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터뷰] ‘순수의 시대’ 강하늘, 신기한 얼굴

2015-03-05 22:25:08

[bnt뉴스 박슬기 기자/사진 김치윤 기자] 신기한 얼굴을 가졌다. 때로는 완벽한 엘리트 회사원으로, 때로는 노래하는 의대생으로, 때로는 욕망을 갈구하는 부마로. 배우 강하늘은 시시때때로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그는 지난해 드라마 ‘미생’을 시작으로 연극 ‘해롤드&모드’ 영화 ‘쎄시봉’ ‘순수의 시대’까지 단기간, 많은 작품 속에서 얼굴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는 매번 다른 사람인냥 새로운 얼굴을 하고선 관객들과 마주했다.

최근 영화 ‘순수의 시대’(감독 안상훈) 개봉을 앞두고 한경닷컴 bnt뉴스와 만난 강하늘은 여느 20대 청년과 다를 것 없는 장난스런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인터뷰가 시작되자 이내 진지한 얼굴을 드러내며 속상한 속내를 밝혔다.

“제가 단순히 다작을 하는 배우로 알려져 있는 것 같아서 너무 속상해요. 작년에 ‘쎄시봉’ ‘순수의 시대’ ‘스물’을 촬영하면서 스케줄 꼬인 적이 없었거든요. 사실 촬영 할 땐 개봉일을 모르고 하거든요. 그런데 단기간 내 3개가 연달아 개봉하게 돼서 아쉬웠죠. 무엇보다 작품들한테 미안해요. 찍을 당시에는 제 열정을 최대치 끌어내서 했는데 그 부분들이 묵살 되는 느낌이 들어서 그저 미안할 뿐이에요.”

오디션을 보고 힘들게 따낸 배역들이었기에, 그로서는 다소 서운할 수도 있는 반응이었다. 이번 ‘순수의 시대’ 역시 오디션을 본 뒤 맡게 된 작품. 강하늘이 처음 시도하는 악역이었던만큼 더욱 애착을 느꼈다.

“진이라는 캐릭터를 애처럼 보이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잘못된 옷을 입혀놓은 것 처럼요. 진이라는 캐릭터는 부마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는데, 사실 그 옷을 입을 준비가 안 돼 있는 사람이거든요. 머리도 몸도. 그래서 그 갭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어떤 분들은 노출부분을 이야기 많이 하시는데, 저는 그 신들이 아니라도 표현해야할 부분이 굉장히 많았다고 생각해요. 다른 부분을 잘 표현해야 노출신에 대한 무게감이나 진중함이 잘 실거라 생각했죠. 그래서 노출신 보다는 다른 신들의 중요도를 높였던 것 같아요.”

극 중 강하늘이 표현한 베드신은 강제적인 겁탈신이 대부분이었다. 심적으로 많이 부담스러웠을 것 같아 “힘들지 않았느냐”고 조심스레 묻자 그는 “사실 촬영 들어가기 전에는 연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겁탈신을 찍고 나니, 내가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들더라고요. 남자로서, 인격으로서 마음으로 오는 죄책감이 너무 컸어요. 또 상대 배우 분께서 맞은 분장을 하고 나니 더 미안해지는 거에요. 한 동안 눈앞에 아른거렸죠. 그날은 하루 종일 상대배우 분께 ‘미안하다’고 사과했던 것 같아요”라고 털어놨다.


이어 강하늘은 “그런데 진이라는 캐릭터와 제가 조금 닮아 있는 것 같다”며 다소 의아한 말을 꺼냈다.

“영화에서 보여 지는 부분이 아니라 조금 더 깊게 들어가 봤을 때 진이랑 저랑 닮은 것 같아요. 진이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부마라는 자리에 올라가서 많이 혼란스러워하거든요. 저 역시 많은 분들이 관심이 가져 주실만한 사람이 아닌데 관심을 많이 가져주셔서 혼란스러울 때가 가끔 있어요. 하지만 그런 부분들이 제가 책임감을 가지고 좀 더 성장한 어른이 될 수 있게끔 만들어주시는 것 같아요.”

강하늘은 최근 들어 쏟아지는 많은 관심에 대해 부담스러운 듯 했다. 사실 이러한 인기에 취해 자만할 법도 했지만 그는 오히려 더 겸손한 태도를 갖췄다.

“더 나은 어른이 되어가려고 항상 노력하고 있어요. 많은 부분에서 고민을 하고 생각을 해야만 더 좋은 어른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생각했을 때 괜찮은 어른이란, 제가 한 행동에 대한 책임감과 실수한 것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더 많이 노력해야겠죠.”

이러한 강하늘의 어른스러운 면모는 극 중 진이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진이는 철 없는 캐릭터로, 여자와 술, 흥에 취해 살아가는 왕의 사위이다. 그런만큼 이번 역할을 소화하는데 있어서 고민이 많았을 듯 했다.

“제가 맡은 역할을 대본으로 봤을 때 이해가 됐지만 공감가진 않았어요. 이해를 공감으로 돌려야 연기로 표현할 수 있는데 그게 어려웠죠. 또 그 행동들을 공감했다고 하면 문제가 되지 않겠어요?(웃음). 그래도 최대한 공감해서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새로운 캐릭터에 더불어 선배 배우인 신하균, 장혁과 함께 호흡을 맞췄기 때문에 더욱 부담으로 작용했을 법 했지만, 강하늘은 “하균이 형, 혁이 형이라 부를 수 있었던 것 자체만으로도 좋았어요. 중학교 때 봤던 ‘JSA’ ‘우리형’ ‘명랑소녀 성공기’ 등을 보고 자랐던 팬이었는데 이렇게 한 작품에 같이 나오게 되서 너무 행복하더라고요. 하지만 실질적으로 많이 부딪히는 신이 없어서 아쉬웠어요.”라고 말했다.


요즘 연예계에서 손꼽을 정도로 바쁜 활동을 하고 있는 강하늘은 우스갯소리로 ‘소의 아이콘’이라 불리고 있다. 이에 “쉬고 싶을 것 같은데, 휴식 시간이 생긴다면 하고 싶은 게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여행”이라고 답한다.

“제 취미가 국내 조용한 펜션 찾아다니 거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휴가가 생긴다면 갔던 펜션 중에 진짜 기분 좋게 쉬고 왔던 한 곳을 꼽아서 다시 가보려고요.(웃음)”

강하늘은 낭만을 즐길 줄 아는 배우였다. 빗소리를 좋아하고, 음악을 좋아하며 독서를 즐겨한단다. 아마도 그가 매번 다른 얼굴을 드러내는 것은 그가 가지고 있는 풍부한 감수성과 낭만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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