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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주영, 그가 무대 위에 남긴 긴 호흡

2020-06-17 14:29:01

[박이슬 기자] 무대 위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역할을 소화하는 배우들은 관객과 마주할 때 찬란한 그 어떤 감동을 느낀다. 위대하고 벅찬 감동은 어떤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값진 선물이다. 많은 무대 위에서 숨 쉬고 관객과 호흡을 하며 성장한 배우 이주영. 그가 보여주는 무대 한가운데에서 마주했다.

이번 화보는 총 세 가지 콘셉트로 진행되었다. 햇살을 맞이하는 우아한 느낌의 첫 번째 콘셉트와 몽환적인 느낌의 두 번째 콘셉트, 시크한 느낌의 세 번째 콘셉트로 진행되었고 다채롭게 본인의 개성으로 소화했다.

그는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요즘에는 멋있는 배우보다 사람으로서도 따뜻하고 싶다. 역할의 숨을 잘 쉬고 싶고 관객들이 그 숨을 고스란히 가지고 극장 밖을 나왔을 때 이주영이라는 배우를 만나서 환하게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대답했다. 그가 연기를 하며 잃지 않았던 것은 사람으로서 가질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이었다. 무대 위에서 개구쟁이가 될 수 있는 배우 이주영과 bnt가 만났다.

Q. bnt와 화보 촬영 소감

“제가 대단한 셀럽은 아니지만 무대 위에 살았던 배우로서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게 너무 재밌었다. 그만큼 촬영에도 그것이 나오는듯한 느낌이었다. 이런 기회가 있다는 게 너무 좋았다. 또한 굉장히 편안했고 내가 가진 개성을 편안하게 잘 끌어내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무엇을 멋스럽게 한다는 느낌보다 즐겁게 촬영했다. 콘셉트는 전부 좋았지만 마지막 콘셉트가 가장 좋았다”

Q. 근황

“지금 두산아트센터의 두산인문극장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그곳에서 매년 주제를 정해 3편을 올리는데 이번에는 푸드였다. 그중에 ‘궁극의 맛’이라는 공연을 지금 진행하고 있다”

Q. 제56회 백상예술대상의 연극 여자 최우수연기상의 후보로 올랐었다. 소감은?

“몇 년간 ‘그을린 사랑’이라는 공연을 했지만 다시 연극 최우수연기상이 부활이 되었다. 작년에는 젊은 연극상만 있었지만 부활이 되고 나서 첫 번째로 후보에 올라서 되게 기쁘다. 무엇보다도 이 연극으로 후보로 오르기를 바랬던 연출자가 ‘백상예술대상의 후보에 꼭 올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근데 정말 이게 이루어졌다. 그래서 굉장히 기쁘다”

Q. 후보에 오른 ‘그을린 사랑’을 준비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항상 무대 위에 올라갔을 때는 그 시간을 사는 것이고 공연 마지막 장면을 할 때 하늘을 올려다보는 장면이 있다. 거기에서 이 공연 안에서 그리운 사람들의 이름을 불렀었다. 그리고 커튼콜을 하려고 무대 뒤에 서 있으면 터질 거 같은 마음이 있고 인사를 하러 나가는데 관객분들이 기립을 해주셨다. 그래서 제가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인사했다. 그 순간이 너무 찬란하고 ‘배우로서 이렇게 값진 선물이 있을까’라는 감사한 마음을 느꼈다. 그 역할의 아픔을 떨칠 수 있는 시간이었다”


Q. 배역에 들어갈 때 하는 이미지트레이닝 방법

“예전에는 그림이나 사진작가의 사진을 보는 것이 일종의 레퍼런스였다. 추상적인 그림이어도 어떤 것이 다가올 때도 있었고 사진에서는 구체적인 모습에서 받아들여지는 무언가가 있어서 그런 부분을 늘어놓고 트레이닝을 했지만 지금은 특별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지 않고 직감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평상시에 가지고 있어야 하는 재산이 축적되어있다가 묘사하듯이 꺼낸다. 누군가를 따라 하는 것을 추구하지 않았지만 요새는 비슷한 인물들을 본다. 그 사람의 어떤 눈빛이나 순간적인 모습에서 습관과 성격이 나오는데 그 부분 중 내가 어떤 것을 갖고 올 건지 고민한다. 가까이에서 접해보지 못한 인물은 상상에서만 머무르기 힘들다”

Q. 배우가 아니었다면 무엇을 했을지?

“다시 태어나면 ‘외과 의사’가 되고 싶다. 어머니가 아주 아프셔서 투병 생활을 오래 하셨다. 옆에서 지켜보며 의사라는 직업은 굉장히 대단한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한 사람의 생명을 판단하고 처치하고 의술이 마음으로 하는 직업이라고 느꼈다”

Q. 연극 ‘와이프’가 가지는 의미는?

“단순한 퀴어 연극이 아니다. ‘내가 한 인간으로서 내가 어디에 있고 어떤 사람이지?’라는 질문으로부터 연극은 시작된다. 동성에 상관없이 나라는 주체와 내가 원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며 매우 아름다운 작품이다. 배경이 영국으로 문화가 달라 어려우리라 생각했지만 우리나라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도발적이지만 현대고전적인 작품이다”

