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터뷰] 노래를 향한 이영현의 집념(執念)과 체념(諦念)

임재호 기자
2021-06-30 14:36:01
[임재호 기자] 노래방 애창곡 순위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곡이 있다. 바로 이영현의 ‘체념’. 불러본 적은 없어도 들어본 적이 없을 수는 노래 중 하나다. 한 번에 큰 사랑을 받는 것보다 꾸준히 사랑을 받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이런 노래와 이런 노래를 보유한 이영현이 더욱더 대단해 보인다.
2003년, 절대 여성 보컬 그룹인 빅마마로 데뷔해 그룹으로서 가창력을 뽐낸 것은 물론 솔로 가수로서 MBC ‘나는 가수다’, KBS2 ‘불후의 명곡’, 최근에는 JTBC ‘비긴 어게인’ 등에 출연해 아직도 전혀 녹슬지 않은 그의 목소리를 마음껏 보여주었다.
목소리에 버금갈 정도로 외모까지 더욱더 예뻐진 이영현은 bnt와 진행한 화보에서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모습을 보였다. 시원하고 청량한 느낌부터 시크한 느낌, 페미닌한 느낌까지 무대가 아닌 곳에서도 마음껏 끼를 뽐낸 이영현. 가창력만큼이나 속 시원한 대답을 한 그의 인터뷰를 지금부터 만나보자.
Q. bnt와 화보 촬영 소감
“화보 촬영을 18년 차인데 처음 해본다. 빅마마 시절에도 그렇고 비주얼로 관심을 받는 연예인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런 파트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정말 완전 처음이다(웃음). 오늘 헤어나 메이크업도 이런 연출을 처음 해본다. 나 자신의 외모에 별로 자신이 없었다. 오늘 정말 재밌고 좋은 경험을 한 것 같다”
Q. 가장 맘에 든 콘셉트는
“그린 컬러의 배경에서 찍은 콘셉트다. 나처럼 안 나왔다(웃음). 밝게 웃으며 찍으니까 너무 좋더라”
Q. 요즘 근황은
“9년 만에 빅마마가 다시 뭉친다. 4월에 ‘내게 올래’로 활동하다가 이제 빅마마로 바통 터치를 할 예정이다. 오랜만에 뭉치니 신경 쓸 것이 많더라. 호흡은 몸이 기억을 하더라. 입이 멋대로 움직였다(웃음). 같이 한 시간은 무시할 수 없는 것 같다. 올해는 꾸준히 쉬지 않고 음반을 낼 예정이다”
Q. 딸을 키우는 엄마가 됐다. 엄마가 되고 느껴지는 감정은
“책임감이다. 책임감이 나름 강하다고 자부해왔는데 아이가 생긴 이후 생긴 책임감은 그 전과 또 다르다. 책임감이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굉장히 이기적이고 개인주의적이더라(웃음). 아이가 울고 보채도 내 몸이 힘들고 기분이 다운되니까 돌 볼 여력이 없을 때도 있었다. 아이에게 미안하고 아직은 내가 덜 성숙한 어른이구나 하고 느꼈다”
Q. 딸 때문에 행복할 때는 언젠지
“아무래도 딸이다 보니 애교가 엄청나다. 그리고 남편과 딸이 함께 노는 모습을 보면 정말 먹지 않아도 배부르다는 말이 뭔지 알겠더라”
Q. 육아하며 좋은 점과 힘든 점은
“좋은 점은 아이 때문에 항상 웃는다는 것이다. 5년 동안 아이 없이 부부 생활을 했다. 결혼하고 5년이면 꽤 오랜 시간이다. 일도 함께하니까 항상 싸웠다. 일로 부딪히고 집에 오면 집안일로 부딪힌다. 아이가 생기고 나서는 아이 때문에 웃는 일이 엄청나게 늘고 대화하는 시간도 늘었다. 웃음과 대화가 많아져 행복하다. 힘든 점은 내가 엄마가 된 게 처음이기 때문에 능수능란하게 하기가 힘들다. 끊임없이 다른 엄마들과 나를 비교하며 위축되기도 한다. 나 스스로 다른 엄마들과 나를 상대평가 하게 돼서 힘들다”
Q. 딸이 예쁠 때, 그리고 솔직히 조금 미울 때는
