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터뷰] 동현 “아이돌 출신 배우 편견, 내가 풀어야 할 숙제”

2020-02-26 15:34:13

[박이슬 기자] 함박눈이 소복이 쌓인 깊은 산 속. 혹여 넘어질까 봐 아주 천천히 비탈길을 올랐다. 그러자 시선 끝에 눈 덮인 한 그루의 나무가 보였다. 얼음장 같은 이곳에서 그 생명은 ‘홀로서기’준비를 마쳤고 금세 외로움 속에서 더욱 단단해졌다.

커다란 눈망울과 하얀 피부를 소유한 동현. ‘미치도록 새하얗다’라는 어떤 단어로도 그를 형언할 수 없었다. 그의 선한 눈빛에서 나오는 날카로움은 칼에 베인 듯이 차가웠지만 아름다웠다. 그는 이제 홀로 설 준비를 끝마쳤고 다섯 명의 가족들과 떨어져 새로이 둥지를 틀었다.

최근 인생에서 가장 큰 변화를 겪었다는 그. “지나고 보니 무대 위에서 감정이 북받쳤던 순간이 많이 기억에 남는다”라며 담담하게 그때를 회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곧이어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연구한다는 눈빛에는 강렬한 열망이 보였다. 그는 지금 새롭게 비상할 앞날을 기약하며 힘찬 발걸음을 뗐다.

Q. bnt와 화보 촬영한 소감

“예전에도 한 번 했었다. 그래서 다시 bnt와 화보 촬영을 진행해보고 싶은 생각을 했는데 이번 기회에 같이 진행하게 되었고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잘 나와서 좋다. 예전에는 20대였고 지금은 30대로 좀 더 남성스러움과 무게가 더 있다. 또 지금은 혼자 외로움도 있지만 홀로 촬영하는 건 더 많은 매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렌다”

Q. 2월12일 생일이었다. 기억에 남은 축하 메시지는?

“회사 직원, 동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파티를 했는데 동료들이 ‘손편지’를 써줬다. 원래 이번 생일 때 팬 미팅을 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코로나19’ 때문에 연기가 되었다. 그래도 팬 분들이 보내준 메시지와 SNS에 올려준 사진을 보면서 난 아직 사랑받고 있고 행복한 사람이라고 느꼈다”

Q. OST ‘이제 내 사랑이죠’를 불렀다. 솔로곡으로 소감은?

“회사를 옮기고 처음으로 음원 작업을 하게 되었다. 원래 내가 했던 창법과 바꿔서 불렀는데 더 잘 나왔으면 하는 바람에 녹음할 때도 심혈을 기울였다. 그래서 노래와 창법에 대해 심도 있는 고민을 했다”

Q. OST ‘이제 내 사랑이죠’는 짝사랑에 관한 내용이다. 짝사랑의 경험이 있는지?

“짝사랑은 피해를 봐도 남는 것이 얼마 없는 일방적인 사랑이다. 나도 어렸을 때 이런 사랑을 해봐서 노래 부를 때 감정이입을 했다. 충분히 이해되는 가사 내용이라 더 그렇다. 실제 연애 스타일도 이 곡과 비슷하다. 처음 이미지는 차갑고 무관심해 보일지 몰라도 뒤에서 많이 챙겨주고 가사 내용처럼 내가 더 많이 손해 보고 이해하는 편이다”

Q. 솔로 활동 후 마음가짐에 큰 변화가 있었을 거 같다. 다짐은?

“엄청난 다짐들이 있다. 회사도 바뀌게 되었고 아이돌에서 배우로 가겠다고 쉽게 내린 결정도 아니었다. 아직도 고민은 많다. 내 인생에서 되게 큰 변화고 많은 생각을 통해 이루어졌다. 지금은 내가 선택해서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까’ 연구하는 상태다”

