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포없는리뷰] ‘침입자’, 영화를 영화로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2020-06-02 00:07:09

|가족에 질문 던지는 ‘침입자’…머리싸움 조성 실패에 맥빠져
|관객이 아니라, 독자로서 다시 접하고 싶은 이야기


[김영재 기자] 침입자. 그는 허락받지 않은 방문자다. 때문에 4일 개봉하는 영화 ‘침입자(감독 손원평)’는 제목부터 그 불청객의 오라가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억하심정의 침입자가 서슬 퍼런 칼날을 꺼내 보이면, 둥지는 망가지고 주인공은 절체절명 위기를 맞는다.

불의의 사고로 아내와 사별한 건축가 서진(김무열). 어느 날 서진 앞에 25년 전 사라진 동생 유진(송지효)이 나타난다. 잃어버린 가족이 돌아왔다며 기뻐하는 서진네. 하지만 오빠 서진은 유진에게 의심을 거두지 못한 채 동생의 과거를 뒤쫓는데….

누가 봐도 유진은 진의를 숨기고, 집 이곳저곳 덫을 설치하는 침입자다. 그 추론이 틀렸다는 가정 또한 가능하다. 눈앞에서 아내를 잃은 자책감에 정신과 치료를 받는 서진은 문득문득 아내의 환영을 볼 만큼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감독은 무심하기 그지없다. 유진이 정말 “미친년”인지 아니면 이 모든 것이 서진의 몽상인지 관객과 수(手) 싸움을 벌이기보다, 그만의 가족론을 전파하기에 바빠서다. 가족을 가족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소설 ‘아몬드’를 쓴 작가이기도 한 감독은 ‘가족은 혈연이다’는 상식에 침입해 핏줄 외에도 공간, 시간, 대화, 배려가 인간을 가족으로 묶는다고 말한다. 가족 이야기에 미스터리 스릴러를 가미한 시도는 그 용기가 호기롭다.

본작의 흥밋거리는 사람 셋이 모이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 낸다는 뜻의 삼인성호(三人成虎)가 유일하다. 배우 김무열은 이성(理性)이 본능에 잠식된 까칠한 얼굴로 ‘그 거짓’을 진실로 되돌리려는 서진의 신경질적 질주를 무난히 표현한다. 주연 입지를 다시 다졌다. 반면 배우 송지효는 배우로서 새 얼굴을 얻겠다는 각오에도 불구하고, 해쓱하고 서늘해야 할 유진과 다소 겉도는 모양새다. 몽롱한 표정 외에 또 다른 해석이 필요했다.

집과 가족이 외부인에게 침식되는 모습은 영화 ‘기생충’이 떠오르고, 그 기시감은 후작(後作)에 아쉬움을 입힌다. 책장을 넘기며 소설로 읽고 싶다는 바람은 마침 감독이 베스트셀러 작가라서가 아니라, 차라리 독자의 상상이 신(Scene)과 신 사이의 행간을 채우는 쪽이 더 낫겠다는 판단이 들어서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로 끝나는 유진의 정체는 차라리 글과 종이로 넉넉히 그려지는 편이 한층 설득력 있는 원인과 결과를 빚어냈을 것이다.

15세 관람가. 102분. 손익분기점 150만 명. 총제작비 65억 원.

(사진제공: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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