더 사적인 영역의 질문으로 넘어가 최근 재밌게 본 작품이 있는지 물었다.

“제가 사실 TV도 잘 안보고, 영화관도 잘 안가요. 영화는 집에서 케이블채널로 사서 보는 편인데 최근에 ‘암수살인’ 봤어요. 그런데 주지훈 님 무스탕이 너무 멋있는 거예요. 찾아보니까 비싸서 바로 포기하고.(웃음)”

패션모델은 영화를 볼 때도 패션이 먼저 눈에 보이는 걸까.

“그냥 제가 갖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 탐나는 것들. 그런 것들이 보이죠.(웃음)”

2018년 키워드 중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과 ‘워라밸(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이라는 신조어가 애써 현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었다. 스스로 노력파를 자처하는 임지섭의 ‘워라밸’과 ‘소확행’을 들어보자.

“워라밸은 스트레스를 어떻게 관리하는 지에 달린 것 같아요. 모델 일이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그래도 스트레스는 받죠. 저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운동이에요. 운동해서 땀을 흘리고 그러면서 죽도록 힘든 순간이 되면 ‘아 내가 겪은 힘듦은 아무것도 아니구나’라고 생각해요. 그게 일이랑 제 삶의 밸런스를 만들어 주는 것 같아요. 또 직업이 모델이니까 운동을 해야 일도 할 수 있죠.”

“저만의 소확행은 촬영 결과물 보는 것? 멋있었다.(웃음)”

촬영 결과물로 행복을 느낀다면 본인의 결과물에 대체로 만족하는 편인 듯싶었지만, 또 다시 반전의 대답이 돌아왔다.

“아니요. 주로 아쉬워하는 편이예요. 내가 여기서 이렇게 했으면 좀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그런. 손가락이 어정쩡하게 펴있는 것도 있고. 다리를 여기서 조금만 더 움직였으면 더 멋있었을 텐데. 이런 것들.”


한 시간 남짓의 인터뷰 시간이 흘렀고 새해 첫 인터뷰를 마무리할 시간도 아쉬움과 함께 다가왔다. 연 초 인터뷰의 마무리 질문은, 식상하다 해도 역시 신년 목표였다.

“작년에 못 이뤘던 걸 올해는 꼭 이루고 싶고, 저의 방향성에 대해 확실하게 알려고 노력할 거 같아요. 좀 더 모델로서 업계 관계자분들에게 신뢰가 가는 모델이 되고 싶어요.”

임지섭은 한국식 나이로 해도 이제 22살이다. 성인이 되자 마자 모델 활동을 시작해, 온전히 성년의 시간을 패션모델로 보내고 있다. 지금까지의 2년보다 앞으로의 20년이 더욱 빛나는 모델로 성장하기를 응원하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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