Q. 솔로 활동 후 달라진 점

“여섯 명일 때는 기댈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내가 부족한 부분은 멤버들이 채워주고 멤버들이 부족한 부분은 내가 채웠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부족해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더 많이 고민하고 연구하게 되는 부분이 많다. 아무래도 이동하거나 밥 먹을 땐 외롭다. 그래도 회사 식구들이 잘 챙겨주기 때문에 눈물은 흘리지 않는다”

Q. 가장 애착이 가는 곡과 콘셉트는?

“‘야누스’라는 곡을 가장 좋아했다. 이 곡을 통해 이미지 변신도 했고 이름도 많이 알렸다. 가장 좋아했던 콘셉트는 ‘WITCH’라는 곡이다. 장막을 이용해 퍼포먼스를 했고 뮤직비디오 콘셉트가 늑대인간이어서 굉장히 셌다. 센 콘셉트일수록 표현을 못하면 이상하고 장막을 이용한 콘셉트는 한국에서 시도하지 않았다. 무대 위에서 어떻게 표현할까 많이 고민했던 앨범이고 이 곡으로 처음 1위도 해봤다. 그래서 기억에 많이 남는다”

Q. 나중에라도 보이프렌드 멤버들과 곡을 낼 생각이 있는지?

“우리끼리 한 달에 1~2번은 본다. 다 같이 다시 모여서 콘서트를 했으면 좋겠다. 우리가 마지막에 콘서트를 못 해 아쉬움이 마음에 남아있다. 일단은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하면서 꼭 콘서트를 하자’라는 이야기를 했다”



Q. 그룹 활동 때 생각나는 에피소드

“지나고 보니 무대 위에서 감정이 북받쳤던 순간이 많이 기억에 남는다. 내가 감정을 많이 드러내는 편이 아니다. ‘보이섬’이라는 팬 미팅을 했을 때 ‘여우비’라는 곡을 불렀다. 그때 무대 위에서 노래를 이어가지 못할 정도로 눈물을 많이 흘렸다. 그리고 콘서트를 했을 때 감정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다니고 웃었던 순간도 기억에 남는다. 마지막으로는 처음 데뷔했을 때. 아무것도 모르고 뮤직비디오 찍으면서 많이 혼나고 자존심 때문에 몰래 화장실 가서 울었다”

Q. KBS ‘더 유닛’에서 최종 본선까지 진출했다. 생각나는 순간이 있다면?

“힘들었던 순간이 너무 많다. 그때 데뷔 7년 차였지만 시스템은 연습생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그 안에서 외부랑 차단돼 핸드폰 사용도 안 되고 하루에 2~3시간씩 자면서 연습을 해야 하니 굉장히 힘들었다. 하지만 그 이후 얻은 건 사소한 부분 하나하나가 다 고마워졌다. 또 힘든 만큼 출연자들이랑 더 끈끈해질 수밖에 없고 사람들과 아직 연락한다. 가장 아쉬웠던 점은 예선에 4명이 도전해 나갔었는데 혼자 되어서 어깨가 무거워졌고 멤버들이 많이 생각났다”

Q. 배우, 가수가 아니었다면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을지?

“어렸을 때 꿈이 피아니스트였다. 초등학교 때까지 피아노를 열심히 쳐서 콩쿨대회에 나가 대상을 받은 적도 있다. 하지만 당시 또래 친구들의 장래 희망은 축구선수나 대통령이었다. 장래 희망에 피아니스트를 쓰니 친구들이 왕따를 시켰다. 그래서 피아니스트를 포기했다. 너무 놀려서 나도 그냥 축구선수라고 썼다. 그래도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좋아해서 음악은 계속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축구는 너무 못한다”

Q. 아이돌 출신 배우로 따가운 시선을 받은 적이 있는지?

“아이돌 활동을 하면서 뮤지컬, 웹드라마를 했지만 초반에는 안 좋은 시선이 있었다. 아이돌에 대한 선입견이 있어서 2배로 더 노력하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이돌 출신 배우, 뮤지컬에서 잘하는 분이 많고 선입견이 남아있겠지만 요즘은 괜찮다. 그건 내가 풀어야 할 숙제다”