“미울 때 당연히 있다. 말 안 들을 때다(웃음). 그리고 아직 딸이 혼자다 보니 너무 이기적으로 자랄까 봐 걱정이다. 가끔 이기적인 모습이 보이면 빨리 둘째를 낳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예쁠 때는 혀 짧은 소리로 말할 때다. 32개월인데 이제 말문이 막 트이기 시작했는데 정말 귀엽다(웃음)”

Q. 어머니가 되고 나서 이영현의 어머니가 이해되는 부분이 있다면
“잔소리다. 어릴 땐 우리 엄마가 나한테 왜 그렇게 잔소리를 하는지 몰랐는데 잔소리가 다 엄마의 마음이었구나 싶다. 잘해도 잔소리 못 해도 잔소리였다(웃음). 내 새끼를 낳고 나니까 이제 엄마 마음을 알겠다.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리고 엄마랑 사이가 좀 더 돈독해졌다”
Q. 결혼 후 좋은 점
“우리는 일을 하며 연애하고 결혼했다. 그래서 드라마틱하고 운명적인 사랑은 아니었다(웃음). 익숙함에 이끌려 결혼까지 간 케이스다. 좋은 점은 의지할 곳이 생긴 것이다. 내가 외로움을 많이 타서 많이 의지하고 기대는 편이다. 겉은 안 그래 보이는데 속은 약하다. 결혼 하고 나서는 편하게 남편에게 기댈 수 있는 버팀목이 생겨서 좋다”
Q. 체념, 연, 하모니 등 수많은 명곡을 보유한 가수다. 노래방에 가면 꼭 부르는 노래로 손꼽히기도. 이런 노래를 보유한 가수로서 자부심이 느껴질 때는
“사실 득과 실이 있다. 체념이라는 노래가 나온 지 18년째 되는 노래다. 너무 많은 사랑을 받다 보니 대중들에게 한없이 고맙다. 스테디셀러 같은 느낌이다. 대신 다른 곡들이 빛을 보지 못하는 기분이다. 나오는 노래마다 체념과 비교된다(웃음). 큰 벽으로 느껴진다. 정말 감사하지만 너무 큰 벽이다. 하지만 뭐 이 노래 때문에 화가 나거나 짜증이 난 건 아니다. 고마운 것이 정말 많은 곡이다”
Q. 체념을 직접 작사, 작곡했다. 어떤 사랑을 했기에 이런 절절한 음악을 썼는지
“경험을 따라갈 수 있는 것은 없다. 직접 겪은 일이다 보니 노래를 만들 때와 할 때 더 몰입됐다. 가사는 정말 누구나 겪을 법한 흔한 이별 중 하나다. 직접 겪은 일이다 보니 확 쏟아내 불러서 많은 분의 공감을 얻은 것 같다”
Q. 빅마마 재결합을 앞두고 있다. 뭉치게 된 계기와 빅마마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지
“사실 전에도 뭉칠 기회가 몇 번 있었다. 타이밍이 정말 안 맞아서 뭉치기가 어려웠다. 이번에는 타이밍이 잘 맞아서 뭉치게 됐다. 그리고 멤버들이 모두 40대가 됐다. 더 늦으면 못 뭉칠 거 같아서 이제 다시 뭉치자 해서 뭉쳤다(웃음)”
Q. 4월에 ‘내게 올래’를 발매했다. 팬들이 무척 기다렸을 텐데 곡 소개를 간단히 하자면
“이 곡을 쓸 때 생각이 많이 복잡했다. 곡을 쓰고 싶은데 연인과의 이별을 겪은 것도 아니고 심지어 결혼도 하고 잘살고 있었다. 슬픈 애절한 발라드를 쓰고 싶은데 절대 그런 감정이 나올 상황이 아니다. 나는 구구절절한 감성의 노래를 하고 싶었다(웃음). 어떡할지 생각하다 직시한 현실을 다시 한번 깨우치게 됐다. 복합적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모든 것들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쓴 곡이다. 연인 간의 이별이나 사랑 이야기는 아니고 바램을 담은 노래다”
Q. 호소력 짙은 가창력으로 이별의 정서를 풀어내는 가수다. 실제로 이별 경험이 많은지
“남자 많이 안 사귀어 봤다(웃음). 나는 화가 나면 감정적이고 기분이 좋으면 감성적이다. 감정과 감성은 미묘하게 차이가 있다. 다른 사람보다 더 민감한 감성이 있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이별을 겪더라도 다른 사람들보다 1.5배 정도 힘들어하는 것 같다(웃음)”
