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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물음표] ‘광대들’ 조진웅, 그건 말짱 오해라니까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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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조실록에 상상력 덧댄 팩션 사극물서 광대로 열연
|촛불집회 때 예인과 극 중 광대패 똑 닮아
|‘말죽거리 잔혹사’로 연극계에서 영화계로
|사익도 좋지만 영화인으로서의 의무 다해야 한다고 봐
|사회적 발언 아냐 “진심은 무조건 통용된다가 슬로건”


[김영재 기자] “iMBC는 상관없는 건가요? MBC 파업하고. 결의 있는 회사기 때문에. 파업은 언제까지 하는 건가요? 잘돼야 될 텐데.” 때는 2017년 10월의 어느 날. 영화 ‘대장 김창수’ 홍보 인터뷰 자리였다. iMBC 로고를 취재진 사이에서 발견한 배우 조진웅(43)은 그해 9월부터 진행된 ‘MBC 총파업’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그 스스로 먼저 꺼냈다.

효창공원에 김구 선생의 생묘가 있으니 들르면 좋을 것 같다는 당부로 끝난 그날의 인터뷰는 결국 나에게 숙제 하나를 안겼다. 왜 그는 본인에게 해(害)가 될 수도 있는 언급을 자처했는가. 물론 ‘공영 방송 정상화’에 대한 찬성 여론이 과반수를 넘는 상태기는 했다. 하지만 대중은 유명인의 사회적 발언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이 이 바닥의 상식.

배우는 배우인데, 진영 논리에 희생된 배우가 어디 한둘인가.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난달 말, 조진웅을 다시 만났다. 영화 ‘독전’ ‘공작’ ‘완벽한 타인’으로 3연속 흥행을 이뤄낸 그의 2019년 첫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감독 김주호/이하 광대들)’ 때문이었다. 세조실록에 기록된 여러 이적 현상을 바탕으로 상상력의 탑을 쌓은 ‘광대들’에서 조진웅은 한명회(손현주)의 사주를 받고 민심을 세조(박희순)의 편으로 현혹시키는 공갈패 우두머리 덕호를 연기했다. ‘독전’ 원호 역과는 정반대고, ‘완벽한 타인’ 석호 역과는 비슷하나 그 결이 다르다. 조진웅이 산처럼 버티고 있으니 다른 배우도 산다.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솔직했다. 어느 때는 사람 좋은 웃음으로 또 어느 때는 호랑이 같은 표정으로 인터뷰를 연극으로 뒤바꾼 그는 천생 광대였다.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광대의 본질을 다시 한번 생각했다고 했다. ‘광대들’을 민초를 핍박하는 권력에 맞서 광대패가 그 본질을 외면하지 않는 이야기라고 요약한 것과, 지난 촛불집회 때 가수·코미디언 등이 무대에 올라 시민을 응원했다는 것 사이에는 이 땅의 광대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 숨어 있었다.


―영화 어땠어요? 보고 난 소감이 궁금한데요.

“제가 제 영화를 보고 어떻게 소감을.(웃음) 저는 영화를 딱 한 번만 봐요, 맨날. ‘아가씨’도 칸 가서 뤼미에르에서 한 번 보고 안 봤어요. 우리 영화는 온 가족이 같이 보는 영화니까 나중에 추석 때 나오면 그때 또 보지 않을까 싶어요. 그렇게 보면 참 좋은 영화죠. 가족들이 다 볼 수 있는 영화에 조진웅도 출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준?”

광대가 공신을 꾸짖는 것에서 왠지 우쭐해지는 기분을 느꼈다는 그는 사극을 보는 재미가 있는 장르로 소개했다. “할 때는 ‘이걸 왜 했을까’ 싶은데 볼 때는 신명나는 장르가 바로 사극이에요. 폄하는 아니고 현대극은 그 플랫 한 맛에 보는 거예요. 의상도 현실에서 우리가 입는 거랑 똑같고요. 근데 사극은 옷부터 얼굴까지 다 다르잖아요. 입체감도 있고 깊이감도 있죠.” 이적 현상의 표현을 위해 CG가 다수 동원됐다. 부처가 현신하고 꽃비가 쏟아진다. ‘독전’ 촬영 때 크로마키를 경부선이라 상상하며 연기한 적은 있어도 이번은 그 이상이었다. 조진웅은 “하정우 씨가 ‘신과함께’를 찍을 때 느낀 당혹감을 나도 이번에 느꼈다”며, “새삼 ‘트랜스포머’에 출연한 배우들이 대단하게 느껴졌다”고 고백했다.

―마지막에 덕호는 세조와 한명회에게 폭력을 휘두르기보다 예인으로서 깨달음을 안겨요. ‘어디 한번 신나게 놀아보세’의 느낌이랄까요. 공감이 갔나요?

