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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살리는 친환경 패션, 지금은 소재 전쟁!

이진주 기자
2020-04-16 14:51:56

‘착하다’라는 단어가 이토록 예쁨 받은 때가 있던가. 다시 말해 트렌드가 뷰티, 패션을 불문하고 인간 중심에서 벗어나 지구 친화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최근 기후변화, 멸종 위기종 등 잇따라 발생하는 환경문제들의 원인 제공자로서 더는 모른 체할 수만은 없던 것이다.

이에 전 세계가 윤리적인 캠페인을 강구하는 추세다. 특히 패션업계는 ‘비건’이라는 키워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유수 브랜드는 동물 털을 쓰지 않는 퍼 프리를 선언하는가 하면, 2018년 9월 런던 패션위크는 모피 의상을 전면 금지했다. 그렇게 가죽은 합성피혁으로, 울과 모피는 폴리에스테르나 나일론으로, 실크는 레이온이나 텐셀로 대체됐다.

뿐만 아니라 리사이클 또는 업사이클의 부상으로 재조명된 브랜드도 적잖다. 환경 보호를 고려하는 파타고니아는 재활용 폴리에스테르를 사용하며, 지속 가능성에 집중하는 프라이탁은 트럭 방수천과 안전띠를 재가공한다. 이처럼 슬로 패션을 추종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생각지 못한 재료들이 속속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코르크 마개(Cork)


참나무의 코르크는 구조상 충격에 강하고 소음 흡수 효과가 뛰어나 바닥재 같은 건축자재로 많이 쓰인다. 게다가 와인 마개나 웨지힐, 플립플롭을 생각하면 신소재의 활용이 낯설지 만은 않다. 그러나 소재 특유의 느낌을 고스란히 담아낸 가방은 쉬이 상상 가지 않을 것.

다니엘 리(Daniel Lee)가 전개하는 이탈리아 럭셔리 패션 브랜드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는 2020 프리 스프링 컬렉션에서 코르크와 판넬의 백 라인을 선보였다. 그가 처음 출시한 일명 ‘만두 백’ 역시 코르크 신소재로 재탄생한 것으로, 이는 기존 레더 백보다 가볍고 유연한 디자인 때문에 올 시즌 가장 각광받았다.

#인공 거미줄(Spider Silk)


미국의 생명공학 기업 볼트 스레드(Bolt Threads)는 인공 거미줄 연구를 거듭한 끝에 2009년 ‘스파이더 실크’로 옷 제작을 최초 성공했다. 이에 스텔라 매카트니(Stella Mccartney)가 협약을 체결해 2017년 10월 뉴욕 현대 미술관에 골드 드레스를 전시했으며, 같은 해 파리 패션위크에서 브라운 니트웨어를 선보였다.

그런가 하면 스텔라 매카트니, 아디다스와 함께 생분해 테니스 드레스를 탄생시켜 화제를 모았다. 이는 단백질 기반 직물로 구성된 마이크로 실크를 사용해 가벼울 뿐 아니라 통기성까지 우수해 스포츠웨어의 새바람을 일으켰다. 또한 버섯 뿌리의 균사체를 활용한 ‘마일로’ 백을 출시하며 독자적인 기술력을 증명했다.

#커피 찌꺼기(Coffee Grounds)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코알라트리(Coalatree)는 커피 찌꺼기로 옷을 만들었다. ‘커피 컬렉션’의 일환으로 커피 찌꺼기와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에볼루션 조거’와 ‘에볼루션 후디’를 판매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크라운드 펀딩 플랫폼 인디고고에서 ‘스위치백 셔츠’ 라인을 선보였다.

해당 셔츠는 아이스커피 3잔과 플라스틱병 10개로 만들어지며, 방수 기능이 내재되어 얼룩이나 오염, 냄새에 특히 강하다. 또한 직물 자체의 열 차단 및 쿨링 효과뿐 아니라 구김이 적고 가벼워 야외 활동에 적합해 이미 미국 내에서는 구하기 힘든 인기 제품이라고.

#자동차 시트 가죽(Car Seat Leather)


한국의 현대자동차는 2019년 뉴욕 맨해튼에서 디자이너 마리아 코르네호(Maria Cornejo)와 함께 ‘리스타일(Re:Style)’이라는 소규모 컬렉션을 열어 업사이클링 재킷과 드레스 등 15벌의 의상을 공개했으며, 블랙과 화이트를 차용해 자갈과 눈 등 자연의 이미지를 연상케 했다.
 
이어 중국에서 열린 ‘리스타일 베이징’에서는 디자이너 장 나(Zhang Na)가 폐차 직전의 차 가죽 시트를 재활용한 백팩 펜던트와 탈부착 가능한 웨이스트 코트 등 7벌의 의상을 선보였다. 특히 재활용 PET로 제작한 티셔츠와 에코백 기념품은 MZ세대의 관심을 독차지했다.

이진주 기자 lzz422@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