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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기자의 설] ‘후유증 오래가네’ NEW…2019 韓 투자배급사 결산③

2019-12-24 14:21:46

[J기자의 설] ‘왕이 돌아왔다’ CJ ENM…2019 韓 투자배급사 결산① <기사 링크>
[J기자의 설] ‘원 히트 원더’ 롯데…2019 韓 투자배급사 결산② <기사 링크>

|지난해 ‘염력’ ‘창궐’ ‘스윙키즈’ 실패
|중소작 위주 배급으로 실리 추구했으나 애매한 결과
|마동석·박정민 ‘시동’으로 연이은 흥행 예고


[김영재 기자]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이하 뉴)가 ‘킹콩을 들다’로 첫 한국 영화를 배급한 때가 2009년이니 올해로 딱 10년째다. 그간 한국 영화 시장은 CJ ENM, 롯데컬처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이하 롯데), 쇼박스, 뉴까지 총 네 투자배급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4강(强) 구도를 형성해 왔다. 녹록지 않은 그 10년 동안 CJ ENM은 총 7편, 롯데는 총 2편, 쇼박스는 총 5편, 뉴는 총 3편의 자사작이 ‘천만 영화’에 등극했다.

하지만 지난해 위기가 닥쳤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2018년 한국 영화 투자 수익율은 -17.3%, 즉 적자였다. 추석 및 연말 대목에는 대작 총 7편 중 오직 ‘안시성’만이 손익분기점(BEP)을 넘으며 한국 영화계 장르가 순식간 호러가 됐다. 2017년 대비 한국 영화는 관객수가 3.3% 감소했고 점유율은 0.9%p 하락했다. 다만 점유율 50%대만큼은 유지했다.

힘들어도 해는 바뀐다. 무술년이 가고 기해년이 왔다.

뉴의 2019년 해시태그는 #숨고르기다. 창사 10주년 대작 여러 편이 연거푸 고배를 마셔서다. 때문에 이번에는 대작 말고 중소작을 대거 내놓았다. 하지만 ‘마당을 나온 암탉’의 영광은 화양연화로 남았고, 안타깝게도 세상은 세월호를 극장서 만나기를 꺼려했으며, 대신 두 장애인 형제의 우애만큼은 반갑게 화답했다. 여름에도 가을에도 춘궁기는 계속됐다. 그렇기에 10월은 참 고마운 달이었다. 뉴는 11월까지 한국 영화로 총 1034만 명을 동원했다. 대기업 계열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들의 분전은 늘 관심의 대상이다.


▶2013년 영광은 어디에…흥행 참패로 끝난 창사 10주년

뉴의 황금기는 2013년이었다. ‘7번방의 선물’(1281만 776명)부터 ‘숨바꼭질’(560만 4106명), ‘신세계’(468만 4571명) 등이 고루 흥행했다. 12월18일 개봉한 ‘변호인’(1137만 4895명)은 14일 동안 568만 6919명을 동원했다. 이로써 총 3735만 3107명(관객 점유율 29.4%)을 동원한 뉴는 한국 영화 배급사별 시장 점유율에서 CJ E&M(현 CJ ENM)을 1.4% 차로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뉴에게 배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금은 어떨까. 아직 선망의 대상일까. 2014년부터 뉴는 수렁에 빠졌다. ‘변호인’이 568만 8892명을 동원하며 2014년 한국 영화 박스오피스 4위에 안착했으나, ‘변호인’ 외에는 이렇다 할 흥행작을 단 한 편도 내놓지 못한 것. 한국 영화 배급사별 시장 점유율은 1위에서 4위로 하락했다. 2015년 3위, 2016년 3위 그리고 2017년 4위.

특히 2018년 창사 10주년을 맞은 뉴는 제작비 100억 원이 넘는 총 네 편의 투자배급작을 선보였으나 ‘안시성’(544만 1020명)만이 손익분기점을 아슬아슬하게 넘었을 뿐, ‘염력’ ‘창궐’ ‘스윙키즈’는 모두 흥행에 실패했다. 흥행에 성공한 ‘독전’은 단순 배급작이었다. 한국 영화 시장 점유율 기준, 2018년 뉴는 총 2047만 9102명(관객 점유율 18.6%)을 동원해 롯데, CJ ENM에 이어 3위에 올랐다. 2013년 대비 약 1700만 명이 증발했다.


▶‘생일’ ‘힘내리’로 사회적 책임 다해…야속한 수직계열화

시작부터 아쉬웠다. 뉴는 ‘언더독’(19만 5565명)을 2019년 첫 타자로 내세웠다. ‘마당을 나온 암탉’ 오성윤·이춘백 감독 7년 만의 신작이었다. 도경수·박소담·박철민 등이 목소리 연기를 맡아 화제성도 높았다. 하지만 평단의 만장일치 호평에도 불구, 한국 애니메이션에 대한 편견의 벽을 넘지 못한 채 약 180만 명 차로 손익분기점에 미달됐다.

