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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현재라는 배우

박찬 기자
2021-09-28 13:30:00
[박찬 기자] 조현재라는 배우는 시간을 채울 줄 알고, 그 시간 속에서 버리고 지켜나가야 할 것들을 안다. 세월에 부딪힐수록 선명해질 잔상과 일념들.
누군가의 기억 속에 한 명의 배역, 하나의 얼굴로 살아가는 배우들에게 작품과의 만남은 언제나 격정적이다. 각자의 호흡을 통해 내딛어갈 장면과 장면 사이 배우는 꿈꾸듯 생동하며, 이내 공감이라는 목표에 도달한다.
“작품을 마쳤을 때 느껴지는 뿌듯함이 삶의 동기 부여로 남곤 해요. 그만큼 난 아직 열심히 일할 때 행복한 사람인가 봐요” 2000년 ‘카이스트’를 시작으로 ‘햇빛 쏟아지다’, ‘용팔이’,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까지. 연이은 작품 활동으로 자기 자신을 보여준 조현재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언제나 올곧은 마음 그대로였다.
“누군가 내 이름을 듣고 나서 ‘좋은 작품에 참여하는 배우’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느껴졌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열심히 하다 보면 대중들에게 신뢰감 있는 배우로 남을 수 있지 않을까요?” 데뷔 후 20여 년이 지난 지금 연기에 대한, 대중에 대한 진심은 더욱더 또렷해졌다는 그. 배우 조현재는 차분한 목소리로 가족, 연기, 그리고 남겨진 열망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Q. 오랜만의 화보 촬영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몸이 풀리더라. 어떤 기분으로 임했는지
“화보 촬영은 늘 설레는 순간이다. 그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나를 마주하며 더 나아가 새로운 작품,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열망으로 다가서기도 한다”
Q. 아내 박민정이 임신 9개월에 진입했다고. 한창 설레는 순간일듯한데
“물론이다. 아내가 둘째를 임신한 상태라 잘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더욱더 크다(웃음). 아이가 태어나면 든든한 아빠가 되어 누구보다도 행복한 삶을 안겨주고 싶다”
Q. 아이가 세상에 나오는 순간이 처음은 아니겠지만 떨림은 여전하지 않을까 싶다. 우찬이를 기다렸을 때와 다른 부분이 있다면
“우찬이 때는 아무래도 처음이다 보니 모든 게 어색한 느낌이었다. 미숙했던 만큼 실수도 잦았고, 어떻게 해야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까 고민이 컸던 것 같다. 물론 그 단계에서 힘든 부분도 다소 있었고. 그래서 이번에는 좀 더 적극적으로 육아와 산후조리에 임할 예정이며, 좋은 아빠가 되어 아내의 짐을 한껏 덜어주고 싶다”
Q. 연기는 힘들었지만 잊지 못할 장면이나 대사가 있나
“다양한 작품에 임했지만 그중에서도 최근작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SBS 주말 드라마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 촬영 때 아파트 15층 높이의 난간에 올라서서 호소하듯 감정을 내뱉는 신이 있었다. 실제로 위험한 촬영인 만큼 그 장면 하나를 위해서 긴 시간을 노력했는데, 결과물로 만들고 나니 굉장히 뿌듯했던 기억이 있다. 정말 감사하게도 대중분들이 당시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 활동을 좋게 봐주셔서 연기상도 수상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더욱더 애착 가는 작품으로 남게 됐다”
Q. MBC ‘러브레터’, KBS2 ‘구미호 외전’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해 호평받지 않았나.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음에도 대중들의 관심은 본인의 비주얼에 치중됐다는 점이 아쉬웠을 법도 한데
“사실 비주얼적으로 관심을 받는다는 것은 배우로서 또 하나의 긍정적인 요소인 것 같다. 나 말고도 다른 배우들, 선배님들 중에서도 그 부분이 뛰어난 분들이 많지 않나. 연기, 비주얼 등 다양한 요소의 합이 맞는 작품을 만난다면 더 큰 빛을 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Q. 연기를 시작한 지 올해 23년 차라고 들었다. 감회가 남다를 텐데 좋은 감정과 아쉬운 감정 중 어느 쪽이 더 크게 느껴지나
