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터뷰] 설경구 "흥행이요? 그냥 손익분기점만 넘겼으면 좋겠어요"

2013-09-08 14:12:32

[김민선 기자 / 사진 김강유 기자] 과거 1993년 떨리는 마음으로 연극 ‘심바새매’ 무대에 올랐던 설경구(45)는 올해로 연기 인생 20주년을 맞았다. 학창 시절 연출가를 희망했던 그이지만 우연한 무대가 계기가 돼 어느샌가 많은 배우들이 꿈꾸는 롤모델로 성장했다.

그동안 다양한 작품을 통해 묵직한 캐릭터로 존재감을 과시한 설경구. 하지만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bnt뉴스와 만난 그는 겸손하고 또 친근했다.

다작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자기 연기에 만족한 적 없다는 설경구는 이번에도 “내 연기를 보면 부끄럽고 오그라든다”고 표현하며 자신을 낮췄다. 또한 ‘타워’와 ‘감시자들’에 이어 올해 벌써 세 번째 자신이 연기한 영화를 개봉하게 된 그는 “일부러 다작을 한 건 아니고 하고 싶은 일이 들어와 주니까”라며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 설경구, 코미디를 말하다
영화 ‘스파이’(감독 이승준)를 통해 오랜만에 코믹 연기에 도전한 설경구는 직업만 스파이일 뿐 대한민국 보편적인 남성을 대변하는 철수를 연기했다. 액션만큼은 멋지지만 그의 일상은 교과서에 흔히 나오는 ‘철수와 영희’처럼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한집안의 가장이었다.

“철수란 이름이 솔직히 흔하잖아요. 그렇다 보니 영화 캐릭터도 특별한 캐릭터가 아니라 월급쟁이 스파이에요. 마누라에게 들들 볶이지만 직업상 말도 못하고. 저뿐 아니라 외국의 스파이들도 관광객이거나 중국집 종업원, 영어 학원 강사 같은 평범한 일을 하고 있어요. 제임스 본드가 허구를 만든 거지 진짜 스파이는 정보를 캐내기 위해 이처럼 자연스레 묻어 있어요.”

‘광복절 특사’ 이후 11년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그의 코믹 연기는 여전히 완벽했다. 지나치게 과장된 표정도 억지로 꾸며진 슬랩스틱 코미디도 아니지만 설경구와 문소리, 고창석, 라미란 등의 조화는 공감대를 형성할만한 현실적인 웃음을 이끌어냈다.

이와 관련해 설경구는 “나는 스파이를 연기했지 코믹 연기를 하려고 한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자신의 정체를 모르는 마누라를 위험하게 잘생긴 의문의 남자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펼치는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웃음이 만들어진 거라고.

“어떻게 보면 소동극이라 볼 수 있어요. 아무것도 모르고 사건에 끼어든 아내 때문에 사달이 나고 정신없이 꼬이게 되는 거죠. 그래서 배우들은 똥줄이 타는 데 관객들은 그 모습이 웃긴 거죠. 예를 들어 누가 처절하게 넘어졌을 때, 웃으면 안 되는 데 웃긴 순간이 있잖아요. 당사자는 창피하고 죽을 맛인데 사람들은 그가 시야에서 사라지면 난리가 나는. 다만 우리는 스크린 안에 있으니까 관객들이 대놓고 크게 웃을 수 있는 거죠.”

확실히 ‘스파이’는 코믹 쪽으론 강했지만 너무 한쪽으로 치중한 탓인지 현실감과 개연성이 떨어져 아쉬움을 자아냈다. 이에 설경구는 “이런 스파이가 있다는 설정부터가 현실적이지 않다”며 관객들에게 한 가지 부탁의 말을 전했다.

“코미디 위주로 가다 보니 솔직히 등한시한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에요. 덜 치밀한 건 맞지만 그래도 그냥 코미디니까 용서해주시고 웃으며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 설경구, 흥행을 말하다
그동안 설경구가 영화관으로 불러들인 관객 수는 대한민국 총 인구수(5094만명)를 넘어선다. 두 편의 천만 영화 ‘실미도’와 ‘해운대’를 탄생시킨 그는 전작 ‘감시자들’ 역시 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흥행배우로 거듭났지만 절대 자만하지 않았다.

천만 배우란 수식어에 설경구는 “천만 배우가 어디 있냐. 관객들의 선택을 받은 천만 영화만 있는 거지. 그런 건 다 허상 같아서 여기에 매달려 살면 안 되는 것 같다”며 멋쩍어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을 증명하듯 그는 또 이번 ‘스파이’의 흥행 가능성 질문에 소박한 희망을 밝혔다.

“주위에선 흥행할 것 같다고 하는 데 저는 잘 모르겠어요. 그냥 손익분기점은 넘어줬으면 좋겠어요. 이번 영화에 거의 100억이 들어갔거든요. 할리우드에 비하면 큰돈이 아니지만 투자해주신 분들에게 이익은 못 드리더라도 손해는 안 끼치게 해야죠. 물론 수익이 나면 더 감사하겠지만요.”

‘감시자들’ 개봉 당시,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성적이 좋아 기쁘다는 설경구는 “기대만큼 안 되면 상처를 받는다. 그래서 말을 아끼고 조심스러워한다”며 이번 ‘스파이’ 관련 예상 관객수에 대한 대답을 보류했다.

이후 ‘스파이’를 ‘추석 맞춤형 영화’라 소개한 그는 “명절 스트레스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관객들을 피곤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잠깐 일을 내려놓고 고민도 생각도 없이 편안하게 웃었으면 좋겠다”며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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