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재 기자 / 사진 백수연 기자] 이성민이 관계의 역전에 놓인다.
영화 ‘비스트(감독 이정호)’의 제작보고회가 5월30일 오전 서울시 강남구 CGV 압구정에서 개최됐다. 이정호 감독, 이성민, 유재명, 전혜진, 최다니엘이 참석했다.
이날 현장에서 맛보기로 공개된 ‘비스트’는 감각적 미장센이 돋보였다. 이에 감독은 “영화도 그렇고 시나리오도 그렇고 내 작품은 무겁고 어둡다. 이번 영화도 무거운 이야기”라며, “상대적으로 분위기를 밝게 띄우고 싶었다. 완전 리얼리즘 계열의 영화가 아닌 상업적이고 장르적인 느낌의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고 연출 주안점을 밝혔다.
영화 ‘공작’과 ‘목격자’의 쌍끌이 흥행으로 일명 ‘여름의 남자’에 등극한 이성민이 범인을 잡기 위해 위험한 거래에 가담한 강력반 에이스 형사 한수를 연기한다. 지난해 ‘목격자’에서 살인범과 마주친 목격자 상훈을 연기한 그가, 이제는 살인마를 잡기 위해 또 다른 살인을 은폐하는 형사가 되어 감정 연기는 물론, 강도 높은 액션까지 선보일 전망이다.
이정호 감독과 이성민의 만남은 이번이 세 번째다. 그는 “‘방황하는 칼날’ 때도 그랬고 이정호 감독님과의 작업에서는 연기를 계산하지 못한다”며, “맞닥뜨리는 신마다 멘탈을 다 무너뜨리는 바람에 늘 백지 상태로 촬영에 임했다”고 알렸다.
이날 민태 역의 유재명은 이성민을 짐승(비스트)으로 표현했다. 그는 “촬영에 들어갈 때마다 선배님께서 짐승으로 돌변하시더라”며, 또한 “그 집중력과 에너지를 보는 것만으로 리액션이 바로 나오게 하는 최고의 파트너”라고 동료를 칭찬했다.
JTBC ‘비밀의 숲’, 영화 ‘하루’ ‘명당’ ‘돈’ 등 어느 작품에서나 명품 연기력을 선보여 온 유재명이 동료 한수의 살인 은폐를 눈치챈 라이벌 형사 민태를 연기한다.
‘자백’에서 한번 맡은 사건은 끝까지 해결하려는 집념의 형사 춘호를 연기한 그가 또 한번 형사 역을 맡았다. 유재명이 생각한 민태는 겉으로는 평온하고 합리적이고 원칙을 고수하는 이성적 사람이나, 그 속에는 아주 뜨거운 욕망이 들끓는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이다.
앞서 보도 자료를 통해 이정호 감독은 “한국에 이런 배우가 있구나 싶었다. 강하면서도 부드럽고 섬세한 연기에 감탄했다”고 유재명을 극찬하기도. 이날 이성민은 유재명이 지방에서 연극을 하다 서울로 적(籍)을 옮기고 또 영화까지 하게 된 과정이 그가 걸어온 길과 비슷하다며, “가슴 속에 연극, 연기, 영화에 대한 뜨거움이 있는 사람”이라고 후배를 묘사했다. 이어 “연기는 나보다 훨씬 잘하는 거 같다”며, “나보다 더 냉철하고 섬세해서 부러웠고 더 잘하고 싶은 경쟁심도 가지게 했다. 자극과 활력이 되는 동료였다”고 했다.
한편, ‘비스트’를 보면 영화 ‘독전’이 떠오른다. ‘독전’ 예고편에는 밴드 이매진 드래곤스의 ‘빌리버(Believer)’가, ‘비스트’ 예고편에는 같은 밴드의 ‘내처럴(Natural)’이 삽입됐다. 주인공 형사가 선악의 경계를 넘나든다는 점도 ‘독전’과 유사하다. 이에 이정호 감독은 “예고편과 후반 마케팅 쪽은 내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아마 예고편 업체가 이 영화와 가장 비슷한 색의 음악을 찾다가 그 음악을 넣은 게 아닐까 싶다”고 운을 뗐다.
이어 “‘독전’이 세련된 영화라면 우리는 야생적이고 거칠다”며, “‘비스트’는 기존 형사물처럼 발로 뛰면서 범인을 잡는 이야기가 아니다. 늘 한수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민태가 한수 뒤를 쫓게 되면서 벌어지는 관계의 역전과 그 서스펜스가 중심”이라고 답했다.
역시 ‘독전’에서 진서연이 열연한 보령 역이 떠오른다. 전혜진은 “진서연 배우가 ‘독전’에서 맡은 역은 멋있고 똘끼 있고 세련됐다”며, 보령과 춘배의 차이점으로 “야생, 더러움, 거친, 러프한”을 언급했다. 이어 “메이크업 과정에서 어떤 부분은 약간 (‘독전’) 생각이 떠오르더라”며, “그 영화와 우리 영화는 다르기 때문에 비슷한 부분은 최대한 배제했다. 아무래도 (‘독전’)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최대한 벗어나고 싶었다”고 솔직히 말했다.
최다니엘은 한수를 친형처럼 믿고 따르는 후배 형사이자 수사 파트너 종찬을 연기한다. 마지막 인사에서 그는 “우리 ‘비스트’는 어떤 것에 대해 입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영화”라고 해 작품의 중의성과 무게를 기대하게 했다. 6월 중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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