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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vs 20] 그런지 룩, 커트 코베인이 그리워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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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 기자] 1990년대가 다시 움직인다. 기존의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순식간에 뒤바뀌기도 하며 지금까지 못 봤던 새로운 키워드에 흥분하기도 한다. 캘빈 클라인(Calvin Klein)에서 베트멍(Vetements)에 이르기까지 90년대의 색감을 잇고 있는 지금, 당신이 더욱더 아이코닉하고 열광적인 디테일을 바라고 있다면 더 이상 신기한 일이 아니다. 아마도 우리는 아날로그의 부활, 특히 패션의 측면에서 상징적 재현을 꿈꾸는 셈이다.

90년대 패션이 갖추고 있는 가치는 ‘다양성’에서부터 시작한다. 미니멀리즘과 더불어 구조적인 미학, 정통 로맨티시즘, 그런지 웨어까지 수많은 스타일이 공존하는 시대였던 만큼 여러 가지 선택지 앞에서 문화와 유행이 소비되었다. 그 덕분에 다양한 길 위에 걸어간 현대 패션 디자이너들은 더욱 풍부하고 감각적인 실루엣을 표현한다.

통 넓은 바지, 거대한 브랜드 시그니처 로고, 오버 핏 재킷 등 이미 우리 일상 패션에 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는 것. 촌스러우면서도 왠지 모르게 개성 있게 보이는 이유는 90년대 감성 자체가 다시 돌아오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레트로 감성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그 느낌을 새롭게 해석한 ‘뉴트로(New+Retro)’가 패션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이번 기획 기사에서는 1990년대의 감성을 20년이 지난 지금 어떻게 재해석하고 소화하고 있는지 분석해보고자 한다.

그런지 룩


‘그런지 룩’은 정통적인 하이패션과 유니폼 테일러링에 반항하며 형성됐다. 다소 지저분하고 남루한 분위기에서 연출되었던 만큼 로큰롤 뮤직이나 아트 워크 같은 ‘서브 컬처’에 큰 영향을 끼쳤으며 스트리트 무드와 빈티지 웨어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줘 큰 사랑을 받았다. 이른바 ‘부족함의 미학’을 살린 웨어러블 스타일.

70년대, 80년대의 컬렉션은 일상적인 차림에 관한 것이 아닌, 옷을 차려입기 위한 컬렉션이었다. 이처럼 상위 계층만을 위한 독점적 컬렉션에 불만을 품는 이가 많아졌다. 조금 더 자유롭고, 조금 더 생기 있는 패션이 필요했던 이유. 플란넬 셔츠와 그래니 드레스, 닥터 마틴같은 부츠와 컨버스 스니커즈 등 하이 패션에 설 것이라고 도저히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템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90s

처음에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1980년대 후반 시애틀을 기반으로 자리 잡은 젊은 로큰롤 밴드는 무언가 새로운 스타일을 찾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패션이란 음악 이외에 자신의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는 수단이기도 했으며 기성세대의 양식을 벗어날 수 있는 '돌파구'이기도 했던 것. 그렇게 아무렇게나 겹쳐 입은 레이어드 스타일링, 러프한 스웨터, 오래된 데님, 다양한 스트라이프 패턴과 그것을 캐주얼로 표현한 오버 셔츠 등 가지각색의 컬렉션이 생겨났다.

너바나(Nirvana)나 펄 잼(Pearl Jam)은 소리뿐만 아니라 그 모습 자체도 파격적인 밴드였다. 지저분한 노이즈 속에 앨범을 재정립한 그들은 비주류를 거부하지 않았고 그것을 오히려 주류로 만들었다. ‘네버 마인드(Never Mind)’ 앨범이 빌보드 앨범 1위를 차지하면서 너바나의 보컬리스트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은 단숨에 스타덤에 오르게 된다. 청바지, 선글라스, 재킷 그의 모든 것이 카메라에 잡힐 때마다 주목받는 순간이었다.

한낱 떠오르는 뮤지션으로 결부 짓기에 커트 코베인의 존재는 대담하고 찬란했다. ‘로큰롤’이라는 장르를 넘어 유려한 존재감을 보여줬던 그였다. ‘MTV 언플러그드’에서 그가 카디건을 착용하고 나왔을 때 그 착장은 단번에 화제가 되었다. 첫 번째 단추를 잠그지 않고 왼쪽 포켓에 커다란 얼룩이 있는 빈티지 스웨터 카디건은 그런지 룩의 아이콘이 되었던 것.

