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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재심’ 정우, 알을 깨고 창공을 비상할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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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재 기자] “배우로서 그리고 남자로서 미래가 기대된다”

“이제 들어오셔도 됩니다”는 말을 들으니 어느새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관계자는 정우가 여자도 아닌데 같은 남자끼리 떨지 말라는 말로 기자를 안심시켰지만, 그것이 더 문제였다. 예쁜 배우가 아닌 좋아하는 배우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몽실몽실 피어올랐다.

돌이켜보면 정우를 눈여겨봤던 작품은 지난 2013년 방송됐던 tvN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가 시작이었다. 정우가 연기하는 쓰레기와 고아라가 연기하는 성나정의 달달한 로맨스를 거실 브라운관에서 처음 맞닥뜨린 이후부터 기자는 ‘응사’ 그리고 정우의 팬이 되었다. 모두가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나레기’ 커플은 기자가 꼽는 최고의 드라마 커플 중 하나다.

아담하다면 아담한, 넓다면 넓은 인터뷰 장소에 드디어 정우가 등장했다. 하트 로고가 박혀있는 남색 니트와 하얀 티셔츠를 매치한 편한 옷차림의 그를 보니 문득 신촌 하숙집의 90학번 쓰레기가 떠올랐다. 대뜸 ‘응사’ 이후 뜸해진 그의 새로운 로맨스 물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그해 겨울 ‘응사’는 굉장히 재밌게 촬영했고, 과분한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다. 그런 ‘응사’ 이후 로맨스 작품이 뜸한 것은 사실이지만, 저는 로맨스든 뭐든 장르는 까다롭게 구분하지 않는 배우다. 기회가 된다면 로맨스 장르에 다시 도전하고 싶다.”

특정 장르에 고립되지 않고 연기 하나만을 바라보고 싶다는 정우. 잘하는 장르와 연기에만 몰입하는 것이 아닌, 배경색에 맞춰 몸을 바꾸는 카멜레온처럼 작품이 요구하는 배역에 자신을 맞추는 그가 2017년 마수걸이로 선택한 작품은 영화 ‘재심(감독 김태윤)’이다.

전라북도 익산시 약촌 오거리에서 발생했던 택시 기사 살인 사건을 재구성한 이번 작품에서 정우는, 벼랑 끝에 몰린 자신의 상황을 역전하고자 재심 청구에 나선 변호사 준영 역을 맡았다. 배우 강하늘과 연기 호흡을 맞췄다.

“저는 상대방에게 영향을 잘 받는 성향이다. 그것이 연기든 생활이든 모두 똑같다. 재밌는 사람을 만나면 같이 재밌어지고, 차분한 사람을 만나면 마찬가지로 차분해진다. 그 점에서 (강)하늘이와의 연기는 플러스되는 요인이 있었다. 영화 ‘쎄씨봉’, tvN ‘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를 거치며 당연히 친하고, 편안한 관계이기에 어색함 없이 촬영에 임할 수 있었다.”


화기애애한 ‘재심’ 촬영장이었지만 언제나 정우 곁에 웃음만 가득했던 것은 아니었다. 연기를 향한 뜨거운 열정조차 불행을 피할 수는 없는 것일까. “배우는 연기할 때 감정은 유지하되 이성의 끈은 항상 놓지 말아야 했는데 의욕이 앞섰다”는 후회에서 읽을 수 있듯이 유리창을 깨는 신에서 그는 얼굴에 약 40바늘을 꿰매는 중상을 입으며 4개월 동안 고생을 겪었다.

“아시다시피 촬영 초반 큰 사고가 있었다. 배우가 얼굴을 다치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그렇게 됐다. 사고로 인해 안타깝고 속상한 부분이 컸지만, 이내 곧 긍정적 마인드로 작품에 에너지를 쏟아야겠다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내가 이렇게 몇 십 바늘까지 꿰맸는데 좋은 작품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 우스갯소리지만 사고 때문에 포털 사이트 메인에 기사도 많이 뜨고, 자연스럽게 영화 홍보도 돼서 위로와 위안이 되더라. 너무 현실적인가?”

불상사를, 그것도 무엇보다 얼굴이 중요한 배우의 이마가 상처를 입는 사고를 전화위복으로 삼은 채 아픈 몸으로 촬영에 나섰던 정우를 보면 천생 연기꾼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만족스러운 연기가 나올 때까지 “한번만 더!”를 외쳤던 정우의 열정이 현장 스태프들을 감동시켰다는 후문은 이미 ‘재심’의 언론시사회 때부터 유명한 일화다.

