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G기자의 사만모] 정하늘, 겹겹의 인연으로 발견한 런웨이

2020-06-12 11:31:56

[김강유 기자 / 사진 bnt포토그래퍼 설은주] 사.만.모. 서울패션위크 취재 10년 차 기자가 ‘사심으로 만난 모델’들을 소개한다.

밝게 빛나는 백금발, 신비로운 회색 빛 컬러 렌즈, 차분한 다홍빛 입술, 편안하고 정갈한 메이크업, 흠 없는 172cm의 신체비율, 스물 셋의 패션모델. 2020년 5월18일의 정하늘이다.

“아직 촬영 보다는 (패션)쇼가 더 좋다”는 정하늘. “런웨이에서 더 빛나는 모델”이고 싶어 하는 그는 작년 3월 ‘2019 F/W 서울패션위크’를 통해 데뷔 쇼를 치렀다. 그리고 바로 그 시즌, 기자는 이인주 디자이너의 문리(MOON LEE) 쇼에서 그를 포착했다. 그 후 1년이 지나고 정하늘은 bnt뉴스의 스튜디오를 찾았다.

인터뷰를 위해 가벼운 트레이닝복과 마스크를 끼고 나타난 그는, 첫 인사부터 런웨이에서의 느낌과는 사뭇 달랐다. 금발을 질끈 묶고 날카로운 카리스마를 뿜어내던 첫 인상과 달리, 마주한 첫 인사에는 수줍은 미소와 함께 무겁지 않은 긴장감이 느껴졌다.


2019.03.22. 김강유 기자. '19 F/W 서울패션위크 문리 패션쇼'

정하늘은 아카데미에서 1년가량 준비 기간을 거쳐 ‘서울패션위크’ 데뷔에 성공했다. 준비 기간이 짧았던 만큼 운동을 통해 몸만들기에 집중했다고. “원래 운동을 싫어해서 안했었는데, 패션위크를 위해서 헬스장에서 유산소 운동이랑 근력 운동을 하면서 몸을 만들었어요.”

생전 처음 겪는 ‘패션위크’는 낯설었고, 처음 밟는 ‘런웨이’는 설렜다.

“완전 처음 섰던 쇼가 남녀 모델이 함께 오르는 쇼였어요. 남자 모델들은 물론 키가 엄청 컸고, 제가 여자 모델 중에도 조금 작은 편이다 보니까 괜히 더 허리를 곧추세우고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색할 겨를도 없이 그냥 정신이 없었어요.(웃음)”

“첫 걸음에 세상이 하얗게 변했어요.(웃음) 너무 떨렸기에 제대로 기억은 안 나지만, 심장이 엄청 두근두근했던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쇼로는 기자가 마주쳤던 문리 쇼를 꼽았다. “문리 쇼에서 런웨이 동선을 반대로 갔었어요. 오른쪽으로 돌아야 했었는데 저 혼자 왼쪽으로 돌았죠. (백스테이지에) 들어와서야 알았어요.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죠.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기억하고 있어요.”

이어 정하늘은 “김지만 디자이너의 그라피스트 만지(GRAPHISTE MAN.G) 쇼를 항상 서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라피스트 만지의 패션쇼는 과감하고 파격적인 메이크업을 여러 차례 선보인 바 있다. “과감한 메이크업도 좋아”한다는 그에게 혹시 타투가 있는지도 물었다. “관심은 있지만 모델 일에 제약이 많을 것 같아서 안하고 있어요. 아무것도 없습니다.(웃음)”


2019년의 정하늘은 대학 졸업작품을 준비하면서 프로 패션모델로 데뷔까지 했다. “바빴지만 행복했다”는 그는 “무엇보다 회사(에이본모델)에 들어온 게 좋았다”면서 갑작스레 웃음을 터트렸다. 인터뷰 자리에는 에이본모델의 대표와 실장이 함께 했다.