“‘23년 동안 열심히 달려왔구나’라는 생각을 하면 감정이 북받칠 때가 있다. 앞으로 달려온 만큼 가야 할 길도 많이 있어서 차근차근 준비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고, 꾸준히 인사드리는 배우가 되고 싶다”
Q. 20여 년간 배우로 일한 보람도 클 것 같은데
“물론이다. 당연히 엄청난 보람이다. 특히 작품에 임할 때 보람을 정말 많이 느끼고, 팬들이 응원해줄 때도 그렇다. 배우라는 직업이 대중들의 사랑을 받으며 일하는 직업이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한 작품 한 작품 할 때 대중들의 응원을 받거나,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를 보고 뿌듯해할 때 그런 감정을 크게 느끼는 것 같다. 덧붙여서 작품을 정말 열심히 만들고 나서 마쳤을 때 느껴지는 뿌듯함 또한 삶의 동기 부여로 남곤 한다. 그만큼 난 아직 열심히 일할 때 행복한 사람이다”

Q. SBS ‘용팔이’을 통해 배우로서 전과 달라진 태도도 있을 것 같다
“‘용팔이’ 이전에는 악역 캐릭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었다. 선하고 정적인 역할, 그리고 남자지만 청순한 느낌의 배역을 주로 맡았던 것 같다. 외모에서 오는 이미지 때문인지 몰라도 재벌이나 왕 등 반듯한 역할이 많았다. 그러던 중 찾아온 ‘용팔이’의 ‘한도준’ 역은 처음 도전해보는 악역이었기 때문에 주저 없이 선택할 수 있었다. 색다른 캐릭터에 도전해보고 싶은 갈증이 있었기 때문이다. ‘용팔이’ 활동 덕분에 이어서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의 악역에도 임할 수 있었던 것 아닐까 싶다”
Q. 당시 시청률 21.6%를 기록했다고 들었는데 드라마로 활동하며 큰 인기를 누렸던 과거가 그립지는 않나
“사실 참여했던 작품 중에 그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적은 몇 번 인가 더 있었다. 송혜교, 류승범 씨와 함께 주연으로 연기했던 SBS ‘햇빛 쏟아지다’나 SBS ‘서동요’도 그 이상의 시청률이 나왔던 기억이 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시청률이 높게 나온다는 건 배우로서 굉장히 기분 좋은 일이다. 많은 분들이 찾아봐 주신 만큼 내게도 인상 깊은 기억으로 남게 되는 것 같다. 이런 작품을 다시 한번 만나게 된다면 정말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Q. 큰 호평과 인기를 얻은 이 작품으로 당신이 얻은 건 뭔가
“‘용팔이’는 내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필모그래피 중 하나다. 물론 그것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좋은 작품을 통해 발자취를 탄탄하게 쌓아가고 싶은 마음이다. 덧붙여서 누군가 배우 조현재를 떠올렸을 때 ‘좋은 작품에 참여하는 배우’라는 생각이 느껴졌으면 한다. 그렇게 작품에 열심히 참여하다 보면 대중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배우로 남지 않을까 생각한다”
Q. 피트니스 화보를 촬영했을 정도로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지 않나. 요즘도 자기 관리에 힘을 쏟는 편인가
“자기 관리는 항상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지만 요즘엔 근력 운동보다는 유산소 운동에 초점을 두려 한다. 항상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선 러닝 등 유산소 운동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는 꼭 운동하고, 언제든지 내 체지방량이 캐릭터에 따라서 조절할 수 있게끔 철저히 관리 중이다”
Q. 오늘 4시간 정도 지켜봤는데 조현재라는 사람은 새로운 목표에 열심히 도전하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한계에 부딪힐 때 더 열망이 생기는 편인가
“그렇다. 어떤 일이 주어졌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고자 노력한다. 예를 들면 화보 작업 때 세 번 만에 오케이 사인이 났어도 따로 말씀드려서 몇 컷 정도 더 찍어보려고 하는 편이다. 혹시라도 더 좋은 결과물이 남겨질 수 있으니까 말이다. 나중에 아쉽지 않게, 후회 남기지 않고자 꾸준히 노력한다”
