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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립군’ 여진구, 순수함과 욕심 그 어딘가에서의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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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주 기자] “연기가 순수하게 좋았었죠.”

떡잎부터 알아볼 수 있었던, 될성부른 나무와 같은 배우 여진구. 영화 ‘새드무비(2005)’로 데뷔해 괴물 신인이었던 아역 시절 여진구의 연기력은 13년이 지난 지금까지 많은 관객들을 주목시키고 있다.

이제는 충무로를 책임질 20대 대표 배우로 자리매김한 여진구가 이번 영화 ‘대립군(감독 정윤철)’에서 광해 역을 맡아 우리가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왕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간 대한민국 영화사상, 임진왜란을 다룬 시대적, 공간적 배경의 영화들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상당하다. 그럼에도 여진구가 ‘대립군’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로 “공감”을 꼽았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공감이 됐어요. 어린 나이의 광해가 하루아침에 조선을 짊어지고 이끌어 나가야한다는 부담감과 그것보다 먼저 아버지한테 버림받았다는 허무함... 저라면 정말 살기 싫었을 것 같아요. 그렇게 겨우겨우 버티다가 어머니에 대해서 알게 되면서 방황을 하는데 그런 것들이 안타까웠고 정말 힘들었겠다 싶었어요. 또 한편으로는 부러웠어요. 주변 사람들을 통해서 자존감을 얻어내고 신분의 짐을 짊어질 힘이 생기고 서로 간에 믿음이 두터워지고 이런 것들이 부러웠어요.”


여진구의 말대로 표현해야 했던 감정들이 상당했을 법하다. 헌데 신기하게도 이번 광해를 연기하는 데에 있어서 의외로 쉬웠다고 말한다.

“처음으로 제가 뭘 하려고 안했던 것 같아요. 당연히 촬영 전 준비를 해갔지만 오히려 ‘현장에서 부딪쳐보자’했어요. 백성들의 눈빛들, 대립군들의 눈빛, 옆에서 피를 흘리면서 누워있는 배우 분들 등을 보면서 느끼려 했어요. 선배님들 덕분에 감정이 잘 올라와서 연기하는 동안 편한 마음으로 찍을 수 있었어요. 육체적으로는 제일 힘들었던 영화였지만요. 아침마다 등산하는 것 같았거든요. 날로 건강해지는 느낌이었죠.(웃음)”

그래서였을까. ‘대립군’ 속 광해는 많은 제스처와 대사없이 눈빛만으로도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져 스토리에 몰입하기 쉬웠다. 하지만 여진구는 같이 호흡했던 이정재의 눈빛이 욕심난다고.

“이정재 선배님의 섬세한 감정조절들을 배우고 싶어요. (이정재) 선배님은 가만히 서있어도 감정이 눈빛 속에 담겨있어요. 그 시선 하나하나 의미가 들어있는데 정말 뺏어오고 싶은 부분이죠. 실제로 배우고 싶어서 여쭤도 봤는데 ‘나이 먹으면 이렇게 돼’라고 하셨어요. 정말 그럴 수 있을지...(웃음)”

남다른 목소리와 깊은 눈빛으로 꾸준히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온 여진구가 표현하는 광해는 새로우면서도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덜컥 왕자리를 맡게 되면서 광해가 겪는 두려움과 공허함, 신분이 주는 공포감 등의 연기들이 자연스러웠기 때문일까? 배우 여진구도 경험해본 감정들일지 궁금했다.

이에 여진구는 “글쎄요. 아예 텅 빈 느낌은 없었던 것 같아요”라고 운을 뗐다. 이어 “흔히들 화려하게 대중들 앞에 나왔다가 혼자 있을 때 공허함이 있다고 말씀하잖아요. 그런 감정을 아예 느껴보지 못했던 것은 아닌데 그럴 때마다 마인드컨트롤하고... 긍정적인 편이어서 그런지 감당 못할 정도는 없었어요. 앞으로는 또 어떨지 모르죠. 그런 고난들이 언제든지 있을 수도 있으니까. 그럴 때 ‘대립군’이 큰 위로가 될 것 같아요”라고 전했다.


이번 영화 ‘대립군’부터 지금 하고 있는 드라마 ‘써클: 이어진 두 세계’, 2013년 작인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등 밝지만은 않은 역할과 작품들을 해왔던 여진구. 해왔던 작들과는 달리 소망하는 장르는 ‘청춘물’이라 밝혔다.

“일부러 어두운 감정선들의 역할들을 택한 건 아니에요. 색다른 캐릭터를 찾아가다보니까 의도치 않게 이렇게 된 것 같아요. 사실 풋풋하고 대만 청춘 영화같은 그런 느낌의 청춘물을 굉장히 하고 싶어요. 어리지만 그리운 청춘? 그런 느낌이요.”

풋풋한 청춘인 21살의 여진구가 청춘물을 찍는다면 그야말로 제 옷을 입은 느낌일 터. 데뷔 13년 차인 여진구에게 연기가 조금은 편해졌을 법도 하다.

“현장 분위기는 편해졌지만 연기는 편해지지 않았어요.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과정이 없으니까 끝이 없어요. 계속 시간을 공들이면서 쌓아가고 있는 것 같고... 연기에 대해서 항상 부족함을 느끼고 배워야겠다고 생각해요. 이 세상의 존재하는 인구수만큼 인물들이 존재하는 것 같아요. 60억만큼?”

13년간의 시간을 이어가면서 내공을 쌓고 있는 배우 여진구. 그에게 있어서 아역 시절은 돌아가고 싶지만 또 그렇지만도 않은 순간이라고.

“아역 시절 때 선배님들께서 ‘지금 모습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 그땐 몰랐죠. 근데 지금은 그 말씀들의 뜻을 알겠더라고요. 연기가 순수하게 마냥 좋아서 했던 그때의 제 모습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가끔 연기에 대해서 생각이 잠길 때가 있어요.  맡은 역할에 대한 욕심과 내가 캐릭터 연구를 하면서 표현해내고 싶은 것들이 생기니까... 그래서 단순히 연기가 순수하게 좋았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기도 하고 싫기도 하고...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싶어요.”


광해를 통해 진정한 성장을 보여준 여진구의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 ‘대립군’은 금일(31일) 개봉해 가슴 벅찬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사진제공: 20세기폭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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