“모델로 데뷔한지 얼마 안됐을 때, 모델을 계속 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어요. (회사) 대표님 연락을 받고 모델 쪽으로 더 해봐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주변에서도 그때쯤 많이 얘기해주시기도 했고요. 회사에 들어오면서 모델로서 조금 큰 변화가 있지 않았나 싶어요. 바쁘기도 했지만, 회사 들어온 게 좋았습니다.(웃음)”

“아빠는 (에이본모델) 계약 전까지도 군인을 하라고 하셨어요. 군인이 직업이셨거든요. 군인을 해서 안정적인 직업을 갖기를 원하셨죠. 저는 그래도 모델을 하고 싶다고 의견을 어필했지만, 결국 (입대지원) 원서까지 넣게 됐어요. 그렇게 원서까지 다 넣어놓은 상태에서 시험만 치면 됐었는데, 때마침 타이밍 좋게 (회사) 대표님이 연락을 주셔서 ‘아빠 전 이제 모델의 길을 가야 돼요’하고 시험장을 안 갔던 기억이 있습니다.(웃음)”

천재일우(千載一遇)였다. 타이밍이 어긋났다면 런웨이가 아니라 연병장에 있었을지 모를 일이었다. 옆에 자리한 에이본모델 백승헌 실장에게 정하늘 캐스팅의 비하인드를 들어봤다.

백 실장: “지인으로 지내던 디자이너 분의 쇼를 보다가 하늘이를 처음 보게 됐어요. 그냥 괜찮다고 생각하던 중에 어쩌다 하늘이 SNS를 발견했죠. 그래서 고민하다가 DM(Direct Message)을 보내서 미팅 요청을 했습니다. 그렇게 실제로 만나보니, 생각보다 더 괜찮은 친구여서 제가 계약하자고 계속 설득을 하고 꼬셨죠.(웃음)”

정하늘에게 하늘의 기회를 선물했던 쇼는 누팍(NU PARCC)이었다. 회사 없이 데뷔 시즌을 치르게 된 과정에 대해 들어봤다.

“데뷔 전에 모델을 계속 해야 되나, 스스로 방황을 조금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교수님께서 ‘너는 그래도 모델을 해야 되는 몸이다, 모델을 해야 한다’라고 계속 좋게 말씀해주셔서 준비를 열심히 했죠. 그렇게 준비하는 동안 교수님의 스승님 되시는 분이 계속 저를 보셨더라고요. 그 분의 에이전시에서 제 프로필을 한 쇼 한 쇼 넣어주셨어요. 그렇게 누팍, 문리, 모던에이블 쇼에 픽스가 됐고, 여기에 제가 직접 프로필을 넣은 커스터머스 쇼까지 오르게 되면서 데뷔 시즌을 치렀습니다.”


인터뷰 도중 백승헌 실장은 “원래 하늘이가 피아노를 전공으로 음대 진학을 하려 했었는데, 음악을 그만두고 방황하다가 원하는 것을 새롭게 찾은 게 모델”이라며 숨어있던 정보를 건넸다. 하마터면 놓칠 뻔 했던 이야기를 잡아왔다.

“열아홉 살 때였어요. 조금 마음이 아파서... 피아노를 치고 있으면 계속 눈물 밖에 안 나오더라고요. 너무 많이 힘들어서 ‘피아노를 해야 될 게 아니라 치료를 받아야겠다’ 하고 피아노도 학교도 전부 잠깐 그만두고 쉬었어요. 일 년 정도 쉬고 스무 살 때 고등학교에 복학해서 고3 생활을 했죠. 스무 살 복학, 그때부터 모델을 준비했어요.”

“피아노는 다섯 살 때부터 계속 쳤었어요. 어릴 때는 즐겁게 했었는데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전공으로 들어가니까... 저는 그냥 피아니스트가 되는 줄 알았어요, 열심히만 하면.(웃음) 근데 이게 열심히만 해서 되는 게 아니라 제가 행복해야 음악도 잘 나오는 거였는데, 틀리면 안 된다는 강박이 너무 심해서 힘들어했던 것 같아요.”

무려 15년 동안 해왔던 피아노였다. 미성년의 시절을 피아노로 가득 채웠다는 얘기다. 그러다가 일 년을 쉬는 동안 방향이 바뀌었다.

“친한 친구 중에 메이크업 하는 친구가 있었어요. 제가 완전히 쉬고 있을 때 그 친구가 갑자기 바디페인팅 모델을 해줄 수 있냐고 연락이 온 거예요. ‘페이도 좀 괜찮아’라면서.(웃음) 그래서 갔죠. 가서 바디페인팅 하고 심사만 하면 끝나는 건 줄 알았는데, 무대에 올라가서 워킹을 하라는 거예요. 바디페인팅한 채로 엄청 큰 장신구를 들고 워킹을 했는데, 그때 기분이 묘했어요.”

“그동안 ‘무대’는 박수를 받는 곳이기 보다 항상 힘든 곳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그때 ‘이렇게 무대에 올라와서도 박수를 받으면서 희열감을 느낄 수 있구나’라는 걸 처음 느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러고 나서도 ‘내가 어떻게 모델이 되겠어’ 이런 생각을 했죠. 근데 계속 그때 생각이 나서 결국 모델에 도전하게 된 것 같아요.”