전도연, 설경구가 세월호 유가족을 연기한 ‘생일’(119만 7565명) 역시 호평과 별개로 관객의 외면을 받았다.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담담한 시선과, 그 시선을 바탕으로 만일 ‘세월호 사고’에 대한 거부가 편견에 의한 것이라면 부디 그 거부를 멈춰 달라고 부탁하는 작품의 목소리는 ‘생일’을 고맙고 감사한 영화로 기억되게 했다. 하지만 아직 상처가 안 아문 탓이었을까. ‘슬픔은 나누면 반’인데 아쉽게 그 도구가 되지 못했다.

‘나의 특별한 형제’(147만 8156명)는 착한 영화로 주목받았다. 롯데 ‘증인’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우정에 주목했다면, ‘나의 특별한 형제’는 장애인 여부를 떠나 인간은 홀로 좌절하기보다 서로를 돕는 삶으로써 인간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렸다. 그 순한 진심 탓에 관객이 외면할까 걱정됐으나 다행히 약 7만 명 차이로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반면 흥행 배우로 우뚝 선 이성민이 ‘베스트셀러’ ‘방황하는 칼날’에 이어 이정호 감독과 다시 호흡을 맞춘 ‘비스트’(20만 3042명)는 뉴에 뼈저린 실패를 안겼다. 손익분기점에 약 180만 명 미달됐다. 이성민 등 출연진은 호연을 선보였으나, 원작 ‘오르페브르 36번가’의 무리한 각색 및 “상업적이고 장르적인 느낌의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는 연출 의도와 동떨어진 전후반 이질성은 ‘비스트’를 줄곧 박스오피스 하위권에 맴돌게 했다.

‘힘을 내요, 미스터 리’(118만 865명)는 ‘대구 지하철 참사’를 스크린에 옮겼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2019년 국내 주요 배급사 중 실화 바탕 현대물을 내놓은 곳은 뉴와 롯데(‘어린 의뢰인’) 두 곳뿐으로, 뉴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행보를 ‘생일’에 이어 다시 한번 선보였다. 하지만 차승원과 ‘럭키’ 이계벽 감독의 의기투합에도 불구하고 ‘웃음도 눈물도 인조적인 한국형 신파의 적자’라는 혹평 속에 쓸쓸히 링을 내려와 안타까움을 샀다.

그러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의 경쟁이기도 했다. 추석을 맞아 CJ ENM은 ‘나쁜 녀석들: 더 무비’를, 롯데는 ‘타짜: 원 아이드 잭’을, 뉴는 ‘힘을 내요, 미스터 리’를 내놓았다. 하지만 개봉 후 일주일 내 발생한 최다 스크린 수 기준, 뉴는 990개 스크린을 가져가는 데 그쳤고 CJ ENM은 1511개 스크린을, 롯데는 1429개 스크린을 가져갔다. 영화사가 자사 영화에 우호적 상영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은 한국영화진흥위원회도 인정한 바다.


▶마블리로 흥행에 ‘시동’ 걸까?

‘가장 보통의 연애’(292만 4564명)가 손익분기점의 약 두 배에 달하는 호성적을 기록함으로써 잠시 숨을 고른 뉴. 12월에는 ‘시동(감독 최정열)’으로 다시 흥행에 시동을 걸 예정이다. 조금산 작가의 동명 웹툰이 원작으로, 반항아 택일(박정민)이 중국집 주방장 거석이형(마동석)을 만나고 진짜 세상을 맛보는 이야기를 그렸다.

함께 개봉을 준비하고 있는 CJ ENM ‘백두산’, 롯데 ‘천문: 하늘에 묻는다’ 못지않게 출연진이 대단하다. 마동석·박정민·정해인·염정아가 주연을 맡았다.

‘베테랑’ ‘사바하’ ‘엑시트’를 만든 외유내강이 제작한 작품답게 완성도가 나쁘지 않다는 것은 ‘시동’을 향해 켜진 첫 번째 청신호다. 하지만 영화보다 웹툰에 더 어울리는 전개와 포스터 속 ‘마블리’와 상반된 다소 어두운 이야기는 그 청신호를 무색하게 만드는 적신호. 최정열 감독은 “다시 돌아가서 시동을 켜도 된다고 하는 이야기”라고 작품을 요약했다. 과연 웃음과 감동을 겸비한 ‘시동’은 뉴의 2019년 세 번째 흥행작이 될 수 있을까.

(사진출처: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bnt뉴스 DB)
(자료출처: 영화진흥위원회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

◆2019년 한국 투자배급사 결산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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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히트 원더’ 롯데…2019 韓 투자배급사 결산② (12.22.)
‘후유증 오래가네’ NEW…2019 韓 투자배급사 결산③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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