미국 출신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는 이러한 시대적 양상에 누구보다도 발 빠른 디자이너였다. 페리 엘리스(Perry Ellis)에 속하던 그는 93년 S/S 그런지 컬렉션을 통해 신드롬 적 인기를 끌게 되었다. 시대를 앞서가는 놈코어 무드를 보여주는 동시에 스트리트 웨어의 미래를 보여줬던 컬렉션은 당시 아름다움만을 추구하던 패션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처음에는 “컬렉션에 이런 옷이 나타나도 괜찮은가?”에 대한 논란을 끌어냈지만 이후 ‘영 건’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90년대 패션을 대표하게 되었다.


20s

커트 코베인은 자신의 목숨을 끊으며 삶을 이어나가지 못했지만 그의 신념은 그대로 남아 이 시대 스트리트 패션을 이끌고 있다. 시그니처 아이템이었던 낡은 체크 셔츠는 마틴 로즈(Martine Rose)와 피어 오브 갓(Fear of God), 크고 헐렁한 스웨터와 카디건은 라프 시몬스(Raf simons)에서 각각 재해석해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 그중에서 가장 압도적으로 명맥을 이어 나가고 있는 디자이너는 다름 아닌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 힙합 프로듀서이자 래퍼인 그는 ‘아디다스 이지 부스트(Adidas Yeezy Boost)’라는 타이틀을 런칭한다.


카니예 웨스트가 꿈꾸었던 그림은 명확했다. 굳은 질감의 데저트 부츠와 데미지 슬리브 등 그런지의 잔향이 곳곳에 남아 있던 이지 부스트는 틴에이저 층에 열광적인 반응을 끌어냈던 것. 어두운 프라임 니트 소재 스니커즈와 독특하게 생긴 미드솔과 어퍼는 퓨처리즘적인 요소도 다분했으며 그런지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실험적인 스포티즘을 구현한 그는 2015년 ‘Yeezy Boost 350’을 시작으로 스니커즈 붐을 보여줬다.


발렌시아가(Balenciaga)의 2016 컬렉션도 그런지의 새로운 서막을 보여준 무대.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 시대 ‘프레타 포르테’의 전성기를 맞이했던 발렌시아가는 더욱더 젊고 파괴적인 런웨이를 원했다. 그 결과 베트멍의 디자이너 뎀나 바잘리아(Demna Gvasalia)가 후임을 맡으면서 하이 엔드 브랜드의 새로운 얼굴을 드러냈다.

오버한 핏의 윈드 브레이커 재킷, 프린팅 티셔츠 등 그런지 룩의 시초가 되는 아이템이 이전의 ‘프렌치 락시크’ 스타일을 말끔하게 지워준 것. 특히 ‘스피드 트레이너’와 ‘트리플 S’ 스니커즈는 그 하나로 여러 브랜드에서 오마주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발렌시아가의 어글로 슈즈는 투박한 실루엣 안에 그런지 특유의 놈코어 컬러와 자유분방한 캐릭터가 담겨있기 때문. 다시 말해서 바질리아를 통해 스트리트 패션과 하이엔드 패션의 잠재적 연결고리가 되었다.


그렇다면 2020년 현재 그런지 무드를 가장 잘 이해하고 스타일링하는 사람은 누굴까. 헤일리 비버(Hailey Bieber)는 평소에도 유니 섹슈얼 웨어에 관심이 많고 적극적으로 연출하는 스타. 그런 그가 이번 착장에서 맞춘 의상은 더욱더 볼드하다. 영화 ‘매트릭스’에 나올 정도로 오버사이징한 레더 재킷과 옅은 톤의 데님 진은 그 자체로 서브컬쳐에 대한 열망을 보여준다. 맞춰서 착용한 네온 컬러 아이웨어는 포인트 아이템으로 충분했다.


지지 하디드(Gigi Hadid)의 더블 데님 웨어도 자유로운 그런지 룩을 보여준다. 자칫 잘못하면 촌스러워 보일 수 있는 데님 셋 업이지만 재킷을 오버 사이징해 더욱더 과감하게 상체를 부각시킨 것. 이너로 착용한 슬리브리스 탑과 부츠를 새빨간 레드 컬러로 맞춰 세련된 그런지 룩을 완성했다. (사진출처: 지지 하디드, 스플래쉬 뉴스, 제프 크레비츠, 카렌 블레어 공식 인스타그램,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 마틴 로즈, 발렌시아가, 페리 엘리스, 이지 서플라이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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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전체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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