“예인들이 가져야 할 지점 같아요. 평화적 해결이요. 만약 울분에 못 이겨 한명회를 죽이면 그 순간 덕호는 예인이 아니라 폭력배예요. 저희들은 깡패가 아니에요. 연기로써 영향을 미치죠. 그리고 예인의 놀이에 민초는 ‘옳소’ ‘맞소’ 하며 힘을 길러요. 촛불집회랑 똑같아요. 촛불집회도 그 앞에 예인이 나와서 ‘여러분 정말 응원합니다’ 하잖아요.”

―촬영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현주 형도 그렇고 (고)창석이 형도 그렇고 우리야 워낙 친하니까요. (김)슬기, (윤)박이, (김)민석이 이렇게 세 분과는 이번에 처음 해봤는데 참 멋진 친구들이에요. 슬기는 ‘SNL’ 때부터 제가 팬이었어요. 이번에도 그 에너지가 있더라고요. 민석이는 재기발랄해요. 다음 영화가 ‘퍼펙트맨’인데 제 추천으로 그 영화에선 친동생으로 같이 나와요.”


―설경구 배우와 공동 주연인 영화죠?

“설경구 선배님과 연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형님 영화에 조연으로 출연한 적도 없더라고요. 제 롤 모델이 설경구 선배님이에요. 옛날부터요. 제가 98년에 군대 휴가 때 ‘지하철1호선’을 학전그린에서 봤는데 경구 형님께서 발이 없었어 발이. 날아다녀. 혼자 연기 다 하시더라고요. 그 다음 해인가? ‘박하사탕’에 형님이 나오시기에 친구한테 ‘나 저 배우 알아. 연극에서 봤어’ 했던 기억이 나요.”

경성대학교 연극영화학과 출신인 조진웅은 극단 동녘에서 연기 생활을 시작했다. 부산에서 서울시립극단으로 터를 옮겼으나 오전 10시에 출근해 오후 4시에 퇴근하는 생활은 피·땀·눈물을 추구하는 ‘젊은’ 조진웅과 서로 뜻이 맞지 않았다.

“‘다른 건 뭐가 있을까?’ 했어요. 그러다 영화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됐죠.” 40대 조진웅은 20대 조진웅에 빙의돼 회상을 이어 갔다. 장소는 코엑스고 등장인물은 군 선임이다. “코엑스 앞에서 군대 선임을 만났어요. 영화를 한대요. ‘말죽거리 잔혹사’ 미술 담당. 현장 써드(3rd) 정도 되는. 파워는 그다지 없는.(웃음) ‘너 영화 해볼래?’ 그러더라고요. 싸이더스 가서 보니까 권상우 씨가 있더라고요. 신뢰가 가잖아요. 그렇게 오디션을 보게 됐죠.”

대사 많고 임팩트 있는 단역과 병풍처럼 지루하게 나오는 단역 중 후자를 택한 조진웅은 야생마 패거리로 출연해 영화계 생리를 배우게 된다. 그는 “어떻게 돌아가는지가 보이니까 ‘이 정도면 할 만한데?’라는 생각이 들더라”며, “조금씩 출연 분량을 늘리면 된다고 판단했는데 정말 그 다음 작품 ‘우리 형’에서는 30분 가까이 나왔다”고 자랑했다.


―덕호는 ‘육신의 충’을 내보이는 말보(최귀화)에게 “하여튼 이거 떠벌리고 다니는 순간 나랑은 모르는 사람이다” 해요. 이처럼 공익에는 도움이 되나 사익에는 전혀 도움 안 되는 일을 누군가 같이 하자고 한다면, 개인 조진웅은 어떻게 행동할까요?

“전혀 없는 거예요? 전혀 없으면….(웃음) 이번에 정말 그런 일이 있었어요. 개막식 사회를 맡아 주면 안 되겠냐고 평창남북평화영화제 방은진 집행위원장님께 급하게 연락이 왔었죠. 집행위원장님께서 얼마나 힘들게 그 영화제를 준비하셨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입장이라 차마 거절할 수 없더라고요. ‘하다 하나 안 되니까 나한테 연락한 거 아니에요?’ ‘진웅~ 빨리~’ ‘아이 뭐 선배 징징거리지 말고. 언젠데요?’ 8월16일이래요. 알겠다고 했죠. 매니저에게 전화해서 ‘8월16일 무조건 빼야 한다’ 하고 이틀을 뺐어요.”

