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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DESIGNER, ART WOR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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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 기자] 어찌 보면 패션 디자이너에게 창의성이란 필수적 요소인 듯하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복식 디자인 그 이상을 전개하는 만큼 책임감은 무겁다. 매년 컬렉션 시즌이 되면 분위기, 테마까지 구축하며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그들이다. 더욱더 다채롭고 감각적인 시간을 추구하는 패션 디자이너, 그들의 영감은 어디서 출발하고 어디로 도착할까.

최근 해외 유명 디자이너들은 개인의 관념에 대해서 더욱더 설파적이다. 그간 이어져 온 컬렉션의 따분함은 이전처럼 꾹꾹 누를 수 없으며 자유 의지로 인한 창작 욕구는 색다른 곳에서 발휘된다. 이제는 패션 디자이너가 ‘옷만 만드는 직업’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예술보다는 ‘격 떨어지는 상업’으로 취급받던 패션, 이제는 그 경계를 넘어서서 대중 친화적인 콘텐츠로서 살아남는 듯하다.

그렇다면 타 예술 영역에 비해 패션만이 유일하게 갖는 속성은 무엇이 있을까. 가장 큰 요소는 바로 ‘변화’. 패션을 우리말로 가장 가깝게 번역한 의미가 ‘유행’인 만큼 변화라는 속성은 종속적 가치로 우리를 대변한다. 생활 양식에 가장 밀접한 영향을 끼친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의식주’ 중 ‘의’에 부합하기 때문에 실용적인 개념의 예술로도 일컬을 수 있는 것.

14세기 유럽 문명사에 불었던 ‘르네상스(Renaissance)’는 문화적인 혁신을 일으키며 패션에 대한 재인식을 함께 가져왔다. 현대 패션 산업 시스템에서 이윤 추구에 집중했던 디자이너들은 이제 잃어버렸던 그 순수성을 되찾고자 한다. 다채로운 발자취를 찾아가는 그들에게 더 이상 패션이란 문은 굳게 닫혀있지 않은 듯하다.

유니크한 가구 디자이너, 릭 오웬스


릭 오웬스(Rick Owens)는 캘리포니아 출신의 디자이너로 무채색을 누구보다도 우아하게 담아낸다. 1994년 브랜드를 론칭한 그는 ‘2002년 뉴욕 컬렉션(2002 New York Fashion Week)’을 시작으로 그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이전까지의 ‘블랙(Black)’ 컬러가 심플함을 담아냈다면 그가 다루게 된 블랙은 유니크함과 명확성을 갖추게 되었다. ‘고딕 패션(Gothic Fashion)’의 현대적 실마리가 풀리는 순간이었다.

정리되지 않은 선을 중심으로 툭 떨어지는 듯한 ‘칼라(Collar)’, 번뜩이는 실루엣이 큰 특징. 그가 가죽을 쓰는 방식에 대해선 더 이상 논할 게 없을 정도다. 그 이유는 물론 줄곧 완벽했으니까 말이다. 데님 라인인 ‘다크쉐도우(DRKSHDW)’ 라인 또한 릭 오웬스가 자랑하는 키워드. 다크쉐도우는 차분한 톤과 파격적인 컷팅이 인상적이며 예술적 그래픽도 함께 서려 있다.

다른 유명 디자이너들과는 다르게 자신의 레이블이 거대한 패션 기업에 속해있지 않은 ‘마이너리티(Minority)’ 릭 오웬스는 그만큼 역동적이고 독립적인 가치를 쫓는다. 미국, 유럽 패션 시장이 대형 패션 기획사들에 점령당하고 있는 와중에 재정적 지원 없이 컬렉션을 만들어가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 하우스 브랜드로서, 디자이너 브랜드로서 대담한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다.


그런 릭 오웬스가 패션 이외에 관심 있는 분야는 다름 아닌 가구 디자인. 패션과 가구 모두 관심 있는 디자이너는 무척 많지만 그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릭 오웬스의 가구는 마치 다른 차원의 그림을 보는 것처럼 매우 독특하고 본능적이다. 가구라는 백지 위에 최소한의 형상을 그리면서도 종교적이고 본연적인 향기를 내뿜는듯하다.

패션 디자이너인 릭 오웬스가 가구 디자인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2004년 파리로 이사한 그는 자신의 집을 꾸미는데 고가의 가구를 살 돈이 없어 디자인을 시작했다고. 고가의 가구들과는 다르게 직접 만든 가구는 거칠면서도 어둡다. 가공되지 않은 거친 소재를 활용해 감각적인 아름다움을 모조리 감췄다. 특히 대리석, 모피, 캐시미어, 나무 합판 등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재료로 투박하면서도 유니크한 가구를 만들어낸 것이 흥미롭다.

라프 시몬스와 포스트 모더니즘


그 이름만으로도 찬란한 디자이너, 라프 시몬스(Raf Simons)는 유스 컬처와 미니멀리즘를 통해 청중을 매료시킨다. ‘앤트워프 왕립학교(Royal Academy Antwerp)’에서 패션이 아닌 가구 디자인을 전공했을 정도로 서브 컬처, 아트워크에 폭넓은 지식을 가진 그는 뚜렷하고 역동적인 아카이브를 자랑한다.

1990년대 초 디자이너 월터 반 비렌 동크(Walter Van Beirendonck) 밑에서 일하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마틴 마르지엘라(Martin Margiela)의 컬렉션을 보게 되었고 이후 마르지엘라의 아방가르드함에 빠져버렸다. 해체주의가 두드러졌던 마르지엘라의 쇼는 라프 시몬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준 모양이다. 훗날 “1990년도에 본 마르지엘라 쇼는 내 패션의 시작”이라고 고백한 그는 본격적으로 패션 컬렉션에 몸담기 시작했다.

라프 시몬스는 서브 컬처와 유스 컬처가 가진 감성을 자신의 무대에 그대로 그려낸다. 1970년대 뉴 웨이브, 신스 팝, 포스트 펑크에서 강조하던 이미지와 무드를 남성복의 디테일로 반영하며 아트워크를 의상 그래픽에 차용하기도 한다. 록 밴드 ‘뉴 오더(New Order)’와 ‘조이 디비전(Joy Division)’의 앨범 커버를 티셔츠에 그려낸 일은 그중 대표적인 예시.


예술에 대한 그의 찬사는 그 한순간으로 그치지 않았다. 라프 시몬스는 실제로 늘 여러 방면의 예술가들과 소통하고 협업하는 디자이너 중 한 명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접촉했던 아티스트는 스털링 루비(Sterling Ruby). 2009년과 2014년 두 번이나 함께 했던 그들은 고상하면서도 혼탁한 결과물을 쏟아냈다.

2017년 영국 인디 밴드 ‘더 엑스엑스(The xx)’의 비주얼 디렉팅을 맡으며 전개한 캡슐 컬렉션도 인상 깊다. 평소에 엑스엑스의 팬임을 자신 있게 말한 그는 “엑스엑스는 젊은이들이 사랑과 슬픔, 우정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누구보다 분명히 말로 풀어내는 데 성공했다. 정형화되지 않고 실제로 말이다. 그래서 더욱 진실성이 담겨있다”라고 평하기도. 각종 협업이 만연한 요즘 같은 시대에 브랜드와 브랜드의 만남은 빈번하지만 영감에 대한 교감은 결코 쉽지 않을 것. (사진출처: 라프 시몬스, 릭 오웬스, LNCC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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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전체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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