Q. 도전하고 싶은 배역

“주변 모니터를 많이 참고하는 편이다. 지인들은 내가 선하게 생기고 하얗지만 눈이 가끔 무서워 보이고 묘하게 이상하다고 얘기한다. 그래서 ‘사이코패스’나 ‘악역’을 했을 때 잘 어울릴 거라고 피드백을 해줬다. 나도 그런 역할들을 드라마를 보면서 하고 싶다고 많이 생각했다”

Q. 앞으로 배우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 건지

“작품에서 동현이가 아닌 다양한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다. 당연한 얘기지만 참 어려운 일이다. 작품의 배역 자체로 보이고 다음 작품을 봤을 때 전 작품의 연장선상에 있는 캐릭터가 아닌 다른 캐릭터로 보여드리고 싶다. 사실 연기력으로 인정받고 싶다”

Q. 연기 연습은 어떻게 하는지?

“레슨을 받으면서 선생님께 피드백을 많이 받는다. 평소 집에서 드라마를 보더라도 ‘내가 저 역할을 했으면 다르게 표현하고 싶다’라고 하거나 ‘저 역할 되게 좋다’라는 생각을 한다. 핸드폰으로 그 역할을 다시 보며 내 방식대로 연습도 해보고 독백으로 촬영도 한다”

Q. 최근 본 드라마 중 꼭 하고 싶은 역할은?

“최근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 빠졌었다. 극 중 현빈 선배님이 멜로 그 자체였고 연기를 너무 잘하셨다. 그래서 나중에 멜로를 한다면 그렇게 잘하고 싶다. 또 ‘이태원 클라쓰’에도 빠졌었다. 캐릭터 중 박새로이가 너무 멋있었지만 드라마 볼 때마다 좋은 역할은 다 해보고 싶다”

Q. 호흡을 맞추고 싶은 배우

“남궁민 선배님이다. 객관적인 이미지와 상반되는 배역을 해도 캐릭터가 녹아나는 것을 닮고 싶다. 볼 때마다 저 현장에 함께하면 어떤 느낌일까 많이 생각했다. 평소 너무 존경하고 닮고 싶은 선배님이다”

Q. 본인이 느끼기에 20대와 30대의 차이는?

“20대 때와 30대는 큰 차이가 없다. 환경, 상황, 주변이 많이 바뀐 건 있지만 그게 나이와 큰 상관은 없기 때문이다. 한 가지를 꼽자면 체력적인 부분과 관리를 조금 소홀하게 하면 티가 확 나는 건 있다”

Q. 다시 20대로 돌아간다면 해보고 싶은 것

“20대에 공연하면서 여러 나라를 가봤다. 그때는 몸도 피곤하고 스케줄도 힘들어서 호텔에만 있었다. 그런 기회들이 있었을 때 좀 더 넓은 세상을 보고 경험해볼걸. 돌이켜 보니 아쉽다”

Q. 기억에 남는 팬

“슬픈 얘기지만 팬 중에서 할머니 나이대의 두 분이 있었는데 내가 어디를 가든 계셨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한 분이 안 오셨다. ‘왜 안 오시지? 다른 친구가 좋아졌나?’라고 생각만 하다가 그분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날 너무 충격을 받았다. 남은 한 분이 그걸 보시고 나한테 편지를 주셨는데 내용에 ‘너무 걱정하지 마라. 원래 다 사람은 다 갈 수 있고 네 덕분에 힘을 얻고 갔다. 나도 생을 마감하기 전까진 너를 응원하겠다’라고 쓰여 있었다. 평소 ‘죽을 때까지 오빠 응원할게요’라는 얘기는 팬들에게 많이 들었지만 그 일이 있고 나서 생각하는 깊이가 바뀌었다”

Q) 쉴 때는 주로 무엇을 하는지?