“매번 새로운 작품을 촬영할 때마다 머릿속에 드는 생각이지만 아쉬웠던 당시로 다시 돌아간다고 한들 그때보다 잘할 순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번만 더“는 단순히 생각이 짧아서, 현장에서 저 스스로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행동했던 것은 아니었다.”

“시간적으로 환경이 될 때만 충분히 더 했던 것이고, 상황적으로 여건이 여의치 않으면 어차피 감독님께서 오케이 사인을 주셨으니까 추가 테이크 없이 가기도 했다.”


데뷔 17년차 정우는 “영화 ‘바람’ 이후의 나는 알에서 완전히 나온 것도 아니고, 머리만 톡하고 위로 나와서 좌우를 두리번거리는 존재였다. 그리고 지금은 작품 수가 늘어난 덕에 팔다리가 나와서 뚜벅뚜벅 걷는 단계다”며 자신의 연기 발전을 알의 부화에 비유해 눈길을 끌었다.

그런 그가 알을 깨고 나오지 못했던 그냥 정우였던 시절이 갑자기 궁금해졌다.

“배우를 업으로 삼았던 계기는 사실 없다. 솔직하게 말하면 참 허무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배우가 됐다. 남들 하는 것처럼 똑같이 연기 학원을 등록해서 대학 입시를 준비했고,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서울예술대학교에 꽤 높은 성적으로 들어갔다. 나와 비슷한 꿈을 가진 친구들 사이에서 최고 학점을 받아서 들어갔기 때문에 서울예대에 들어가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날 줄 알았다. 꿈의 실현에 있어서 빠른 진척이 있을 줄 알았다. 큰 착각이었다.”

“그래서 다시 선의의 경쟁을 시작했다. 뭔가 연기의 결과물이 있으면 교수님의 역량과 추천을 통해 방송이나 영화에 추천을 받아서 작품에 출연하는 계기가 있었고, 그것을 목표로 기대 아닌 기대를 하며 열심히 노력했다. 하지만 학생이 인정을 받아봐야 얼마나 받겠는가. 인정 받는 날이 오긴 했지만, 기대와 다르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영화 주간지 뒤에 있는 오디션 공고들을 하나 둘 보면서 아무 것도 아닌 제 자신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오디션에 붙었을 때도 있었다. 그리고 겁없이 자신감만 들고 갔다가 현장에 가서 시쳇말로 박살이 났다. 이후 선배들 사이에서 제일 막내로 본격적인 연기를 시작했는데, ‘이 길이 맞는 건가?’라는 고민을 달고 살았다. 그러면서 1년, 2년, 3년이 계속 흘러갔다.”

사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이 대중의 사랑과 평단의 인정을 받는 정우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의 입으로 듣는 20대 시절은 지금과 다르기에 무척 생경했고, 연기에 있어서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이었다는 말에는 먹먹함이 느껴졌다.

끝으로 그는 방황했던 과거와 열심히 달리는 현재를 지나 미래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지난 2016년 1월 배우 김유미와 연애 3년 만에 결혼식을 올렸던 그는, 12월 첫 아이를 품에 안으며 딸바보 아버지가 됐다. 달라질 자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홀몸이었던 전보다 변화되는 점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결혼과 득녀라는 변화가 얼마 지나지 않았기에 차이점을 못 느끼고 있다. 마치 그것과 똑같다. ‘재심’이 개봉 전초전에 들어갔지만, 이 작품이 저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인지는 먼 훗날 미래에서나 알 수 있다. 두려움은 없다. 다만 기대가 된다. 배우로서 그리고 남자로서.”


1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인터뷰는 금세 끝이 났다. 정우와 ‘재심’에서 같이 공연한 강하늘의 말을 빌리자면 재밌는 시간이었기에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리라.

마침 이번 인터뷰는 취재진이 ‘재심’과 관련해서 정우를 만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자 그의 음력 생일이었다. 취재진도 그도 모두에게 “수고했다”는 덕담이 끊이지 않아 인터뷰 장소는 순식간에 훈훈함이 모두를 감싸안는 장관이 연출됐다.

이와 동시에 인터뷰 시작 전만 하더라도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킬 도리가 없었던 기자의 마음도 어느새 차분해졌다. 수십 명의 취재진에게 받았을 똑같은 질문도 성심껏 대답했던 그의 프로다운 자세와 처음 만난 기자에게도 어색함 대신 웃음을 건넸던 동네 형 같은 친근함 덕분이었다.

한편, 한 사람이 타인을 이해하고 믿기까지의 과정을 유쾌함과 따뜻함으로 녹여낸 영화 ‘재심’은 2월15일 개봉해 전국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사진제공: 오퍼스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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