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주 기자] 무릇 영화를 보면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것 같아 보이지만 모름지기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이라는 사실. 이 같은 역설은 분야를 막론하고 연예계에도 적용되는 듯하다. 스무 해가 넘도록 변함없이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걷고 있는 배우 오지호가 그렇다.
코믹과 액션 장르에 빠질 수 없는 대가 오지호. MBC ‘환상의 커플’과 KBS2 ‘추노’가 바로 그의 연기 생활에 한 획을 그은 대표작들이다. 획을 덧긋기 위해 또 한번 뛰어든 그는 7월 ‘프리즈너’에 이어 오는 8월20일 ‘태백권’으로 화려한 액션과 시원한 코믹 연기를 선보인다.
Q. bnt와 오랜만의 촬영이다. 소감이 어떨까?
“bnt 화보는 정말 오랜만이다. 6년 전에 했던 터라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잘해보겠다(웃음)”
Q. 올 하반기 영화들이 차례로 나오면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듯싶은데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
“올 상반기에 찍은 영화 ‘프리즈너’가 7월에 개봉했고 오는 8월 20일 개봉을 앞둔 ‘태백권’을 홍보하며 지내고 있다. 또 이렇게 bnt와 인연이 되어 화보 찍으면서 영화 홍보도 할 수 있게 되었다(웃음)”
“전직 형사인 내가 아내를 살해한 진범에게 복수하기 위해 일부러 살인죄를 저질러 교도소에 입소하게 된다. 그 안에서는 UFC 경기처럼 비밀 리그가 펼쳐지는데 나를 포함한 8명이 격투를 벌이게 되는 내용이다. ‘프리즈너’는 배우들의 합으로 리얼하게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무술 감독님께서 메가폰을 잡으셔서 실제로 맞고 때리는 액션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촬영 중간에 타박상으로 배우들이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했다”
Q.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와 개봉 시기가 겹치면서 영화가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아쉬움이 남을 것 같은데 어떤가
“극장을 통한 실 관람객은 얼마 되지 않아 아쉽지만 IPTV와 VOD 시장에서는 ‘프리즈너’가 3위에 오르는 등 결과가 잘 나오고 있어 다행이다”
Q. 오는 20일 개봉하는 ‘태백권’은 어떤 내용인가
Q. 눈여겨 봤으면 하는 관전 포인트가 있다면?
“코믹 요소도 재미있지만 아무래도 새롭고 처음 보는 무술 영화이기 때문에 액션을 눈여겨 봐줬으면 좋겠다. 공격적인 호랑이 권법의 백두권과 봉술을 이용해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금강권, 물 흐르듯 방어를 위주로 하는 부드러운 태백권으로 각기 다른 무술 형태의 매력을 지켜봐 달라”
Q. 함께한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장르가 코믹 영화이다 보니 현장이 되게 즐거웠다. 아내로 나온 신소율 씨가 말하지 않아도 애드리브를 잘 받아준 덕분에 합이 좋았다”
Q. 대표작이 로맨틱 코미디가 많아 액션에서의 활약이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결혼 후 액션에 대한 갈증이 컸다고 하는데 어떤 이유에서일까?
“MBC ‘환상의 커플’, ‘내조의 여왕’ 등 로맨틱 코미디로 활약을 했기 때문에 많은 분이 잘 모르고 계시지만 형사 역할을 6~7년 하기도 했고 국정원 요원, 무사, 이종격투기 선수 등 액션도 많이 다뤘다. 하지만 결혼하고 나서는 액션 작품이 잘 들어오지 않더라. 올해는 어떻게든 해봐야겠다 싶어서 몸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우연의 일치로 액션 영화 두 편이 연달아 들어와서 시원하게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웃음)”
Q. 그래서인지 이번 영화들을 위해 체중 감량에 공을 들였다고 들었다. 복근까지 재소환할 정도면 식이조절뿐 아니라 운동량도 상당했을 듯싶은데 주로 어떤 운동으로 몸을 만들었나
“촬영을 시작하면 운동을 잘하지 못하지만 쉬는 날에는 매일 헬스장에 갔다. 오전에 유산소 운동을 하고 오후에는 근력 운동을, 자기 전에 다시 유산소 운동을 하고 먹고 자는 루틴이었다. 또 오랜만에 좋은 몸을 만들었다 보니 촬영이 끝났는데도 아깝고 아쉬운 마음에 유지하고 있다”