Q. 작품의 영향인지 몰라도, 조현재라는 배우를 보면 정적이고 차분할 것 같은 이미지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 거다. 이 부분에 대해서 스스로도 인지해본 적 있나
“물론이다. 20대 때는 순수한 사랑을 하는, 순정 어린 배역이 정말 많이 들어왔었던 기억이 있다. 아무래도 내 외모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있다 보니까(웃음). 근데 사실 난 그것과 다른 면도 무수히 존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다 보여 드리지 못한 모습이 많기 때문에 새로운 얼굴로 찾아가기 위해 차근차근 노력하고 있다”

Q. 작품 속 주인공의 스타일이 멋있다고 생각한 영화나 드라마가 있는지
“사실 ‘어느 음식이 가장 맛있을까’라고 질문하는 것과 다소 비슷한 느낌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만큼 어느 작품 한 가지를 고르기 힘들다. 배우라면 더욱더 많은 음식, 다양한 음식을 섭취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많은 작품을 보면서 편견 없이 보는 시선이 필요하다. 작품을 볼 때 좀 더 포괄적인 시각으로 캐릭터를 찾아보고 받아들이는 편이다”
Q. 덧붙여서, 최근에 목소리가 좋다고 생각하는 배우가 있나
“이전에 김명민 선배님과 함께 작품에 임한 적이 있는데 당시 주연 배우였던 선배의 목소리가 너무 멋있었던 기억이 난다. 배우로서도 정말 멋진 선배님이기도 하고. 한석규 선배님의 목소리 또한 정말 멋지다고 느낀다”
Q. 나이가 들면 서서히 다른 기분과 감정이 든다고 하지 않나. 배우로서 새롭게 맞이해보고 싶은 배역이 있다면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아직 보여 드리지 못했던 캐릭터가 굉장히 많다. 그래서 주로 맡지 못했던 캐릭터들 위주로 더 도전해보고 싶다. 오래오래 연기하는 것이 배우로서 목표인 만큼,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다양한 역할들을 보여드리고 싶다”
Q. 과거 아버지의 사업 부도로 인해 어린 나이 때부터 경제 활동에 나서야 했다고. 지난날의 자신을 돌아본다면
“어릴 때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의 여건들이나 상황들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그것으로 인해 더 부지런한 사람이 되어 일에 집중할 수 있었던 거다. 학창 시절에는 늘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다 보니 남들보다 더 자립심이 많이 생겼던 게 아닐까 싶다. 20 살 때부터 연기 생활을 시작하며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이곳까지 걸어왔는데,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목표 의식이 생긴다. 지금까지 잘 걸어온 나 자신에게 칭찬해주고 싶기도 하고”
Q. 본인은 아이들에게 어떤 아버지로 남고 싶나
“다정한 아버지, 친구 같은 아버지. 고민도 들어주고, 아들과 술도 한잔하면서 이야기도 잘 나눌 수 있는 그런 아버지, 아들이 많이 웃을 수 있게 추억을 만들어줄 수 있는 그런 아버지가 되고 싶다”
Q. 요즘은 무엇으로부터 행복한 기분이 드는지
“요즘엔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에너지를 많이 받는 편이다. 아내와 함께 힘을 합쳐서 육아에 노력하고 있는데, 여기서도 굉장히 큰 행복감을 느낀다. 물론 다소 고단한 부분도 있지만 그 이상으로 아이가 긍정적 의미를 주기 때문에 하루하루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된다”
Q. 차기작 계획은
“앞으로도 대중분들에게 좋은 작품으로 인사 드릴 예정이다. 배우로서 정말 좋은 작품을 만날 때까지 항상 노력하며 준비하고자 한다. 외적으로든, 내적으로든 최상의 컨디션을 나타낼 수 있도록 말이다. 멋진 작품으로 다시 인사 드릴 테니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
에디터: 박찬
포토그래퍼: 서영록
스타일리스트: 미제로(Mizero)
의상: 라코스테, COS, 슈트, 트랜짓(transit), 포르멘테라
슈즈: 로렌스(Lorens)
헤어: 로쉬 김선미 원장
메이크업: 로쉬 인혜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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