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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정현 “일본인으로 착각 미워해도 감사해, 어떤 배우로 성장할지 기대해 달라”

2019-03-21 14:18:38

[우지안 기자]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일본인 간부 츠다로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킨 배우 이정현. 실제 일본인이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킬 만큼 그의 연기는 굵직한 여운을 남겼다. 영화 ‘군함도’, ‘임진왜란 1592’, ‘박열’을 비롯한 다양한 작품에서 열연한 그는 연기 혹평하나 없는 재능에 성실함까지 갖춘 열정적인 배우였다.

최근 드라마 ‘아이템’에서는 유도를 했던 경험을 살려 액션씬을 무리 없게 소화하는 모습으로 츠다를 지우고 새로운 캐릭터 고대수로 완벽하게 분했다. 2013년 데뷔 이후 꾸준하고 묵묵하게 자신의 역할을 다해내고 있는 이정현을 실제로 마주하니 스크린과 브라운관 속 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한 명 한명 스태프들을 마주하며 90도로 고개 숙여 인사했고 카메라 앞에서는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 더 좋은 비주얼을 만들어냈다. 그야말로 반전의 연속이었다.

캐릭터의 작은 습관과 디테일까지 고민하며 자신만의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는 배우 이정현. 출연했던 다른 작품들을 찾아보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배우로 거듭나고 있는 그와 함께한 시간.

Q. 함께 촬영하면서 깜짝 놀랐다. 포즈며 표정이며 경험이 많아 보였다. 촬영 소감이 어떤가

“화보 촬영은 이번이 두 번째다. 사실 사진 작업이란 게 어려운 작업이지 않나 싶다. 잘했는지 모르겠지만 bnt와 함께해서 좋았다”

Q. MBC 드라마 ‘아이템’ 출연 중, ‘초능력’이라는 독특한 소재의 작품인데 어떻게 촬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어느 정도 준비 기간이 있어서 여유롭게 촬영했다. 원래는 초반부에 잠깐 출연하는 역할이었는데 운이 좋게 좀 더 분량이 생겨서 시청자분들을 더 오래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아이템’은 웹툰이 원작이기 때문에 웹툰도 찾아서 봤고 무엇보다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스태프분들이 많이 도와주셨고 배우분들도 합을 맞출 때 다들 열심히 하려고 하는 마음이라 잘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나 같은 경우 어제가 마지막 촬영이었는데 다들 고생했다고 말씀해주셔서 감사했다. 종방연 때 뵈면 다들 반가울 것 같다. 아직은 시청률이 저조한 데 좀 더 많은 분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

Q. 과격한 액션 씬이 많던데

“아무래도 운동을 전공해서 그런지 액션 씬에 플러스 되는 요소가 있는 것 같다. 몸을 사용하는 데에 있어 운동한 이력을 잘 활용하고 있고 재밌었던 촬영이었다. 체력적으로도 운동했던 게 도움이 되지 않나 싶다”

Q. 차곡차곡 쌓아온 필모그래피가 돋보이더라. 유도학과 졸업 후 연기는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된 건지

“대학교를 졸업할 시기에 여러 가지 직업군을 많이 찾아봤었다. 대학교 4학년 때는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뭘까’하는 고민을 정말 많이 했었는데 고민하던 중에 학교에서 ‘십이야’라는 작품을 보게 됐는데 ‘한 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저마다 막연하게 생각했던 이상향이 있지 않나. 나한테는 연기가 그랬던 것 같다. 이후로 사회에 나와서 트레이너 일도 해보고 주말에는 다양한 아르바이트도 해봤는데 그 안에서 재미를 찾기에는 부족했고 삶에 있어 활력소가 생기는 일을 찾다 보니 연기하는 배우라는 직업이 좋았다”