Q. 그렇다면 나만의 몸매 비결을 전수한다면?
“다이어트의 완성은 먹는 것이기 때문에 식단이 가장 중요하다. 운동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반드시 먹어야 끝난다. 약 5개월 동안 닭가슴살만 먹었는데 처음 한 달은 되게 힘들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날수록 적응되었고 액션 영화는 시각적인 요소가 필요하고 또 중요하기 때문에 스스로 노력을 많이 했다”
Q. 무술 역시 배우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태백권’은 싸움보다는 선을 중심으로 하는 무술에 가깝고 이래저래 촬영하면서 배운 것들이 많아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또 무술에 있는 합도 대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대본처럼 외운 게 연기에 도움이 되었다”
Q. 연기 경력이 자그마치 22년이다. 본인 연기력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코믹하고 액션은 자신 있다. 코미디에 애정이 깊기도 하지만 대중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선사하는 휴머니즘 장르 자체를 좋아한다. 또 액션은 정말 멋있게 보여드리고 싶은 욕구가 있어 항상 열심히 하려고 한다”
Q. 오랜 배우 생활에 슬럼프는 없었나
“슬럼프는 없었지만 22년 동안 쉴 틈 없이 달려온 터라 결혼 후 10개월 정도 쉬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오랜 기간 정말 아무것도 안 하니까 미치는 줄 알았다. 혹여 ‘대중들에게 잊힌 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위기감이 들었다(웃음)”
Q. 기억에 남는 작품
“대중들이 가장 많이 언급해준 대표작 MBC ‘환상의 커플’과 KBS2 ‘추노’가 내게도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이다”
Q. 액션과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줄곧 해왔는데 그 밖에 도전하고 싶은 장르나 역할이 있다면?
“악역에 도전해보고 싶지만 제작자분들이 안 불러주시더라(웃음)”
Q. 결혼 전후 기술적으로 달라진 점이 있다면?
“결혼 적령기가 된 후배들에게 결혼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면 당연히 결혼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결혼 전에는 연기하거나 놀고 그랬는데 지금은 가정이 생겨서 훨씬 더 책임감이 강해진 것 같다. 또 연기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고 열심히 연기에 임하게 되면서 연기력이 더 좋아졌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Q.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을 통해 아빠이자 남편의 새롭고 진중한 모습을 보고 나면 가족들의 반응은 어떤가
“웬만하면 민망해서 내가 나온 작품을 가족들에게 잘 보여주지 않는 편인데 이번에는 내가 봐도 재미있게 잘 나온 것 같아 ‘태백권’ 언론시사회에 아내를 초대했다. 주변 사람에게 듣는 칭찬은 격려나 위로처럼 들릴 때가 많았는데 아내에게 처음 받은 재미있다는 메시지는 묘하게 기분이 좋더라(웃음)”
“첫째 딸 서흔이가 여섯 살이라서 아빠가 배우라는 걸 알고 있고 되게 좋아한다. 전에는 KBS2 ‘왜그래 풍상씨’에서는 맨날 얻어맞는 역할로 나와서 속상한지 절대 안 봤는데 이번 MBC ‘두 번은 없다’는 말끔한 이미지에 항상 웃는 인상으로 나와 정말 좋아하고 잘 챙겨보더라. 딸 때문에라도 즐거운 역할을 더 해야 할 것 같다(웃음)”
Q. 아내와 작품 관련된 이야기도 나누는 편인지
“특별히 나누지는 않지만 작품 대본이 나오면 서로 읽어보고 생각을 공유하기도 한다. 그래도 야한 장면이 포함되어 있거나 심오한 배역은 피해 말하는 편이다(웃음)”
Q. 그렇다면 정말 하고 싶은 역할인데 아내가 반대한다면?
“고민이 많이 되지만 배우로서의 욕심 때문에 연기를 택할 것 같다. 아내가 거들떠보지도 않겠지만(웃음)”
Q. 불혹을 넘긴 나이, 믿기지 않는 감탄 외모의 비결은?
“비결은 잘 모르겠고 매체에 관련된 일을 하다 보니 젊게 봐주시는 것 같다(웃음). 20년 동안 이곳저곳에서 얼굴을 비춰오다 보니 익숙함 때문인지 나이는 잘 모르고 계시더라”
Q. 예능에서는 모습을 잘 비추지 않는 것 같은데 연기에 더 집중하기 위함인가
“출연 제의가 들어오면 반갑게 하겠지만 프로그램 취지나 분위기가 나와 잘 맞아야 하게 되는 것 같다. 어떤 매체에서도 오지호의 100%를 보여준 적이 없기 때문에 그대로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하는 예능 출연은 한 번 더 숙고하게 되는 것 같다”
Q. 차기 예정된 활동이나 작품이 있나
“가을 즈음 저예산 휴먼 영화 한 편이 예정되어 있고 연말에는 기회가 되면 안방극장을 통해 웃음을 드리고 싶다”
Q. 최종 목표와 팬들에게 한 마디
“코로나 사태로 해외 팬들과는 SNS로만 연락하고 있는데 자주 뵙지 못해 죄송스럽다. 또 근래 장마 때문에 사회 전체적으로 우중충한데 ‘태백권’ 같은 영화가 많이 나와서 모두가 즐겁게 극복했으면 좋겠다. 계속 대중들과 소통하고 웃음과 감동 드리는 배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에디터: 이진주
포토그래퍼: 윤호준
의상: 에스파이벗(ASPIVOT), 다로(DARO), 누퍼(NUPER)
슈즈: S.T. Dupont Paris
헤어: 코코미카 우천용 원장
메이크업: 코코미카 미카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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