“부모님께서는, 처음엔 제가 힘들고 아픈 상황이었으니까 ‘그래 뭐라도 해봐라’ 이런 반응으로 하게해주셨죠. 아카데미 다니는 것도 지원을 열심히 해주셨는데, 대학에 와보니 계속 살도 빼야 하고 발도 매일 다쳐오고 하니까 마음이 아프셔서 그만하면 안 되냐고 말씀을 많이 하셨어요. 중간엔 그렇게 말씀 하셨어도 지금은 팍팍 밀어주십니다.(웃음) 좋아하세요. (회사에서) 잘 챙겨주셔서.”

“아카데미는 스무 살 내내 다녔어요. 고3 생활 전체를 아카데미에 쏟았죠. 아카데미 다니면서 워낙 저보다 신체 조건이 괜찮은 친구들이 많았기 때문에 항상 비교하게 됐던 것 같아요. 제 스스로가 항상 못나 보였던 시기여서 더 비교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좋았던 건, (고등)학생인데도 졸작 패션쇼 같은 무대를 많이 하게 해주셨거든요. 그런 것들 다니면서 이렇게 쇼를 하는구나, 느끼고 보고 배웠던 것 같아요. 대전에서 서울도 와보고, 다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2017.11.29. 김치윤 기자. '2017 페이스오브코리아'

정하늘은 모델 데뷔 전, 한국모델협회에서 주최하는 ‘2017 페이스오브코리아’ 대회에 출전했었다. 그리고 그 수상의 순간이 bnt의 데이터베이스에 존재했다. 그저 수많은 수상자들 중 한명이었다가, 3년이 지나 인터뷰이로 만난 인연이 신기했다.

“대전에서 지져스모델아카데미에 다녔었는데 거기 선생님이 모델협회랑 아시다보니 대회 공문을 받아서 저한테 나가보라고 해주셨어요. 제다 또 그때 한창 대학 준비다 뭐다 하면서 살을 쪽 뺀 상태였기 때문에 ‘한 번 나가볼까’ 하면서 나갔었고 협찬사 상을 받았습니다.”

“‘도수코’처럼 올라가는 형식이었어요. 매 순간이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것들이라 되게 신기했던 것 같아요. 새로운 경험들이었어요.”

인터뷰의 다음 파트로 넘어가기 전, 모델의 꿈을 완성시켜준 회사에 대해 짧게 자랑할 수 있는 기회를 건넸다.

“일단 실장님이 엄청 좋으세요.(웃음) 엄청 잘 챙겨주시고, 진짜 친절하게 하나하나 알려주셔서 되게 좋아요. 이번에 스승의 날에도 연락을 드렸어요. 어쩔 때는 스승님 같으시거든요. 다른 모델 분들도 각각의 개성이 있어서 되게 멋있어요. 서로 어색한 것도 없고 가족 같은 분위기가 진짜 좋은 것 같아요. 약간 너무 아부하는 느낌일 수 있는데, 진짜 좋아해요.(웃음) 주변 사람들에게도 자랑하고 다녀요. 후배들도 저희 회사에 관심 많더라고요.”


과감한 도전을 통해 패션모델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정하늘.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스스로가 생각하는 모델 정하늘과 사람 정하늘의 매력을 물었다.

“우선 사람 정하늘은 긍정적이고 밝아요. 밝은 에너지가 저의 매력입니다. 모델 정하늘의 매력 포인트는 신체에 비해 긴 다리와(웃음), 금발이 잘 어울리는 얼굴이지 않나 생각해봤습니다. 너무 교과서적인 대답이었나요?(웃음)”

정하늘의 첫 인상에선 금발을 빼 놓을 수가 없다. 빛나는 금빛의 헤어는 그의 밝은 매력과도 꼭 닮아 있다.

