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트렌드

피비 파일로의 귀환, 그 발자취를 돌아보며

박찬 기자
2021-09-02 12:33:49
[박찬 기자] 지난 2018년까지 10년간 셀린느(Celine)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약한 피비 파일로(Phoebe Philo). 대담한 성공 신화를 이뤄냈던 그가 3년간의 공백을 깨고 패션계로 돌아온다는 소식이다. 대형 브랜드의 디렉터가 아닌 본인의 의류 및 액세서리 브랜드를 전개할 계획이라고. 명품 그룹사로 유명한 LVMH 또한 그의 새로운 비즈니스 파트에 연관될 예정.
이에 대한 올드 셀린느 팬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그가 물러난 후 임명된 에디 슬리먼(Hedi Slimane)은 파격적인 행보로 브랜드 시그니처를 뒤섞어 놓았고, 이전과는 전혀 다른 무드를 맞이하게 됐던 것. 실제로 에디 슬리먼의 컬렉션이 처음으로 공개됐을 때, 오히려 피비 파일로의 컬렉션 제품을 찾는 이들이 급속도로 많아졌다고.

변치 않는 팬들의 모습에 그는 이미 본연의 모습으로 화답을 한 상황이다. 새로운 하우스 브랜드에 대해서는 “이례적일 정도로 우수한 퀄리티의 컬렉션을 선보일 것”이라며 “독립적으로 브랜드를 전개하면서 내 방식대로 운영하고 실험하는 것은 내게 아주 중요하다”라는 소감을 전하기도.
물론 아직 그 얼굴을 확실하게 드러내려면 시간이 다소 필요하다. 더 자세한 내용은 내년 1월에 공개된다고 하니, 올드 셀린느와 피비 파일로의 향수에 젖어 든 이들이라면 어느 정도의 인내를 감수해야 할 것. 새 브랜드와 새 컬렉션의 시작을 바라보는 이 시점, 과거 그가 그려냈던 흔적들을 꺼내 보고 머지않아 불어올 바람을 맞이할 때다.
2010 S/S

그의 데뷔작인 봄 여름 컬렉션. 이전 클로에(Chloe)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활동으로 보여줬던 심플함&페미닌함을 어김없이 쇼피스로 드러냈다. 카키와 베이지 컬러를 베이스로 남겨둔 뒤 간결한 디테일을 심어준 것이 특징으로, 가죽 소재의 독특한 질감을 우아하게 살렸다. 포켓 디테일의 미니스커트와 앵클 플랫폼스트랩 샌들 열풍 또한 최근 다시 불어오고 있으니 눈여겨볼 만한 요소.
2010 F/W

몇 달 후 전개된 가을 겨울 컬렉션엔 강인하면서도 여성성을 잃지 않는 쇼피스가 주를 이뤘다. 직선적인 실루엣을 바탕으로 다양한 아우터 제품군을 선보인 모습. 이전 컬렉션에서 보였던 레더 소재를 또 한 번 날렵하게 새겼으며, 라펠을 가죽 처리한듯한 피코트와 늘씬한 슬랙스로 디테일 포인트를 주었다. 메탈 클로징 으로 여며지는 케이프 코트 또한 신선함 그 자체.
2011 S/S

그 어느 때보다 소재적 다양성이 확실하게 돋보이던 컬렉션. 가죽, 실크, 퀼트 등 다양한 질감의 소재가 쇼피스로 빛났다. 가벼운 패브릭으로 티셔츠와 와이드 슬랙스 등 베이직 아이템을 선보였으며, 데님 셋업과 레더 백 및 레더 슬리브리스 톱 등으로 70년대 분위기를 연출했다. 셀린느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프린트 직물 아이템은 팝 뮤지션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가 한 페스티벌에서 착용해 큰 화제로 남기도.
2012 S/S

2012년 봄 여름 컬렉션에는 청키한 패션만으로 런웨이를 휩쓸었다. 허리라인을 두툼하게 감싸주는 울 벨티드 재킷이 그 대표적 예시. 브릭&브라운 컬러 사이의 오묘한 색감으로 셀린느 마니아들에게 몽롱함을 선사한 것. 이와 함께 서클 디테일이 돋보이는 브레이슬릿과 에스닉한 감성의 스퀘어 백 또한 인기를 끌었다.
2013 S/S

유독 실크 소재의 화려함이 컬렉션 피스에 잘 표현되었던 시즌. 슬리브리스 톱이나 이브닝드레스 등으로 그 부드러움을 드러냈다. 이와 덧붙여서 매니큐어 펌프스나 퍼 슬리퍼 등 다양한 슈즈 아이템이 화제가 된 컬렉션이기도 하다.
2014 F/W

이젠 ‘셀린느’하면 떠오르는 싱글 이어링이 처음으로 등장한 컬렉션. 이와 더불어 미니 반지갑을 그대로 확대한듯한 클러치와 넓은 칼라의 울코트 및 니트 셋업 또한 큰 이슈가 되기도 했다. 절제된 실루엣과 화려한 액세서리가 특징이었던 시기.
2015 F/W

피비 파일로의 ‘마스터 피스 컬렉션’이라고도 불리는 2015 가을 겨울 컬렉션. 슬림한 실크 드레스에 빅 백을 매치해 강렬한 모습을 연출했으며, 스티치 장식으로 이루어진 셋업과 코트로 극적인 아웃핏을 그려냈다.
2017 S/S

어찌 보면 ‘가장 피비 파일로 답지 않은’ 컬렉션이 아닐까 싶다. 인터내셔널 클라인 블루로 물든 드레스, 이제는 클래식 아이템으로 자리 잡은 클래스프 백 등 다양한 제품군이 함께 했지만 무엇보다도 그간 보여주지 못했던 전위적인 실루엣과 디테일이 나타난 시점.
2017 F/W

이젠 남자만 슈트빨인 시대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한 듯, 완벽한 셋업 웨어의 등장으로 찬사를 일으켰던 컬렉션. 이와 더불어 뾰족한 토를 자랑하는 앵글 부츠 및 다양한 액세서리가 히트를 이뤘다. 특히 그중에서도 이니셜 펜던트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수많은 리셀러들에게 주목받기도.
2018 S/S

피비 파일로의 마지막 컬렉션인 2018 프리폴. 그가 사임한다는 소식 이후 셀린느 매장엔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기도 했다. 정교한 핏의 후디에 수트를 매치하고 그 아래엔 미니멀한 부츠로 마무리했으며, 로고가 돋보이는 큼지막한 토트백과 메탈&펄이 어우러진 드롭 이어링도 출시되었다. 여러모로 오늘날의 원마일 웨어에 큰 보탬이 되는 쇼피스들.
이 컬렉션을 기점으로 올드 셀린느의 시대는 막을 내렸지만 피비 파일로의 시그니처 디자인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 그가 내년 1월에 공개할 내용에 자연스레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사진출처: 보그 공식 US 사이트)
bnt뉴스 기사제보 fashion@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