Q. 노래할 때 가장 신경 쓰는 것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필요 이상으로 정석적으로 하려는 것이 있다. 그 노래에 몰입하는 것을 중요시한다. 가창자가 얼마나 몰입하느냐에 따라 듣는 사람이 받아들이는 감도가 다르다. 기본에 충실해서 잘 표현을 한다면 듣는 사람에게 더 와 닿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가수로서 본인이 생각하는 본인의 강점은
“누구보다도 이별, 사랑, 연민, 애절함을 표현하는 발라드를 잘 해석해서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호소력과 감정선이 살아있다”
Q. 유튜브 채널 ‘odg’에 출연했다. 800만이 넘는 엄청난 조회 수를 자랑하는데 소감은
“나도 깜짝 놀랐다. 이렇게 화력이 좋다니(웃음). 일단 세대 차이를 엄청나게 느꼈다. 체념도 모르고 빅마마도 모르고 연도 모르고 나도 모르더라(웃음). 내게 5년의 공백기가 있었지만 노래를 들으면 알 거라 생각했다. 근데 노래도 모르더라. 요즘 모토로 삼는 것이 버티는 것이다. 근데 이 채널에 출연하며 버티는 것도 영리하게 버텨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빅마마는 9년 동안 활동을 안 했으니까 모를 수도 있다. 하긴 근데 나도 5년 동안 활동 안 했으니까 할 말은 없다(웃음). 내 노래 중 가장 어려운 노래인 ‘연’을 4번이나 불러야 해서 정말 힘들었다”
Q. 노래할 때 몰입하는 비결은
“비결은 따로 없다. 노래 부르다 보면 그 감정선을 따라서 부른다”
Q. 가수를 꿈꾸게 된 계기는
“가수가 될 줄 몰랐다. 81년생 가수가 정말 많다. 박효신, 린, 거미, 버블시스터즈 영지, 이수, 플라이투더스카이, 김태우, 임정희 등 정말 잘하는 가수가 많았다. 나는 실용음악학원 출신이다 보니 내가 무슨 가수가 되겠나 싶었다. 일단 대학을 가려고 실용 음악을 준비했고 대학 진학 후 운 좋게 데뷔했다. 연습생 생활도 안 하고 합류하자마자 바로 데뷔했다. 정말 감사하고 운이 좋은 케이스다. 휘성의 공연에 게스트로 한 번 섰는데 반응이 좋아서 갑자기 데뷔가 앞당겨졌다.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한다”

Q.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여주고 싶은지
“자연스럽게 음악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이를 들어가는 모습도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싶다”
Q. 출연하고 싶은 예능은
“토크쇼나 tvN ‘삼시세끼’ 같은 예능에 출연해보고 싶다. 편안하고 재밌는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본 적이 없어서 나가보고 싶더라”
Q. 목 관리 방법은
“따로 목 관리는 안 하는데 연습은 꾸준히 한다. 스케줄 있기 전날에는 무조건 한다. 연습이 목 관리인 것 같다”
Q. 팬들에게 한 마디
“이번 ‘내게 올래’를 발표하며 내가 잊혀진 줄 알았다. 5년이란 시간도 지났고 워낙 음색 좋은 가수들도 많지 않나. 트렌드가 많이 변하다 보니 파워풀하게 지르는 가수들을 찾는 분들도 많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많이 내려놓으려고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을 해주는 분들도 있어서 감사했다. 정말 가슴 찡하더라. 내가 생각하는 것 그 이상으로 날 좋아해 주는 분들이 많구나 하는 맘이 들었다. 나를 과소평가하지 말아야겠다. 감사하다. 혼자만의 생각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으려고 했던 나를 반성했다”
에디터: 임재호
포토그래퍼: 설은주
스타일리스트: 박유진 실장
헤어: 휘오레블룸 미희 팀장
메이크업: 더 청담 은진 원장
bnt뉴스 기사제보 fashion@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