“금발을 유지한지는 일 년 반 정도 된 것 같아요. 큰 이유는 없고, 많이 좋아해주셔서 유지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머리색을 해보고 싶긴 했는데, 요즘은 어두운 갈색으로 해보고 싶긴 해요.” 백승헌 실장이 거들었다. “이름이 하늘이라서 하늘색 한 번 해보고 싶다고 했었습니다.” 정하늘은 밝게 웃으며 화답했다. “네, 원래는 하늘색, 핑크색 다 있었어요.(웃음)”

“금발의 장점은 얼굴이 많이 밝아 보인다는 점이에요. 원래 피부가 조금 노랗고 까무잡잡한 편인데, 탈색을 하고 나서 밝아 보이고 이목구비가 더 잘 보인다고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 단점은 뿌리 탈색하는 게 너무 귀찮다(웃음), 그리고 두피에 상처가 잘 나요. 그래서 샴푸 후에 트리트먼트를 꼭 해주고 오일도 꼭 발라줘야 부드러운 머릿결을 유지할 수 있어요. 안 빗겨요, 안 하면(웃음).”


패션과 뷰티에 대한 질문은 포기할 수 없는 질문 중 하나다. 정하늘의 평소 스타일링과 메이크업은 어떤 모습일까.

“사실 평소엔 편하게 트레이닝복 입는 걸 굉장히 좋아해요. 좀 특별한 날에는 몸매가 돋보일 수 있게 달라붙는 옷을 입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쇼핑은 생각보다 잘 안 하는 것 같아요. 저는 얼굴 쪽 아이템, 안경이나 모자나 액세서리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귀걸이를 여러 개 레이어드하는 걸 좋아해요. 액세서리 같은 경우에도 피부 톤에 따라 고르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쿨톤이신 분들은 은색이 아무래도 좀 더 예쁘게 보이는 것 같고, 저처럼 웜톤이신 분들은 골드 색상을 하시는 게 조금 더 고급지게 보이는 것 같아요. 또, 저는 사이즈가 큰 건 잘 하지 않아요. 머리가 노랗기 때문에 액세서리까지 크면 너무 얼굴 쪽으로만 시선이 가잖아요.”

“저는 오히려 메이크업 쪽에 좀 더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금발에 어울리는 메이크업을 하기 위해서 제 피부톤보다 한 톤에서 반 톤 정도 밝게 밝혀주고, 눈썹은 굉장히 연하게, 눈은 마스카라로만 포인트를 주고 아이라인은 잘 안그리는 편입니다. 또, 머리색이 굉장히 밝기 때문에 블루나 그레이 컬러의 렌즈를 즐겨하고 있어요.”

모든 스타일링 포커스가 금발에 맞춰져 있는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크게 웃으며 긍정했다. “하하. 네, 조금 어렵더라고요. 머리스타일이나 헤어 컬러가 바뀌면 싹 다 바꾸게 될 것 같아요.”


패션모델에게는 평생을 따라붙는 숙제가 있다. ‘다이어트’라는 단어만으로는 설명이 충분하지 않을 ‘몸매 관리’다.

“전에는 정말 아예 안 먹고 살을 뺐었는데, 그러다보니 위염도 걸리고 어지럽고 하더라고요. 옳지 않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서 일단 많이 먹고 헬스장에 가서 열심히 운동을 하죠. 특히 배 라인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복근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대략 45kg을 유지하고 있어요. 이런 것까지 말해도 되나요?(웃음)”

“요즘은 (‘코로나19’ 때문에) 헬스장을 잘 갈 수 없으니까, 집에서 대학교 필라테스 과목에서 배웠던 동작들을 하고 있어요. 그래도 저는 헬스가 최고라고 생각합니다.(웃음)”

마음껏 운동할 수 없는 아쉬움이 느껴지는 대답에, 운동 외의 즐기는 취미는 없는지 물었다.

“아무래도 음악을 했었으니까 음악 듣는 걸 굉장히 좋아해요. 제가 좋아하는 노래를 듣고 피아노로 (코드) 따는 걸 좋아해요, 악보 보고 치는 건 별로 안 좋아하고요.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친구들이랑 신나는 음악에 맞춰 춤추는 것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친구들이랑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하고요. 아, 일기 쓰는 것도 좋아합니다. 짧게나마 일기를 항상 남겨놓거든요.”

비록 피아노 전공을 내려놓긴 했지만, 아직 피아노와 음악을 사랑하고 있는 그의 개인적인 ‘최애’ 플레이리스트가 궁금해졌다. 정하늘이 추천한 열한 곡의 플레이리스트를 공개한다.

