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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쥐언니 뷰티칼럼㉒] 美 대륙에서 시작된 어린 동양소녀의 ‘뷰티홀릭’

2020-04-07 13:51:30

“처음 샀던 핑크빛 립글로스는 첫사랑 같아요. 언제나 ‘설렘’으로 기억되니까요”

저의 뷰티 라이프는 사춘기 시절 드러그스토어(drugstore)에서 시작됐습니다. 부모님의 결정으로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미국에서 유학을 했어요. 한창 예민할 10대 중반에 시작한 타국 생활은 낯설음과 새로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첫 등교를 하던 날부터 문화적 충격을 받았던 것 같아요. 학생들이 학교에서도 당당히 화장을 하고 액세서리도 자유롭게 착용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미국 드라마 ‘가십걸’처럼 외모만큼은 모두 대학생 같았어요.

당시 한국은 학생들의 복장이나 두발 규정이 엄했잖아요. 액세서리나 화장을 하고 등교하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시절이었습니다. 어른들의 눈을 피해서 파우더나 립글로즈를 바르는 것이 고작이었던 저에게 미국 친구들의 모습은 신선한 자극이 됐습니다.

한창 멋 부리고 싶은 나이가 사춘기잖아요. 미국학교에 적응을 하고 보니 저도 슬그머니 색조화장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소심하고 수줍음이 많은 성격 탓에 과감하게 꾸미고 다니지는 못했어요. 친구들 옆에서 구경하고 조금씩 따라하는 정도였던 것 같아요.

서로 화장도 해 주고 피부 고민도 이야기하면서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친해졌습니다. 서양인에 비해 동양인 피부가 촉촉하고 매끄럽다고 하잖아요. 제가 트러블성 피부인데도 친구들은 피부가 좋다고 자주 칭찬을 했어요.

그때 사람마다 피부 성격이 다르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피부에 자신감이 생기면서 스킨케어와 메이크업에 더 애착이 생겼던 것 같아요. 나중에는 친구들에게 좋은 제품도 추천하고 한국에서 사온 화장품을 나눠 줄 정도로 ‘뷰티홀릭’이 됐죠.

“삶을 풍요롭게 하는 행복은 일상의 작은 변화에서 시작한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고 했던가요? 하교길에는 늘 화장품을 구경하러 다녔습니다. 당시 미국에서는 약국에서 기초부터 색조 화장품까지 팔았어요. 지금의 올리브영이나 롭스에 약국이 더해진 개념인데요. 저의 뷰티 다이어리는 여기서부터 시작했던 것 같네요.

어디서나 쉽게 화장품을 구입할 수 있으니까 용돈의 대부분을 화장품을 사는데 썼습니다. 웬만한 제품은 이것저것 다 사서 써 보고 나에게 맞는 화장품을 찾는 실험정신을 발휘했어요. 조금 부끄럽지만 중·고등학생 시절에도 공부보다 꾸미고 가꾸는 일이 더 좋았거든요.

당시 드러그스토어를 통해 처음 접하게 된 화장품 브랜드가 로레알과 메이블린 같은 회사였어요. 지금은 너무 잘 알려져 있는 회사지만 그땐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았거든요. 이렇게 새로운 아이템을 발견하는 재미로 타지 생활에 적응했던 것 같습니다.

친구들에게 배운 뷰티는 주로 색조메이크업이었어요. 전문적인 메이크업은 아니었지만 한국의 또래 여자아이들에 비하면 일찌감치 메이크업에 눈을 뜬 편이죠. 아이라인을 그리고 섀도우와 블러셔로 멋을 낼 줄 아는 10대 시절을 보냈어요.

덕분에 기초관리의 중요성도 일찍 깨달았습니다. 자주 화장을 하는 만큼 피부보호를 위해 기초화장품은 꼭 발랐어요. 귀가한 다음에는 화장으로 자극을 받은 피부를 진정시키기 위해 깨끗이 씻고 보습까지 신경 썼죠.

기초 케어는 한국에서 가져온 화장품 위주로 발랐어요. '늦둥이 딸을 예쁘게 잘 키워 보겠다'는 극성 엄마를 둔 덕분에 어려서부터 홈케어는 확실했던 것 같아요. 여자는 어려서부터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는 저희 엄마의 뷰티 철학을 제가 그대로 닮은 것 같기도 해요.

이렇게 시작된 저의 뷰티 스토리는 이제 ‘젊음’을 향하고 있습니다. 피부는 기본 베이스가 튼튼해야 젊음도 미모도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관리합니다. 매일 꾸준히 ‘비움과 채움’을 성실하게‘반복’하자고 다짐하며 저의 뷰티 일기장에 노력의 흔적을 기록합니다. 평생 젊고 생기 있는 ‘꽃줌마’로 살고 싶은 저의 소망을 위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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