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재 기자] 지난달 31일 영화 ‘사자(감독 김주환)’가 개봉했다. 결말 ‘스포’는 없다.
★★☆☆☆(2.8/5)
‘사자’를 향한 기시감과 우려는 배우 안성기로부터 출발한다. 그가 영화 ‘퇴마록’에서 생명은 누구에게나 소중하다고 믿는 박 신부를 연기해서다. 그는 두 작품 모두에서 십자가를 들고, 또 십자가를 긋는다. 이에 제작보고회에서 안성기는 “이야기, 캐릭터, 비주얼 모두 ‘퇴마록’과는 다르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국민 배우’의 말대로 둘은 서로 다르다. 전자가 흠결투성이라면, 후자는 일말의 재미는 있다. 영화 ‘리얼’과의 비교는 과장이다.
특히 CG가 볼만하다. 영화 ‘신과함께’ 시리즈로 그 능력을 인정받은 덱스터스튜디오가 부마 현상을 비롯해 용후의 ‘불 주먹’까지 실제처럼 구현해 냈다. 총 세 명의 부마자가 극 중 등장하는데, 하나같이 꿈에 나올까 봐 무서운 비주얼이다.
그러나 여기에 영화 ‘검은 사제들’ 영신은 없다. 카메라는 어떻게 하면 부마자가 더 무섭게 보일까에 집중한다. ‘사자’에서 부마자는 주인공이 불로 태워 버리는 악당1에 불과하다. 더불어 아버지 사후 더는 신을 믿지 않는 용후가 그 무너진 믿음을 안 신부의 믿음론을 통해 재구축하는 과정은 다분히 피상적이라 인물에 이입이 힘들다. 용후가 신(神)에게 “왜 가만히 있어요” 하는 신(Scene)이 그 증거. 안타까움이 가슴을 두드려야 마땅하나 관객은 용후가 빨리 악당과 한판 붙기만을 바랄 뿐 그의 울분을 끌어안지 못한다.
그렇다고 액션이 대단한 것도 아니다. 영화 ‘블레이드’가 떠오르는 건곤일척은 협소한 공간이 그 의도와 반대로 장애물로 작용하고, 또 주인공이 상황을 반전시키는 과정은 실소를 터뜨리게 한다. 그 시절 ‘블레이드’는 테크노 음악으로 액션에 멋과 템포를 부여했다. 반면 ‘사자’는 그 멋을 모른다. 특색이 없다. 극 중 인물의 각성은 촌스럽기만 하다.
박서준, 안성기, 우도환까지 캐스팅만큼은 합격점을 줄 만하다. 우도환은 그 창백한 얼굴이 뱀과 딱 맞아떨어져 공포에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구마 예식의 스릴에 액션을 덧대고자 한 시도는 일부가 성공했을 뿐, ‘사자’는 조리에 실패한 퓨전 요리다. 확실히 무섭지도 않고 확실히 화끈하지도 않다. 영화 ‘사바하’를 보고 나서는 믿음에 대한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면, ‘사자’의 잔존물은 데뷔 63년 차 안성기의 건재함뿐이다.
특히 ‘멋있는 박서준’은 적역(適役)과 별개로 이제 지겹다. 부디 ‘사자’가 그가 알을 깨고 나와야 하는 당위성을 부여하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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