‘금성에서’- 린린 / “친한 아티스트 분인데 힙한 비트에 솔직한 가사가 좋습니다.”
‘사랑하자’ - 김수영 / “어쿠스틱 느낌의 잔잔한 멜로디를 더해 서로서로 아껴주자는 가사가 좋아요. 저의 가치관과도 잘 맞는 가사라서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12:45’ - Etham / “자기 전에 들으면 잠이 잘 오는 노래예요.”
‘÷(Obelus/Feat. Urb Fisher)’ - 릴러말즈 / “신앙적 고백이 담긴 곡이라 좋아합니다.”
‘안아줘’ - 정준일 / “저의 노래방 애창곡입니다.”
‘듣고 있어?’ - 스윙스 / “스윙스의 공연을 실제로 보고 좋아하게 된 노래입니다.”
‘오르막길’ - 윤종신 /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제가 꼭 불러주는 노래예요. 사촌오빠 결혼식 축가로 부를 예정이에요.”
‘한숨’ - 이하이 / “삶이 지칠 때 들으면 위로 받는 느낌의 노래예요.”
‘꿈에’ - 박정헌 / “친동생의 첫 연극에 이 노래가 나왔었는데 엉엉 울었던 추억이 있어요.”
‘2 soon’ - Keshi / “유튜브로 알게 되었는데, 멜로디가 참 좋은 곡이에요.”
‘혁명’ - 쇼팽 에뛰드 / “가장 힘들게 했던 입시곡인데 피아노로 칠 때와 들을 때 느낌이 달라서 좋아합니다.”


정하늘은 본인의 좌우명을 “남과 비교하지 말고 어제의 나와 비교하자”라고 말했다.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비교’라는 키워드가 다시 한 번 등장했다.

“음악을 하면서 영향이 많이 컸어요. 교수님들의 기대치는 너무 높았는데 제가 그 기대에 못 미치는 사람이라고 항상 생각하다보니, 저도 모르게 한없이 낮아졌던 기억이 있어요. 못했던 건 아니었는데 항상 저한테 거시는 기대가 엄청 크다보니 늘 혼나면서 (남들과 비교하는 것이) 저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많이 생겨있었던 것 같아요. 모델 일을 하면서 지금은 그렇게까지 신경을 쓰지 않지만, 전에는 그게 굉장히 심했어요.”

상처를 극복하며 자존감을 높이고 있는 정하늘의 버킷리스트는 무엇일까.

“저는 일단 해외여행을 가는 게 첫 번째예요. 해외를 아직 한 번도 안 가봐서.(웃음) 두 번째는 자서전을 쓰고 죽는 것. 아직 23년 밖에 안 살았지만 조금 스펙터클하잖아요?(웃음) 일기 쓰고 있는 걸 나중에 좀 정리해서 ‘아, 이런 사람은 이렇게 살았구나’라는, 그런 자서전을 쓰고 죽는 게 저의 버킷리스트예요.”

아직 채워질 인생이 더 많긴 하지만, 현 시점에서 정하늘의 자서전은 어떤 문장으로 시작될까. 그는 꽤 오랜 시간을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갑자기 떠오른 건, ‘힘들어도 포기하지 말아라’(웃음) 그냥 제가 항상 저한테도 하는 말이에요. 이 문구가 갑자기 떠올랐어요. 일기에도 저 스스로에게 힘이 되는 말을 해주거든요. 그래서 생각난 것 같아요.”

최근 일기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괜찮아”라고. “‘괜찮아’라는 말을 굉장히 많이 쓰더라고요, 저한테. ‘이렇게 힘들었어’ 써놓고 마지막엔 ‘이러니까 괜찮아. 내일은 괜찮을거야’ 이런 식으로.”


인터뷰를 시작한지 40여 분, [사만모] 코너의 공통 질문 두 가지만이 남았다.

첫 번째 공통 질문, 정하늘의 ‘소확행’.

“집 주변에 엑스포 다리가 있어요. 집에서 30분 정도 걸리는데, 거길 혼자 걸어가면서 노래 듣는 게 저희 ‘소확행’인 것 같아요. 생각이 많이 없어지더라고요. 바람도 쐬고.”

두 번째 공통 질문,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말.

“저의 ‘누군가’는 같이 살고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로 할게요. 표현이 많이 서투르지만, 그래도 많이 사랑합니다.” 정하늘은 말을 마치자마자 몸서리를 쳤다. “제가 이런 말을 잘 못해서. 친구들한테는 잘 하는데.(웃음)”

공식적인 인터뷰를 모두 마친 정하늘은 다시 대전으로 내려간다고 했다. 힘들 법도 한데, 외로움은 싫다고 한다, “데뷔하고 1년은 조금 힘들었는데, 지금은 완전 적응해서 괜찮아요. 오히려 이렇게 왔다 갔다 하는 게 편한 것 같아요. 아예 (서울에) 살면 제가 많이 외로워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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