Q. 유도를 전공하며 일본 유학도 다녀온 걸로 알고 있는데 운동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만족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대학교 때 유도의 종주국인 일본에 다녀올 수 있었고 많이 배웠고 삶에서도 많은 것을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운동을 포기했다는 표현보다는 합리적으로 다른 일을 찾을 수 있었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또 경찰 행정을 복수 전공하면서 원하던 분야를 공부해볼 수 있던 것도 좋았고 그러면서 사람들을 많이 만나며 시야가 넓어질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Q. 2014년 데뷔, 생각보다 오랜 시간 작품 활동을 해왔더라. 그동안 회의감은 없었는지 궁금한데

“사실 데뷔는 2013년도에 했다. 연극도 해봤고 독립적인 장르도 해봤었는데 많은 분이 ‘갸스비’ 광고로 기억해주셔서 데뷔 연도가 그렇게 기재돼있다. 회의감은 작품을 할 때마다 찾아오는 것 같다. 삶에서도 회의감이 오지 않나. 연기할 때도 마찬가지더라. 그럴 때마다 잘 이겨내는 방법을 찾는 게 내 과제라고 생각한다. ‘아이템’ 촬영 때도 ‘이렇게 연기하는 게 맞나?’ 하는 고민이 많았다. 잘하고 있는가에 대한 생각은 늘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최선을 다하는 게 최고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이 부분은 배우라는 직업이 아닌 다른 직업을 가진 분들에게도 찾아오지 않을까 싶다. 다들 힘들게 살아가지만 난 그 안에서 재미를 찾아보려고 하는 것 같다. 여전히 열심히 오디션을 보면서 한 계단씩 밟아가고 있는 단계다”

Q. 일본인 역할, 한정된 캐릭터에 대한 고민은 없었는지

“그렇다. 일본인 역할을 많이 해왔는데 사실은 찾아주는 것에 감사하다. 작업물을 만들어가는 게 너무 재밌다. 한정된 캐릭터를 생각하기보다 주어진 걸 잘 해내는 게 내 임무라고 생각한다. 믿어주고 캐스팅해 주신 분들을 위해 잘 표현해낸다면 결코 똑같은 캐릭터가 아니기 때문에…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간 더 좋은 캐릭터가 오지 않을까 싶다”

Q. 연기 몰입은 어떻게 하는 편인가

“시나리오 안에 가이드라인이 있다. 캐릭터를 창조하긴 하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성격에서 마냥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항상 나로부터 생각하고 시작한다”

Q. 그렇다면 정현 씨는 어떤 성격인가

“낯도 많이 가리고 사실 사람들과 말을 잘하는 편은 아니다. 연기할 때 선배님들을 만날 때도 감히 말을 걸 수 없더라. 뭔가 가식적으로 보이게 될 거 같아서 친해지면 말을 하기 시작한다. 이런 성격은 내가 가진 것 중에 깨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Q. 촬영할 때 낯가리는 성격이 힘들지는 않은지

“워낙 프로들이 모이는 장이다 보니 각자의 캐릭터가 확고하고 잘하시더라. 이병헌 선배님도 그렇고 주지훈 형님도 그렇고 연기하는 과정 안에 리허설이 있으니까 서로 풀어지고 어우러지는 시간을 가지는 편이다”

Q. 연기하면서 유난히 어려웠던 캐릭터가 있었나

“최근 작품 ‘아이템’도 그렇고 ‘미스터 션샤인’에서도 조금 더 일본인처럼 보이고 싶고 좋은 캐릭터로 시청자들께 다가가고 싶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

Q. 특별히 연기에 도움 줬던 선배가 있다면

“나쁜 선배는 정말 단 한명도 없었다. 최근 마지막 촬영했던 ‘아이템’에서는 이대연 선배님과 김병기 선배님과 함께했는데 굳이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챙겨주시고 다독여주셨다. 이런 작업을 통해 더욱 돈독해지지 않나 싶다”


Q. 출연작 중에서 기억에 남는 캐릭터가 있을까

“아무래도 ‘미스터 션샤인’이후로 지하철에서도 사람들이 알아봐 주셔서 기억에 남지 않나 싶다”

