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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 조화 확실한 ‘해치지않아’…만일 동물원에 동물이 없다면? (종합)

2019-12-30 19:14:01

[김영재 기자 / 사진 백수연 기자] 위기에 빠진 동물원. 그중 제일 큰 위기는 ‘동물원에 동물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바지 사장” 소리 들으며 새로 부임한 원장은 그 위기를 타개할 대책으로 이제 몇 안 남은 직원들에게 동물 탈 착용을 명령한다. 탈을 쓰고 북극곰인 척, 사자인 척, 고릴라인 척, 나무늘보인 척 하자는 것. 과연 새 원장 안재홍은 3개월 안에 동물원을 정상화시킬 수 있을까?

영화 ‘해치지않아(감독 손재곤)’의 언론시사회가 30일 오후 서울시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개최됐다. 이날 현장에는 손재곤 감독, 배우 안재홍, 강소라, 박영규, 김성오, 전여빈이 참석했다.

‘해치지않아’는 폐업 직전 동물원에 원장으로 부임한 변호사와 팔려 간 동물 대신 동물로 근무하게 된 직원들의 동물원 살리기 프로젝트를 그린 작품. 작가 훈(HUN)의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손재곤 감독은 “원작에서 구현된 동물과 실사에서 구현 가능한 동물이 서로 달랐다”며, “많은 상의 끝에 가능한 한 원작을 살리는 방향에서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고 알렸다. 또한, 원작 각색에 관해서는 “원작을 러닝 타임 내에 다 담기 위해서는 이야기를 새로 짤 수밖에 없었다“며, “다만 중요한 신을 찍을 때는 원작을 꼼꼼하게 살폈다”고 했다.

그간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 ‘이층의 악당’을 연출해 온 손재곤 감독 약 10년 만의 충무로 복귀작이다. 기자의 질문에 손재곤 감독은 “데뷔한 지 오래됐는데 이제 세 번째 작품”이라며, “데뷔 때만 해도 이렇게 적은 수의 작품을 연출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운을 뗐다. 그가 이제야 차기작을 내놓은 이유는 연출뿐만 아니라 대본까지 책임지는 작업 방식을 갖고 있어서라고. 그는 “한 작품을 진행하다 중단되면 2, 3년이 훌쩍 지나가는데 그런 작품이 세 작품 정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웃음도 놓치지 않았다. 손재곤 감독은 “만약 다음 작품도 이렇게 오래 걸린다면 죽기 전까지 두 편 정도 더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너스레로 모두를 웃게 했다. 그래서 그에게 지금은 “아주아주 소중한 시간”이란다.


영화 ‘족구왕’부터 tvN ‘응답하라 1988’, KBS2 ‘쌈, 마이웨이’ 등을 통해 늘 ‘짠내’ 나는 역할을 선보여 온 안재홍은 수습 변호사 태수 역을 맡았다. 정규직이 되기 위해 동물 없는 동물원 원장 자리를 떠맡게 된 그는 ‘콜라 먹는 북극곰’까지 1일 3직업에 도전하는 모습으로 직장인의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전망. 태수를 어떤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냐는 기자의 질문에, 안재홍은 “태수는 언제 잘릴지 모르는 생계형 변호사”라며, “그 위태로움 속에서 이 친구가 가지고 있는 어떤 절박함이나 갈망이 잘 드러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또 태수가 동물원에서 성취감을 느낄 때 그 감정을 관객도 같이 느끼기를 바랐다고 밝혔다.

강소라는 북극곰을 지키기 위해 폐업 위기의 동산파크를 떠나지 못하는 수의사 소원 역을 맡았다. 최근 SNS에서 영화 ‘겨울왕국2’ 주제가 ‘인투 디 언노운(Into the Unknown)’ 립싱크로 털털한 매력을 발산한 그가 이번에는 ‘털털’한 사자로 파격 변신에 나서 예비 관객의 눈길을 끈다. 강소라는 “내가 맡은 사자는 다른 동물과는 다르게 몸을 일으키면 티가 날 수밖에 없는 동물”이라며, “은폐와 엄폐 그리고 계속 탈을 쓰고 있어서 불편해하는 모습 등에 신경을 썼다”고 답했다.


SBS ‘순풍 산부인과’,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 등을 통해 ‘코미디 하면 박영규’를 성립시킨 박영규가 평생 운영해 온 동산파크를 말아먹은 서 원장 역을 맡았다. 원장 자리를 빼앗기고 헌 원장이 된 그는 새 원장 태수의 제안에 따라 ‘고개 숙인 기린’을 팔 빠지게 치켜들며 다시 한번 웃음 사냥에 나선다.

“섭외를 받고 읽지도 않고 한다고 했다. 감독님을 믿었다”고 입을 연 박영규는 이날 약 40년간 배우로 살아 온 지난날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포부를 공유했다. 그는 “연기 생활을 오래하다 보니 욕심이 생겼다. 어떤 욕심이냐 하면 적극적으로 영화를 해 보고 싶다는 욕심”이라며, “자칫 관객 분들께 욕심 많은 배우로 비춰질까 봐 이번 영화에서는 여기 젊은 친구들은 돕고 나는 오히려 죽이면서 열심히 연기했다”고 했다. 이어 박영규는 “같이 영화로 호흡하게 돼 영광스럽고 기쁘다”며 만족을 드러냈다.

이 밖에 김성오가 순애보 사육사 및 ‘순정 마초 고릴라’ 건욱 역을, 전여빈은 무념무상 사육사이자 ‘멍 때리는 나무늘보’ 해경 역을 맡았다. 영화 ‘죄 많은 소녀’ 전여빈은 잊어도 좋다. 그 엉뚱한 모습이 참 매력적이다. 전여빈은 “그전에 무거운 캐릭터와 달리 이번에는 놀이터에서 노는 기분으로 촬영에 임했다”고 소개했다.

2020년 1월1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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