“이거 어디 가겠냐고. 우리가 고스란히 받아야 돼요.” 말이 행동을 앞서는 경우가 참 많다.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고 실천은 안 하는 것이 처세술이 된 지 오래. 그렇지만 이 상남자는 과실만 따먹기보다 나무가 자랄 수 있도록 앞서 먼길을 걸어온 여러 선배를 주목했다. “가서 사회를 봤는데 정지영 감독님도 오시고 안성기 선배님도 오시고 영화계 선배님들께서 다 오셨더라고요.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영화제를 언제까지 선배님들께서 하실 거야. 부산영화제도 있고, 전주영화제도 있고, 부천판타스틱영화제도 있고, 이런 것들을 다 후배들이 맡아서 해야 될 거 아니에요. 사익을 무슨 사익을.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행사잖아요. 영화인이라면 당연히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영화제간의 교류를 언급하던 그는 갑자기 일본의 ‘무역 백색국가 제외 조치’를 화두로 꺼냈다. 배우 정진영의 연출 데뷔작 ‘사라진 시간’이 도쿄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을 받았으나 반일 정서를 고려, 영화제에 불참하기로 결정한 것.

“저게 어떻게 지도자일 수 있냔 말이지. 저게 어떻게 권력을 가진 사람일 수 있냔 말이지. 이거 경제 침략이잖아요. 초청은 받았으나 고사했어요. 시국이 이런데….”

―‘대장 김창수’ 홍보 인터뷰 때는 방송사 파업을 언급했었죠. 보통의 배우는 사회적 발언을 피하는 것이 보통인데 조진웅은 그들과 달라요. 이유가 뭘까요? 조진웅이 공식 석상에서 세월호 배지를 달고 나오는 것은 이제 기본이 됐어요.

“그게 사회적 발언인가요? 전 걱정이 돼서. 그리고 배지는 예뻐서 달은 겁니다.(웃음) 예쁘지 않나요? 나비 위안부 배지도 예뻐요. 두 개 다 달고 다닐까 싶어.”

“저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아까 일본에 대한 발언은 화가 나서 화를 표현한 거고요. 사회적 발언이라고 생각 안 해요. 나쁜 짓을 하는 건데? 미친 짓을 하는 건데? 대한민국 국민인 게 얼마나 자랑스러운데! 요 앞에 바로 청와대 있는데? 문재인 대통령님 딱 계신데 쫄 게 뭐 있어요. 우리나라 안 보고 살 수 있을 거 같아요? 나중 되면 미안하다고 합니다.”

―‘의리파’라는 표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의리파’ ‘정의롭다’는 말이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고요. 그냥 화가 날 뿐이에요. 슬프면 울고요. 다만 정직하게 표현하려고 하는 배우인 건 사실이에요. 진심은 무조건 통용되니 거기에 대해 믿어 의심치 말자. 저의 슬로건이라면 슬로건이죠.”


‘광대들’ 촬영이 끝난 후 조진웅은 금연을 시작했다. 발성과 호흡이 위험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준(準)경고 수준에 다다랐기 때문. 그가 할 수 있는 당장의 노력이 금연이었다. 과거 담배를 3갑씩 피우던 그가 이제는 생초 연기를 맡으면 역해서 참기 힘들단다. 하지만 그런 그도 끊지 못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술이다.

“마음 맞는 사람들과 만나면 가슴에 태양이. 누구나 뜨거운 태양이 하나씩은 있잖아요. 그게 끄집어내지는 순간 확 올라와요. 서로 막 울고.”

수필집 ‘무소유’에서 법정 스님은 사랑을 “찬란한 오해”라고 함축한 바 있다.

《그러고 보면 사랑한다는 것은 이해가 아니라 상상의 날개에 편승한 찬란한 오해다. “나는 당신을 죽도록 사랑합니다”라는 말의 정체는 “나는 당신을 죽도록 오해합니다”일지도 모른다. (중략) 누가 나를 추켜세운다고 해서 우쭐댈 것도 없고 헐뜯는다고 해서 화를 낼 일도 못된다. 그건 모두가 한쪽만을 보고 성급하게 판단한 오해이기 때문이다. (중략)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무슨 말씀. 그건 말짱 오해라니까.

, 법정 스님의 ‘무소유’(범우사, 1999) 中》.

배우 조진웅. 과연 그는 왼쪽일까 아니면 오른쪽일까. 추저분한 질문이 아닐 수 없다. 배우를 ‘좌파 배우’ ‘우파 배우’로 명명하는 것부터가 코미디인 것이다.

그간 상상의 날개를 펴고 조진웅을 지켜봐 왔다. 세월호 배지가 총알이라면 공정 방송에 대한 언급은 방아쇠였다. 상식이 비상식으로 통용되는 가운데에 왜 그는 각종 불이익에도 불구, 고개를 숙이지 않는지 몹시 궁금했다. 하지만 고개를 안 숙이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그는 가슴이 뜨거운 남자였다. 상식이 부정당하는 것에 반기를 들 줄 아는 남자였다.

진심은 통용된다는 구호 아래 무대에서만큼은 감정을 속이지 않으려는 자, 조진웅. 아직도 조진웅을 특정 잣대로 바라보는 그대에게 법정 스님의 한마디를 건네 본다.

“무슨 말씀. 그건 말짱 오해라니까.”

(사진제공: 워너브러더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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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전체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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