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인터뷰] ‘자기!아~’ 한가빈, 화양연화는 아직 오지 않았다

2020-07-10 16:13:50

|애교 한 아름 안고 돌아온 트로트 라이징 스타
|누구든 따라 부를 수 있는 신곡 ‘자기!아~’
|무명 시절 버티고 ‘미스트롯’서 훨훨
|편승하기보다 파도 만드는 가수 되고파
|한가빈 강점? “쓸쓸하고 풋내 없는 성숙한 소리”


[김영재 기자] 세상에 영원한 것이 있을까.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을 뜻하는 ‘화양연화’가 지금껏 회자되는 이유는 그 행복한 순간이 영원하지 않아서다. “‘미스트롯’으로 큰 사랑을 받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죠.”

TV CHOSUN ‘미스트롯’에 출연해 가수 편승엽의 ‘찬찬찬’을 부르며 심사위원을 단숨에 사로잡은 가수 한가빈(본명 민가빈·29)에게 2019년은 영광의 나날이었다. 그러나 시간은 흐른다. 갈대 같은 대중의 관심도 금세 다른 곳으로 옮겨 갔다.

최근 진행된 서면 인터뷰에서 그는 “이제 남은 건 ‘과감하고 당당하고 섹시한 가수’라는 어렴풋한 이미지뿐”이라며, “그 겉모습도 나의 일부 중 하나기에 외모는 물론, 내 노래까지 좋아해 주시는 그날까지 열심히 노래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어느덧 데뷔 6년 차. 데뷔곡 ‘꽃바람’을 타고 가요계에 날아든 한가빈이 또 한 번의 화양연화를 위해 꺼낸 카드는 신곡 ‘자기!아~’다. ‘미스트롯’ 출연 이후 ‘트욘세(트로트와 가수 비욘세의 합성어)’로 인기를 끈 그의 이번 승부수는 ‘애교’다. 가수 장윤정의 ‘어머나’를 만든 윤명선 작곡가와 김정묵 편곡가가 등대를 자처했다. 방송인 샘 오취리의 호탕한 웃음과 당신만을 목숨보다 사랑한다는 가수의 내레이션은 신선하나, 꽤 전위적이다.

“사랑하는 이에게 맛있는 걸 먹여 줄 때 ‘자기! 아~’ 하잖아요. 가사와 멜로디가 쉬워서 1절이 끝나기도 전에 ‘자기! 아~’를 금세 따라 할 수 있는 게 장점입니다. 중간 내레이션을 ‘사랑해요 아무개를’로 바꿔 부를 수 있는 것도 특징이고요.”


2007 한중청소년국제가요제 최우수상을 받는 등 일찍이 가요계 재목으로 주목받은 한가빈. 그는 제3회 TBS 대학생트로트가요제를 통해 만난 심사위원 정의송 작곡가에게서 트로트를 사사하며 마침내 가수의 꿈을 이루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현실은 냉담했다.

“매일 아침 처음 뵙는 어머님들 앞에서 온갖 아부를 떨었어요. 발품을 판 거죠. 근데 그렇게 열심히 해도 앞은 계속 암흑이더라고요. 끝없이 이어진 터널 속을 달리는 기분. 앞으로 연예인 병은 안 걸릴 거 같아요. 데뷔하고 2년간 너무 고생해서요. 가족, 특히 엄마께서 절 많이 잡아 주셨어요. ‘엄마는 네 목소리를 믿는다’ 하며 끝없는 용기를 주셨죠.”

가수 장윤정과 박상철을 벤치마킹해 MBC ‘신비한TV 서프라이즈’, MBN ‘기막힌 이야기 실제상황’ 등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쌓은 한가빈은 지난해 ‘미스트롯’이라는 기연을 만나 그야말로 훨훨 날았다. 100인 예심을 넘어 본선 3차전까지 지난 수년간 쌓아온 “뽕필”을 제대로 뽐냈다. 그는 “소리 위치를 계속 옮기며 지금의 톤을 갖게 됐다”며, “한 유명 작곡가님께서 ‘돈 냄새 나는 목소리네’라고 말씀하신 것이 잊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래 잘 부르는 사람은 많아요.” 때문에 한가빈이 목표하는 바는 그 노래를 얼마나 희소성 있게 부르냐다. “나만의 색깔을 가져야 해요. 역사는 새로운 것으로부터 바뀌니까요. 장윤정 선배님의 ‘어머나’와 김연자 선배님의 ‘아모르 파티’가 그랬잖아죠. 진짜 승부사는 다른 사람이 만든 파도에 편승하기보다 센 입김으로 그가 탈 파도를 만드는 이예요. 많은 분께서 제 파도를 즐기고 그 위에 올라탄다면, 생각만 해도 신나네요.”

요즘 제일 잘나가는 두 트로트 가수 송가인과 임영웅의 장점으로 각각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감정 표현과 듣기 좋은 목소리를 꼽은 한가빈은 “내 강점은 곱지도, 걸걸하지도, 허스키하지도 않은 이 풋내 없는 쓸쓸하고 성숙한 소리”라고 답했다. 트로트야말로 와인이 어울리는 장르다. 익으면 익을수록 술도 소리도 같이 깊어만 간다. 마침 롤 모델로 가수 패티김을 꼽은 한가빈은 본인도 그처럼 시간 속에 익어 가고 싶다고 했다.

한가빈의 농익은 향이 글을 뛰어넘어 코끌을 간지럽혔다.

(사진제공: 마이클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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