Q. 인기를 실감하고 있나보다. 연예인 서비스도 받아봤는지

“좋게 봐주셔서 사진 요청도 하신다. 의외의 장소에서 의외로 알아봐 주시더라. 최근에는 수산 시장에 갔는데 상인 한 분이 ‘박열’ 잘 봤다고 하시고 또 다른 분은 고대수 아니냐며 조심스럽게 물으시더라. 반갑게 인사해 주신 게 기억이 남는다. 연예인 서비스는 수산시장에서도 서비스 많이 주셨고 대학로에 자주 가는 편인데 가는 곳마다 푸짐히 챙겨주신다. 신기하고 감사한 부분이다”

Q. 연기를 너무 잘해서일까. 실제 일본인으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많던데

“간혹 일본인인 줄 알았다면서 미웠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다. 일본인으로 봐주시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다”

Q. 앞으로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은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개그 장르가 있다. 망가지는 캐릭터 중에서도 이전에 보여드렸던 ‘갸스비’ 광고 속 캐릭터와 비슷한 역할이 있다면 잘 풀어내고 싶은 생각이 있다. ‘으라차차 와이키키 시즌 1’도 너무 재밌게 봐서 그런 작품이라면 감사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Q. 어떤 배우와 호흡 맞춰보고 싶은지도 궁금한데

“한지민 선배님을 좋아해서 함께 해보고 싶다. 특히 최근에 ‘눈이 부시게’를 보면서 출연하신 배우분들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미스터 션샤인’ 함께했던 이정은 선배님도 그렇고 김혜자 선생님, 안내상 선배님, 손호준 선배님도 그렇고 함께 할 수 있다면 영광이지 않을까”

Q. 롤모델이 있다면

“조우진 선배는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시지 않나. 그렇게 연기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가 되고 싶다. ‘아이템’ 함께했던 박원상, 이대연 선배님께서는 작품에 대해 고민을 정말 많이 하시더라. 나이가 들어서도 노력하시는 열정이 부러웠다. 배워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Q. 이야기를 나눠보니 자기 관리가 철저한 사람 같다. 자신에게 엄격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가장 처음 대사가 있었던 작품이 있었는데 통편집 당했다. 당시에 대사 없이도 TV에 나오는 내 모습을 보고 부모님께서는 좋아해 주셨는데 나에게 있어서는 방송에 대한 상처였고 트라우마였다.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었다. 그 이후로는 어떤 작품을 하던 스스로 완성됐다고 생각하기 전까지는 주변에 알리지 않고 있다. 물론 점차 나아지기는 했다. ‘동네의 영웅’ 때는 감독님께서 일부러 배역에 이름도 만들어 주시기도 했으니까. ‘미스터 션샤인’이나 ‘아이템’도 부모님께 따로 말씀드린 적은 없다. 기사를 통해 아시거나 누나가 말하면 그제야 아시고 응원해주신다”

Q.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늘 노력하나보다

“가장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이지 않을까 싶다. 연기도 그렇고 노력해서 잘 표현하려고 하고 열심히 하고 있다는 부분이. 물론 모든 배우가 그렇겠지만 노력하고 있다는 거 말고는 더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없다”


Q. 예능 ‘진짜 사나이 300’ 출연은 어땠나

“너무 재밌었다. 하고 싶었던 예능 프로그램이었고 운이 좋게도 함께 하게 됐는데 팀원들끼리 지금도 여전히 연락하며 지내고 있다. 누가되고 싶지 않았던 마음에 열심히 했는데 편집으로 잘 살려주셔서 감사하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사람을 얻게 돼 좋았다. 현수 형, 매튜 형도 그렇고 함께한 팀원들이 정말 좋았다”

Q. 앞으로 출연하고 싶은 예능 프로그램이 있다면

“‘정글의 법칙’. 애써 웃기지 않아도 되는 예능인 것 같아서 해보고 싶다. 아무래도 예능인이 아닌 배우이다 보니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고 아직 힘이 좋고 체력이 좋아 그나마 그런 부분은 도와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Q. 쉬는 날엔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집에서 거의 나오지 않는다. 운동하거나 집 앞 카페에서 책이나 대본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낸다. 아무래도 현장에서 많은 스태프와 어우러지다 보니 집에서 보내는 내 시간이 너무 좋다. 그래서 배우라는 직업이 참 좋다. 외로워질 만하면 현장에서 스태프들과 배우분들을 만나면 풀어지더라”