“요즘은 그림 그리기에 빠졌다. 첫 번째 완성한 그림은 그냥 나무를 그리고 싶었는데 그리다 보니 화려한 벚나무를 그렸다. 선생님께서 섬세한 여자도 처음에 벚나무를 그리는 사람이 없는데 마음이 되게 순수하다고 얘기해주셨다. 두 번째는 노을이 예쁘게 지는 바다를 그렸다. 사진을 내가 찍어서 그리고 싶었다. 그림을 그릴 때 마음이 치유되고 안정되는 느낌이 있어서 자주 그리려고 한다”

Q. 출연하고 싶은 예능 프로그램은?

“SBS ’정글의 법칙’에 나가보고 싶다. 야생에 던져지는 것을 의외로 좋아한다. 또 MBC ‘복면가왕’이나 MBC ‘나 혼자 산다’도 혼자 사니까 출연해 보고 싶다. 나갈 수 있으면 정말 좋다”



Q. 유튜버로도 진출할 생각이 있는지?

“노래 듣는 걸 너무 좋아한다. 만약 유튜브를 시작한다면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을 커버하는 콘텐츠를 하고 싶다”

Q. ‘잘생겼다’라는 말을 많이 들을 거 같다. 본인의 외모에 만족하는지?

“만족할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 관리도 열심히 해서 멋있는 옷도 입고 좋은 작업 결과가 나왔을 땐 만족하지만 조금이라도 살이 붙거나 관리가 덜 된 느낌일 때는 만족을 못 한다. 오히려 반성하게 된다”

Q. 본인이 생각하는 자신의 장점은?

“긍정적인 마인드. 원래는 긍정적인 성격이 아니었는데 아이돌 준비를 하면서 많이 힘들 때 찾아낸 방법이 있다.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사소한 좋은 면을 보는 방법이다. 그 이후부터 좋은 것들을 보려고 노력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Q. 기억에 남은 댓글

“KBS ‘더 유닛’에 출연할 때 나이가 가장 많았다. 댓글에 ‘나이 먹고 어린애들 자리 뺏지 말아라. 너는 상폐다’라고 쓰여 있었다. 무슨 뜻인지 주변에 물어봤더니 ‘상장폐지’였다. 마음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 아무래도 악플을 그냥 넘길 수 있을 정도의 내공은 없다. 그래도 ‘악플 또한 관심이다’라고 최대한 좋게 생각하려고 한다”

Q. 슬럼프가 찾아온 적 있는지?

“KBS ‘더 유닛’이 끝났을 때 자주 찾아왔다. ‘리부트’라는 주제와 마음가짐을 가지고 정말 열심히 했던 프로그램이었다. 집중하고 힘을 쏟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성과가 없었을 때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고 해도 힘들더라. 과정도 물론 중요하지만 결과가 더 중요한 건 사실이니까”

Q.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한 마디

“팬들은 내가 모니터링을 안 하고 무심한 줄 알지만 사실 모니터링을 좋아한다. 보내준 메시지, 댓글, 편지도 다 읽는다. 하지만 팬들은 ‘오빠 또 편지 안 읽었죠?’라는 식이다. 내가 팬들한테 장난을 많이 친다. 항상 소중하게 생각하고 일할 수 있고 일하는 이유의 원동력 자체가 팬들의 관심이고 사랑이니까 늘 감사하다. 올해도 응원해주는 만큼 좋은 모습 많이 보여줘서 같이 행복한 모습과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다”

Q. 인생의 최종 목표는?

“최종목표라고 말하기에 구체적이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자신에게 ‘지금 이 정도면 만족하고 행복해?’라고 물어봤을 때 ‘만족한다’라고 행복하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때가 왔으면 한다. 그리고 그때 그것들을 많은 사람에게 나누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에디터: 박이슬
포토그래퍼: 윤호준
영상 촬영, 편집: 어반비앤티(urban-bnt)
의상: 자라, COS, 트렁크 프로젝트
헤어: rue710 박옥재 이사
메이크업: rue710 박수진 실장



bnt뉴스 기사제보 fashion@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