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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이 곧 행복이다…‘찬실이’, 꿈의 완성에 목매단 당신을 위한 영화 (종합)

2020-02-17 23:56:47

[김영재 기자 / 사진 김혜진 기자] “꿈이 있으면 꼭 그 꿈으로 어떤 성과를 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아요. 하지만 그 꿈을 쟁취하는 고군분투에서 삶의 다양한 결을 느끼는 과정이 곧 행복 아닐까 싶어요. 꿈이 안개처럼 멀기만 한 분들께 이 영화를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꿈은 꼭 성취로 완성되는 것일까? 여기 그 꿈을 이루어 내는 과정에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자신하는 영화 한 편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감독 김초희)’의 언론시사회가 17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개최됐다. 이날 현장에는 김초희 감독, 배우 강말금, 윤여정, 김영민, 윤승아, 배유람이 참석했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인생 최대 위기에 놓인 찬실(강말금)의 고군분투 현생 극복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3관왕(한국영화감독조합상, CGV아트하우스상, KBS독립영화상) 및 제45회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 수상은 물론, 제15회 오사카아시안영화제·제22회 우디네극동영화제·제63회 샌프란시스코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에 빛나는 화제작이다.

단편 영화 ‘겨울의 피아니스트’ ‘우리순이’ ‘산나물 처녀’로 주목받은 김초희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기도 하다. 그는 “40대 영화 프로듀서 찬실이가 실직 후 겪게 되는 위기에 대한 영화다. 나 역시 프로듀서로 오랫동안 일했고, 그 이력이 영화에 자연히 묻어났다”며, “‘삶의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갈 방법이 없을까?’를 생각하며 희망의 이야기를 목표했다”고 소개했다. 극 중 세 여성이 등장한다. 한 사람은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고, 다른 한 사람은 하고 싶은 일이 아예 없고, 나머지 하나는 하고 싶은 일을 못 찾아 방황한다. 기자의 언급에 김초희 감독은 “정신없이 무언가를 배우는 소피(윤승아), 하루하루 삶을 충실히 사는 복실(윤여정) 그리고 위기를 겪고 있는 찬실은 삶은 서로 다르나 열심히 사는 것만큼은 모두 같다”며, “그 세 인물로 희망찬 캐릭터를 그려 내고자 했다”고 답했다.

왜 제목이 ‘찬실이가 복이 많다’일까? 엔딩곡에 그 답이 있다. 김초희 감독은 “일이 잘 풀리거나 가진 것이 많으면 보통 복이 많다고 이야기한다”며, “근데 내가 생각하는 복은 삶이 힘들어도 그 과정에서 다양한 것을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 김도영 감독의 단편 영화 ‘자유연기’로 제17회 미쟝센단편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한 강말금이 집도 없고, 남자도 없고, 갑자기 일마저 뚝 끊긴 찬실 역을 연기했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그의 첫 장편 영화 주연작이다. 강말금은 “모든 게 다 처음이다. 영광스럽다”며, “조연 때는 현장에 가면 뻘쭘했는데, 이번에는 촬영장에 호스트로 있을 수 있어 좋았다”고 솔직히 말했다. 주연으로서의 마음가짐에 관해서는 “신마다 그 신의 요소를 살리려 노력하기보다는 영화 전체의 균형을 생각했다”고 밝혔다.


윤여정은 주인집 할머니 복실 역을 맡았다. 김초희 감독과는 ‘산나물 처녀’에 이어 두 번째 만남이다. 윤여정은 “예순 넘어서부터 사치하고 살기로 결정했다”며, “‘내가 좋아하는 사람 것 하고, 내가 싫어하는 사람 것 안 하고, 돈과 상관없이 하리라’ 했는데, 내가 복도 많다. (이번 영화로) 내가 덕을 봤다”고 했다. 또 이날 윤여정은 그가 생각하는 현 독립 영화계의 문제점을 명쾌히 꼬집어 소위 ‘사이다’를 안겼다. 그는 “나도 한때 독립 영화를 보곤 했다. 그런데 나이 든 후에는 안 본다. 왜냐하면 사회의 이면만 고발 형식으로 다루기 때문이다. 이 나이가 되니까 그런 것이 싫더라. 이제는 더 알고 싶지 않다”며, “김초희 감독이 대견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문제를 해학적으로 푸는 방식이 너무 맘에 들었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여러 종류의 독립 영화가 나왔으면 한다”고 바랐다.

김영민은 배우 장국영을 똑 닮은 비밀스러운 남자 역을 맡았다. ‘판타지적 인물’인 만큼 실체는 불분명하나, 주인공에게 끼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홍금보 아니고 장국영이라 정말 다행”이라는 너스레로 모두를 웃게 한 김영민은, “대본이 좋았고, 게다가 감독님이 대본 이상으로 유쾌하고 위트 있는 분이라 정말 즐겁게 촬영했다”고 알렸다.

이 밖에 윤승아는 매사 깜빡하지만 의리는 깜빡하지 않는 배우 소피 역을, 배유람은 소피의 불어 선생님이자 10년 만에 찬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영 역을 맡았다.

3월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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