Q. 일반적이지 않았던 캐릭터를 주로 맡았는데 여운이 길었던 캐릭터가 있을까

“‘미스터 션샤인’ 같은 경우는 준비 기간과 촬영 기간이 상당히 길었다. 그러다 보니 이후에 오디션을 봤을 때 츠다가 보인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입버릇이나 자잘한 행동들이 많이 남았던 것 같다. 그래서 ‘아이템’ 촬영 때도 이런 버릇들 때문에 감독님께 많이 혼났고 오디션도 4차까지 봤었다”

Q. 스스로의 연기를 평가하자면

“사실 촬영 후에 바로 모니터를 못 하는 편이다. 본방송을 보면 불안해지고 스스로 이상한 노력을 해서 캐릭터를 망가뜨릴까 봐 실시간 댓글만 본다. 댓글도 최대한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하는데 감사한 평이 많더라. 무엇보다 ‘아이템’에서는 츠다 같다는 평이 없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Q. 친하게 지내는 배우가 있을까

“‘미스터 션샤인’에서 야마다 역할로 나왔던 최광제 형. 얼마 전 ‘미스 마’라는 작품에서 주연도 맡았는데 함께 조금씩 잘되고 있어서 좋다. 서로 응원해주고 있는데 시청자분들이 더 많이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

Q. 최근 관심사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조만간 집을 이사해야 해서 집과 여행에 대한 관심이 많다. 작년 말에 몽골이랑 러시아에 다녀왔는데 많은 걸 채울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여행도 혼자 잘 다니는 편인데 한국에도 좋고 근사한 곳이 엄청 많더라. 얼마 전에는 지리산에 올랐는데 겨울 산이 그렇게 예쁜 줄 몰랐다. 그래서 내년에는 한라산을 등반할 계획이다”

Q. 정현 씨는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은지

“배우이기 이전에 사람이다 보니 좋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힘든 일이 있더라도 잘 이겨내고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잘 가꾸어 나가려고 노력 중이다. 작품에 누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고 동료 배우들에게도 실례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혹여나 건방져지지 않도록 스스로 조심하고 다그치려고 노력하고 있다”

Q. 올해 개봉 예정인 영화 ‘오케이!마담’ 촬영을 앞두고 있다고. ‘오케이! 마담’은 어떤 작품인가

“엄정화, 박성웅 선배님이 주연인 비행기 안에서 일어나는 코믹하고 재밌는 장르다. ‘극한직업’도 그렇고 요즘 사람들에게 코미디 장르가 잘 기억되고 있어서 이 작품 또한 즐겁게 즐겨주셨으면 좋겠다. 내가 맡은 역할은 ‘켄’이라는 캐릭터인데 해외 동포인 척하면서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어쩌면 귀여운 역할이다. 캐릭터를 어떻게 잘 살려낼지 고민하는 상황이다”

Q. 올해 목표가 있다면

“츠다라는 캐릭터로 작년 한 해 감사한 시간을 보냈다. 올해도 좋은 작품으로 시청자분들을 만나고 싶고 연기로 인정받는다는 건 감사한 일이니까 아무래도 ‘잘한다’라는 평을 들을 수 있는 작품을 하는 게 목표이지 않을까. 무엇보다 방영 중인 ‘아이템’에 관심 많이 가져주시고
‘오케이! 마담’이라는 작품도 기대 많이 해주시면 좋겠다. 또한 이정현이라는 사람이 어떤 배우로 성장해 나갈지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

에디터: 우지안
포토: 권해근
의상: 에드, 해브어굿타임, 옥토버써드, 아조바이아조, 플렉션
슈즈: 마더그라운드, 바이비엘
선글라스: 루이까또즈
주얼리: 포트레이트 리포트, 우잉
메이크업: 살롱드뮤사이 나영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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