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포없는리뷰] 연상호 가라사대, ‘반도’로 하나가 될지어다

2020-07-18 01:40:15

|나쁘지 않은 오락물 ‘반도’…전작 ‘부산행’과 여러 면에서 달라
|老少 화합까지 의도한 반도의 흔한 상업작


[김영재 기자] 한민족에게 반도는 꽤 친숙한 단어다. 매일 발을 붙이고 사는 곳이 바로 한반도 아니겠는가.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반도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이고 한 면은 육지에 이어진 땅’이고, 그중 한반도는 ‘아시아 대륙 동북쪽 끝에 있는 반도’이다. 총면적 22만 1336㎢의 땅. 연상호 감독은 영화 ‘부산행’ 속편의 당위로 그 점을 지목했다.

그는 ‘서울행’을 점(點)으로, ‘부산행’을 선(線)으로, 그리고 15일 개봉한 신작 ‘반도(감독 연상호)’는 면(面)으로 칭했다. 특히 “‘부산행’과 이어지면서도 별개의 이야기”를 강조했다.

전대미문의 재난이 벌어지고, 대한민국은 단 하루 만에 국가 기능을 상실한다. 주변국의 봉쇄 가운데 한반도는 고립무원의 땅 반도로 전락한다. 그로부터 4년 후. 가까스로 반도를 탈출한 주인공 정석(강동원)은 모종의 제안을 받고 다시금 반도 땅을 밟는다.

점이 직선을 거쳐 면이 됐으니 우선 공간부터가 달라졌다. 잡초와 폐차, 파괴된 세빛섬이 존재하는 재난 이후의 도심이 배경이고, 덕분에 ‘대한민국 배경 첫 포스트 아포칼립스 영화’라는 훈장이 생겼다. 공간이 변하니 액션도 변했다. 화려한 총기 액션은 기본이다. 소녀 준이(이레)는 중무장 SUV로 좀비를 볼링공처럼 튕겨내며 질주의 활극을 펼친다. 오락 영화, 상업 영화, 일명 ‘팝콘 영화’로서 가져야 할 소양은 다 갖춘 셈이다.

그러나 면은 직선보다 복잡하다. 나무가 모여 숲이 되듯 면은 수많은 직선의 집합체다. 상대적으로 복잡하고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부산행’은 과녁이 명확했다. ‘살고 싶으면 부산에 도착하라.’ 결국 등장인물은 그 과녁을 향해 쏜살같이 돌진하고, 자연히 스릴도 발생했다. ‘반도’는 재난 다음을 다룬다. 때문에 그 재난이 인간 군상에 끼치는 영향, 등장인물 간의 전사가 후에 어떻게 발아하는지 등 감독도 관객도 고려할 것이 전보다 많다.

특히 여러 가족애가 등장하고, 그 초월적인 사랑에 눈시울이 여러 번 뜨거워진다. 하지만 그것과 종말이 오고 난 뒤의 삶이 얼마나 척박하냐는 따로 분리해야 할 문제다.

본론은 차별이다. 박애주의·평화주의·이타주의 등 모든 이성과 상식이 무너진 세상. ‘신은 우릴 버렸다’는 인천항의 절규는, 누가 더 힘이 세냐에 따라 인간이 인간 위에 군림하고 또 차별하는 새 시대를 향한 분노와 다름없다. 아빠가 힘없는 사람 도와주라고 했다는 유진(이예원)의 말은 비이성의 시대에 새삼 이성을 일깨우고, 종국에 그 이성은 ‘포기란 노력이 수반된 최선이 선행되어야만 내릴 수 있는 결정’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한때 ‘반도의 흔한 ○○○’이라는 용례가 유행한 적이 있다. 희소가치가 있고 신기한 것을 거꾸로 흔하다고 표현하며 웃음과 감탄을 터뜨리는 식이다. 혹은 그 반어법과 별개로 대상이 정말 흔해서 그 점을 꾸짖는 표현으로도 사용된다.

영화 ‘반도’는 후자다. 감독이 상업 영화를 의식하며 “전 연령층이 다 볼 수 있는 영화”를 지향해서다. 세대 간 화합을 부르는 김 노인(권해효)이 그 증거로, 헛소리만 일삼는 광인인 그가 두 아이를 지극정성으로 아끼고 또 극 전개의 키포인트로 역할 하는 광경은 ‘태극기 부대’ 등으로 얼룩진 노년 세대가 실은 그 누구보다 젊은 세대를 사랑하고 능력도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현시대에도 차별이 있음을 인정하고, 판타지로 봉합한다.

반도의 흔한 상업작이 된 ‘반도’. 전 세대를 아우르며 평균을 좇는 일이 ‘코로나19’에 신음하는 현 극장가의 둘도 없는 치료제로 작용할지 두고 볼 일이다. 일단 기세는 대단하고 우렁차다. 개봉 첫날부터 총 35만 3010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올해 최고 흥행작인 영화 ‘남산의 부장들’의 첫날 기록을 약 10만 명 차로 가뿐히 넘어섰다.

15세 관람가. 116분. 손익분기점 250만 명. 총제작비 190억 원.

(사진제공: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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