Q. 연극 ‘와이프’를 추천하는 사람은?

“실제로 퀴어인 분들이 많이 보러오지만 꼭 그럴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한 인터뷰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질문을 받은 적 있다. 하지만 난 꼭 동성애자를 지칭해서 한 말이 아니다. 나도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가게 되면 소수자가 될 것이고 시간이 흐른 뒤에 또 다른 소수자들이 생겨날 것이다. 편견이라는 것은 시대마다 또 생길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가 지금 동시대에서 벌어지고 있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이 모든 변화의 과정을 밟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르신들은 어떻게 받아드릴지 모르겠지만 20대 초반 본인의 정체성에 고민하는 모든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Q. 가장 애착이 가는 배역

“다른 배역도 너무 소중하지만 연극 ‘그을린 사랑’의 나왈 역할이다. 사실 영화가 나왔을 때 보고 너무 좋았고 후에 연극이 원작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예전에 다른 연출자로 명동예술극장에서 초연했던 적도 있다. 그래서 그 역할이 너무 하고 싶었는데 운명처럼 나에게 왔다. 그 역이 10대에서 60대까지 연기를 해야 한다. 예전에는 나이대로 배우가 나누어져 있었지만 나는 모든 연령대를 연기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살면서 이 여자의 운명과 여정이 굉장히 특별했다. 내 연극 인생에서 너무나 중요한 인물이 되었다”

Q. 슬럼프가 왔었는지?

“1년 정도 일이 없었을 때가 있었다. 그 시기 전에는 나름대로 인정받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극단 생활을 하며 실험과 하고 싶은 작품도 해보고 연기상도 받았지만 후에 일도 없고 정체기가 왔다. 그 시기에 마음이 너무 힘들었다. 그리고 어머니가 굉장히 아프셨을 때도 아예 일이 없었다. 하지만 그때는 엄마와 함께 보내라는 시간을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Q. 극복 방법

“운동을 열심히 했다. 슬럼프가 지나가면 후에 찬란한 순간이 오고 그때 비로소 느낄 수 있다. 이 시간은 또 없어지리라 생각한다. 어차피 또 위기는 찾아온다. 한 사람으로서 잘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끼며 새로운 성숙함을 배울 수 있었다”


Q. 연기 꿈나무들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

“후배들이 ‘나는 애매해’라는 얘기를 자주 하고 예전에 나도 그런 말을 했다. 하지만 애매한 것은 없고 그들이 날 선택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부족할 수도 있고 원하는 이미지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선택되지 않아도 준비하는 시간과 과정은 쌓인다. 과거로부터 내가 만들어져 왔다고 생각하니 그 시간과 시련이 절대 헛되지 않았다. 오늘의 내 하루가 당장 내일이 아니더라도 몇 달 뒤의 나에게 다시 나타날 수 있다. 자기 자신을 미워하거나 힘들게 하기보다는 이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라는 이야기를 꼭 하고 싶다. 그럼 분명하게 무엇이든 자신에게 올 수 있다”

Q. 배우의 매력은?

“내가 살지 않았던 인생을 살아가는 부분이다. 역할의 옷을 입고 숨을 쉬고 때로는 마음이 힘들어도 맑은 마음으로 대한다. 그래서 개구쟁이가 되는 느낌이 매력적이다. 아직도 무대 뒤에서 떨리는 마음들이 무기력한 삶이 아닌 하루하루가 살아있다고 느낀다. 연기할 때 피곤은 쌓이지만 눈빛은 더 초롱초롱해지며 참 감사하다고 느낀다”

Q. 어떤 배우로 남고 싶은지

“연극이 끝나면 역할을 분장실에 떨치고 나오는 스타일이다. 그 역할로 살아가는 배우도 있지만 나는 그런 것을 안 하고 싶은 배우 중 하나다. 요즘에는 멋있는 배우보다 사람으로서도 따뜻하고 싶다. 역할의 숨을 잘 쉬고 싶고 관객들이 그 숨을 고스란히 가지고 극장 밖을 나왔을 때 이주영이라는 배우를 만나서 환하게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Q. 이루고 싶은 것

“어머니에게 느낀 것이 있다. 소중하게 어머니를 사랑해주신 분들이 있으셨다. 누군가의 곁에서 꼭 그 사람이 기쁠 때나 슬플 때 한결같이 곁에 따뜻하게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인간은 결국 외롭고 혼자이며 자신을 가장 사랑한다. 언젠가 이 세상을 찬란하게 살다가 흙으로 돌아가겠지만 그런 마음을 내어줄 수 있는 사람과 자기의 업적을 자랑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연기를 하고 싶은 배우도 되고 싶다. 항상 조화로운 삶은 꿈꾼다”

Q. 최종목표

“올해에 상업영화에 출연을 목표를 두고 좋은 기회로 캐스팅이 되었지만 스케줄로 인해 못하게 되었다. 하지만 또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또한 연극 ‘와이프’가 앙코르로 7~8월에 다시 한다. 저번에 찾지 못한 것들을 이번에는 찾아서 더 신나게 하고 싶다. 그리고 ‘그을린 사랑’이 LG 아트센터에 초청을 받았는데 꼭 서보고 싶었던 극장이었다. 그곳에서 나왈의 인생을 또 다른 마음으로 시작할 것이다. 정말 밥을 잘 지어서 관객들을 만나고 싶다. 그리고 하반기에 드라마나 영화를 하고 싶다. 이렇게만 된다면 너무 좋다”

에디터: 박이슬
포토그래퍼: 천유신
의상: BLOSSOM H COMPANY
주얼리: 위드란(WITHLAN)
헤어: 코코미카 포근 실장
메이크업: 코코미카 영지 실장
장소: AR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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