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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비밀’ 그래도 살아야 한다

2015-10-07 23:27:30

[bnt뉴스 김예나 기자]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 아니, 그랬다면 조금 더 좋았을 지도 모르겠다. 영화 ‘비밀’의 이야기다.

영화 ‘비밀’(감독 박은경 이동하)는 살인자의 딸 정현(김유정), 그 아이를 키운 형사 상원(성동일) 그리고 모든 비밀을 움켜쥔 한 남자 철웅(손호준)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살인 사건, 극적으로 범인을 검거한 형사 상원은 살인자의 딸 정현을 차마 외면하지 못해 데려다 키운다. 그리고 10년의 세월이 지난 어느 날, 평온한 부녀 앞에 묘한 분위기의 남자 철웅이 정현의 담임선생님으로 나타나게 된다.

영화는 철저하게 세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10년 전 벌어진 살인 사건을 계기로 얽히고설킨 세 인물의 아슬아슬한 관계의 흐름이 단연 영화의 관전 포인트. 이 과정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제각각의 상처와 아픔에 대처하는 인물들이 흥미롭게 느껴진다.

먼저 상원은 정현을 향한 지극한 부성애로 불안감을 해소한다. 행여나 정현이 위험한 세상 속 무슨 일이나 당하지 않을까 늘 전전긍긍이다. 물론 그보다 더 불안한 건 모든 진실을 알게 됐을 때 정현이 받을 상처겠지만.

허나 정현은 상원의 걱정만큼 여리지 않다. 밝고 씩씩한 성격, 전교 1등을 할 정도로 우수한 성적, 그리고 예쁜 얼굴까지. 무엇 하나 흠잡을 데 없는 정현이 살인자의 딸이라고 누가 과연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따금씩 비치는 무표정한 정현의 모습은 분명 살인자의 얼굴과 닮아있다.


모든 비밀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 철웅은 러닝타임 내내 끊임없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고통과 상실을 처절하게 느낀다. 약혼녀를 잃은 아픔으로 시작된 그의 고통은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에게 치미는 분노로 커져간다. 그렇게 철웅은 마음 속 깊은 상처와 아픔을 스스로 후비고 도려내며 결코 치유되지 못하게끔 만들어 버린다.

세 인물이 지닌 비밀은 분명 다르지만 그 안에서 저마다 지켜내고자 하는 혹은 얻어내고자 하는 간절함만은 다르지 않다. 이제껏 지켜오던 각자의 비밀이 드러나는 순간, 그 간절함이란 감정이 극대화되며 이를 뒷받침해 보인다. 그리고 이들의 미스터리한 관계와 사연이 긴장감과 불안감을 더하며 관객들의 심장을 요동치게 한다.

‘비밀’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결국 우리 모두 누군가의 남은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남은 사람으로서 감수해야 하는 슬픔과 아픔 그리고 상실의 무게는 평생을 떠안고 살 수밖에 없을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 하는 이유는 또 다른 남은 자를 만들지 않기 위함일 테다.

탄탄한 시나리오와 성동일, 김유정, 손호준의 깊은 내면 연기는 영화의 몰입도에 더욱 힘을 싣는 부분이다. 15일 개봉 예정. (사진제공: CGV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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